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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 희망엄마 인순이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
인순이 지음 / 명진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은 애증의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사랑이 없다면 미움이 존재할까? 미워한다는 것은 곧 사랑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나도 이 나이의 두 딸을 키우고 있고 나 또한 친정엄마에게는 늘 막내딸로 기억되고 그 사랑을 딸들에게 내리사랑으로 보답하려 하지만 독한 사춘기를 치루고 있고(내가 보기엔 아직도 딸들은 사춘기다.본인들은 부인하지만) 나 또한 니아가 나이인지라 제2의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나이라 두 사춘기가 늘 부딪혀 티격태격한다. 그 통에 중간에 있는 옆지기가 가끔 깨지는 경우도 있고 뭐 그러다 울며불며 딸들과 마음을 나누고 더 깊은 공감과 소통을 이루어 낼 때도 있다. 서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느때는 참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엄마를 이해 못하던 딸들은 이제 서서히 '엄마'라는 존재와 '여자'의 삶에 대하여 서서히 눈을 떠가고 있음이 보여진다. 늘 엄마가 해 주는 것만 받던 나이에서 새로운 객체처럼 자신들의 삶을 일구어나갈 나이가 되면서 늘 당연하게 여겼던 엄마와 여자의 삶이 평범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불안해 하기도 하는 딸들을 보며 품에서 내 보내려고 생각하니 나도 조금 불안하고 답답하기도 하다.그렇다고 엄마가 언제까지 녀석들의 그림자를 밟고 다니며 해줄수는 없는 것이다.
'그 후로는 너무 힘들고 지치면 생각한단다.지금 이렇게 힘든건 내가 가장 밝게 빛날 때가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라고,그러니 조금쯤 더 견딜 수 있다고 말이야.'
인순이,그녀를 처음 기억하는 것은 '희자매' 시절 '실버들'이란 노래로 기억하게 되었고 까무잡잡함이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목하게 되었던 것 같다.혼혈이라는 이유로 보통의 사람보다 더 힘들게 세상의 벽과 싸워야 했던 그녀의 삶,그리고 가수로 우뚝 서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결코 노력없이 거져 얻어지는 것은 없다. 누군가 성공을 했다면 그 성공 뒤에 성공만큼의 아니 그보다 더한 노력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성공이란 그 사람의 노력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가끔 그녀의 혼혈가수로의 힘든 삶에 대하여 들었던 기억,그리고 늦은 나이에 결혼과 출산으로 다시 엄마로 살아야 했던 삶을 잠깐 티비에서도 접한 기억이 있는데 그렇게 그녀의 삶을 우리는 왜 놓아주지 못하고 붙들고 있었는지.이젠 그녀의 딸 '세인' 에게로 관심이 쏠려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일이 있음을 기억하게 한다. 요즘 사람들은 남이 잘 되는 일을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 성공뒤엔 무언가 반드시 검은 그림자가 있을 것이라 캐보려고 한다. '인정'하는 것을 잘 못하는 현대인들,그것이 자신의 일이었다면 어떠할까.
'그래,그건 네 말이 맞아.그렇지만 세인아,엄마는 예민한 사람이지만 약한 사람은 아니야. 엄마가 바라는 건 네가 아플 때 같이 아파하는 거야.좋은 것만 같이하는 건 사랑이 아니잖니? 반대로 너도 엄마가 아파할 때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거야.'
그녀가 하는 이야기들은 가수로 혹은 엄마로 딸에게 향하는 마음을 그린,세상 모든 엄마가 딸에게 가지는 그런 평범한 마음일 것이다.그것이 대중적인 인물이기에 더욱 모든 것이 노출되어 있기에 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자신은 평범함을 찾으려 했으니 더 도드라져 보이고 그런 속에서 갖는 괴리감 또한 딸이 있었기에 더 세상과 소통하게 되고 그녀의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딸 또한 다른 어떤 인물보다 엄마를 존경하며 엄마의 삶을 닮고 싶은 그런 큰그림을 그리게 되지 않았을까. 우리집 딸들고 그렇고 나 또한 엄마의 삶을 닮고 싶어하지 않으면서 은연중에 엄마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깜짝 놀랄때가 있다. 자신은 정말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데 어느새 나이가 들어 뒤돌아 보면 엄마의 삶과 비슷하게 걸어 오고 있었던 자신을 보게 될 경우가 있다.그런 삶을 딸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하여,아니 자신의 딸은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는 원하는 엄마들의 모든 소망,그리고 좀더 친구와 같은 엄마와 딸의 관계로 거듭나고 싶어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가 되는 그런 시간이 있다.아마도 지금이 아닐까.
"서른여덟 살이면 자신감이 생길까? 마흔여덟이면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완벽한 때란 없는 거란다.그저 눈앞에 놓인 일을 하면서 완벽하게 만들어거면 되는 거지."
그녀에게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라는 존재가 더 크게 담겨 있는 것 같다. 얼마전 티비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괜히 내가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부재하는 아버지라는 존재로 인해 더 큰 마음의 울타리를 가질 수 있었던 그녀가 보여주는 감동은 분명 딸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그녀의 노래를 함께 하는 이들에게도 모두 전해졌을 것이다. 무엇이든 옆에 있으면 그 소중함을 모른다.곁에 없어야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고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녀에겐 핸디캡이나 마찬가지인 혼혈,아버지,학력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그녀는 누구보다 열정의 성공 아이콘으로 떠 올랐다. 자신의 단점에 주저앉아 있었다면 오늘날의 그녀는 없었을 것이지만 바닥으로 밀려 났을 때 그녀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자신을 채찍질하며 담금질을 했다.그 모든 노력은 다시 일어섰을 때 비로소 '인순이'로 나타나 오늘에 이르르고 있다.그녀가 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라 했다.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딸들에게 정말 할 말이 많다. 나 또한 딸들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남겨 주기 위하여 시작한 것이 '글과 사진'이고 '블로그'다.그냥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겨질 것이 없는 것 같아 아이들이 어릴 때 '딸에게'로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딸들과 함께 성장했던 것 같다. 그 지난 시간이 늘 행복과 웃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그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한가지 곡절을 꼭 가지고 있다.웃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모른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나중에 불행이 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다. 비록 그녀가 남보다 더 힘들게 세상과 싸워야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오게 만든 듯 하다. 그것이 이제 딸에게 이어지고 있고 그런 딸을 바라보는 그녀에게서 여유로움이 보인다. 이제 그것이 그녀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날 '다문화'에 촛점이 맞추어 지고 있는데 부디 그녀가 계획하는 일들이 잘 이루어지고 더 많은 빛이 세상에 퍼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