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시간에 관한 말로 '시간은 금이다' 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어 온 듯 하다. 그만큼 귀중한 시간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알차게 써나가야 하는데 막상 하루 하루를 들여다본다면 실상은 그렇게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알차고 보람되고 모두를 쓰며 살아오지는 않았다는 것을 안다.그런데 그 시간과 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리 아이들,울집 딸들만 해도 그런 시간을 거쳐 이십이라는 고지에 올랐다.대학입시를 이제 막 끝낸 아이들이 자신을 뒤돌아보며 하는 말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 였다. '엄마,공부가 아닌 좀더 신나게 놀았다며..' '공부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열심히 했다면..' '공부가 아닌 봉사활동이나 여행을 좀더 열심히 했다면..' 우린 지난날을 뒤돌아 보며 'IF...' 라는 '만약에~'라는 가정하에 자신의 지난날을 뒤돌아 보며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처럼 자신이 밟아보지 않는 길과 시간에 대하여 후회와 아쉬움을 가진다.그렇다고 이미 걸어 온 길을 포기하고 다시 뒤돌아 가지 않았던 다른 한 길을 택하여 걷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알게 된다. 그렇다면 시간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와 비슷한 류의 이야기를 읽은 책이 있다. <시간을 파는 상점>과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시간과 자신의 지난날의 추억을 시간과 돈으로 바꾸는 대신에 자신안에 고여 있던 추억은 점점 사라져 버린다. 아직 어리다면 지난날의 시간과 추억이 뭐가 필요할까? 하지만 나이가 들고 뒤돌아 보았을 때 남는 것은 '추억과 기억' 뿐인듯 하다. 자신의 살아온 날을 뒤돌아 보았을 때 떠올릴 추억이 없다면 행복한 기억이 없다면 어떨까?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와 설정이 비슷한가 하면서 읽게 되었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씁쓸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주소이면서도 왜 이런 이야기를 부정하고 싶은 것인지,이런 시류에 맞물려 흘러가는 부모도 아이들도 정말 불쌍하다.분명 내아이들도 이런 시류를 흘러 지금에 이르렀지만 뒤돌아 보면 일등만 강요한다고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과 불안 때문에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면 그 또한 살아남지 못할것만 같은 현실이 씁쓸하기만 했다.
위암으로 아빠가 돌아 가신 후에 윤아는 보험설계사를 해서 자신을 돌보는 엄마와 함께 살아 가고 있는데 그것이 또한 학군이 좋다는 그런 동네이다. 아마도 강남권 정도는 되는지 윤아가 다니는 학원 또한 전교 5등안에 드는 친구들만 모여 드니 그야말로 '전쟁'과 같은 하루하루의 전쟁을 치르며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다.일분 일초도 허투루 쓸 수 없고 겨우 몇 분의 시간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다음 학원으로 내달려야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빡빡한 체바퀴 생활이 어린 윤아의 목을 꼭 올가매고 있지만 힘들게 생활을 꾸려가는 엄마에게 힘들다는 소리 한번 할 수가 없다. 빈집에 들어가 혼자 밥을 해결하는 것도 다수이고 아침은 밥이 아닌 시리얼로 그리고 가끔 수업 준비물도 깜빡한다. 일분 일초를 허투루 쓴다면 경쟁에서 진다고 생각하고 오로지 그들이 바라는 것은 '1등' 이다. 늘 수영이라는 친구에 밀려 '2등'에 머물러야 하는 윤아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한다. 경쟁을 부추기니 친구 관계 또한 그에 따라가듯 겉돌기만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서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지만 엄마는 한번도 잘했다고 하는 칭찬을 하기 보다는 더 열심히 하라고 '1등'을 강요한다. 부꾸러운 내 자신과 우리의 현실을 본다. 진정 내 아이와 진솔하게 가슴 안에 고인 대화를 해 보지 못하고 늘 '00 해라'로 끝난다는 우리 엄마들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
어느 날 학원에 지각하게 된 윤아 앞에 나타난 종이 한 장에 적힌 문구,'시간이 필요하십니까? 시간이 부족한 분께 시간을 드립니다. -시간가게' 세상에 공짜란 없다. 십분이라는 시간이 생기는 대신에 나에게 귀중한 '행복한 추억'이 사라진다. 하나 둘 그렇게 바람처럼 내게서 사라져 버린 행복한 기억들은 다시금 돌려 받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다시 생긴 모두가 멈추고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십분이란 시간에 남이 것을 베껴가며 나의 점수를 올리거나 준비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살짝 훔쳐 내것을 만들 수 있다.그렇게 하여 거머쥔 '전교1등' 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 아니 머리는 기쁘지만 가슴은 기쁘지 않다.시간가게에서 사는 십분이라는 시간으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점점 자신은 행복한 기억이 사라져 버리고 황폐해져 간다는 느끼는 윤아,다시금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사고 싶다. 반대로 팔았던 것을 다시 돌려 받게 되지만 내것이 아닌 남의 것이 들어와 뒤죽박죽 되어 나의 '정체성'이 사라져 버렸다. 한참 사춘기에 접어 들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할 나이인데 부모들의 강요에 의해 짜여진 스케줄 대로 움직이는 마리오테뜨처럼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자신은 없고 빈 쭉정이만 남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기계가 놓여 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서글프다.
내가 어릴적은 동네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학교를 가는 길도 하교 길도 모두 놀이터였고 학원보다는 하교와 함께 가방을 내던지고 동네 꼬마들이 모두 모여 놀기에 바빴다. 구슬치기,비석치기,땅따먹기,자치기,공기놀이,고무줄놀이,오징어점,깡통차기,술레잡기... 정말 많고 많은 놀이를 하다보면 하루해가 언제 가는지 모르게 하고 엄마들은 골목 골목 누비며 나와 아이의 이름을 부르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땅을 밟으며 하루 놀기에도 바빴는데 요즘 아파트의 놀이터를 가 보아도 아이들이 없다. 학교 운동장도 텅비어 있다. 동네 주민들에게 개방을 해도 운동장은 그냥 공터처럼 쓸쓸하게 있다. 점점 경쟁이 치열하고 IT의 발달로 인해 개인주의가 더 두드러져 함께 어울려 놀기보다는 '개인' 적으로 자신의 시간에 빠져 있으니 외로움에 더 비관자살이 많은 듯 하고 현교육의 문제점 때문에 아이들은 병들어 가고 있지만 우리 어른들은 모른채 방관하고 있는 듯 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교육제도,갈팡질팡 하는 그 속에서 아이들은 또 멍들어 가고 경쟁을 가르치는 교육에 친구도 잃고 자신도 잃어 가고 있다.윤아처럼 자신의 팔목에 차고 있는 시간가게에서 자신의 행복한 기억과 바꾼 '시계' 를 풀러내야 하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 때는 이미 너무 많이 와 있고 다시 '사회'라는 곳에 자신도 모르게 발을 들여 놓아야 하는 '아이 어른'이 되어 있다.그런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고 내 곁에서 그런 친구들이 있다.
지금 자신을 옭아 매고 있는 시계가 있다면 과감하게 풀러보자. 아이 혼자서 할 일이 아닌 우리 부모도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그것을 불안과 강박증에 너무 늦게서야 발견하게 되고 알게 되면 모든게 늦어 버린다.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너무 늦게서 해 버리게 되고 그만큼의 인생 설계가 늦어진다. 이런 일은 정말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맘을 가진 아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것이 우리 현실이라는 것이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씁쓸한데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회에 맞물려 돌아가다보니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고 부모는 부모대로 힘든 사회다. 오죽하면 애들이 부모의 등에 빨대를 꽂고 골수까지 빼먹는다고 할까. 분명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은 우리네 어른들인데 반성하고 고쳐 나가기 보다는 방관자처럼 그렇게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윤아가 시계를 풀어 버리고 그동안 잃어가던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느끼는 온기를 되찾고 다시 힘차게 달리게 되어 다행이다. 그런 날이 우리 아이들에게 꼭 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