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서신 - 미아리 텍사스 이미선 약사가 전하는 38통의 아프고도 따뜻한 삶 이야기
이미선 지음 / 이마고데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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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텍사스' 많이 들어 본 말이지만 나는 그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모른다.하지만 가끔 뉴스에서 나왔던 문제의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그리고 그곳에서 여인네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도 이런저런 글 속에 마주한 적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분의 이야기는 처음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에 우리가 가지 말아야 할 우범지역인 '레드 존'이 있었다. 왜 이상하게 역 근처에는 여인숙 골목이 있고 그곳에는 가지 말아야 할 장소인 레드 존이 있는지. 지금도 그런 곳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곳은 오래전에는 활성화된 곳이었지만 지금은 경기침체로 인해 다시금 재활을 꿈꾸는 그런 곳으로 변했으니 아마도 레드 존이 존재할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학교 때에는 그곳이 왜 우범지역인지,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은 곳인데 가지 말라니.그곳엔 재래시장도 있고 맛있는 떡볶이집도 튀김집도 있고 친구들이 사는 집도 있는데 하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여인숙 골목'은 어린 친구들에게는 맞지 않는 곳이었고 가지 말아야 할 골목이었지만 유명한 떡볶이집은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늘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그때 그런 곳에 가보지 않는다면 언제 간단 말인가.

 

'미아리 서선'은 '미아리 텍사스'라는 곳에서 약국을 하시며 마음과 몸이 쉴 곳을 찾는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기를 원하는 '약국 이모'가 사는 곳이다. 자신의 고향이고 자신 또한 어려운 시기에 다시 이곳을 찾은 듯 한데 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믿음과 관계하는 이야기로 읽기 보다는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야기로 읽어냈다. 누구에게나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믿음'의 존재가 있을 것이다.그것이 하느님이건 그외 다른 존재이건 믿음이 우리네 삶을 얼마나 변화를 시키는지 혹은 그들이 비록 남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곳 역시나 사람 사는 곳이고 사람 냄새 나는 곳이며 희로애락이 함께 하며 생과 사가 있고 복작복작 어느 곳보다 더 인간적인 동네라고 보았다. 우리네 삶은 대부분 아파트 삶이라 이웃이 어떠한지 잘 모른다. 나부터 이웃에 혹은 아래층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미아리 서신을 읽는 동안 그들이 힘겹고 남들보다 좀더 모자란 삶을 살고 있지만 어디보다 따뜻하다는 것을,인간의 체온보다 더 높은 '정'이 넘쳐나는 곳임을 느꼈다.

 

비록 웃풍이 있고 생활비가 모자라고 방이 비좁아 함께 움직이며 답답한 곳이지만 이웃의 어려움을 위해서는 자신들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품어 주는 곳,준영이네는 재형이의 힘든 사정을 듣고 모든 것을 내어주듯 했다. 재형이 또한 준영이네가 어려움에 처하면 함께 마음을 나누고 모두가 자신들의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그곳이 왜 어두운 면만 비춰지고 있을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데 수요자보다 공급자를 처벌하고 없애려는,그런다면 지금껏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온 사람들은 다시 어디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할까.민들레는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흙만 있으면 바로 씨앗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그렇게 노란 희망을 이 땅 곳곳에 피우는데 왜 그들의 삶 속에는 절망과 어둠만 있다고 보고 있을까.이 책을 읽으며 문득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 생각난다. 그들을 삶의 끝으로 몰아 낸 것은 무어일까? 가난 가족.하지만 약국 이모가 읽어내는 미아리 텍사스의 삶은 '희망'이다. 준영이 엄마가 하나 하나 사 모으는 사구려 작은 화분에서 새롭게 삶을 피우는 꽃들처럼 그들 또한 어딘가에서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살아 갈 터전이 무리없이 마찰없이 잘 되기를.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울컥했다. 그들의 삶 하나 하나에 비하면 난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따뜻한 집,웃풍도 없고 티브이도 맘대로 놓고 볼 수 있고 가족이 모두 움직여도 전혀 비좁지 않고 고기를 맘대로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암튼 넉넉함에도 늘 부족하다고 더 나은 것을 바라는데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내 발목을 몇 번이나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야 했던 미혼모,가족을 위해 몸을 팔아야 했던 맏딸,집 나간 엄마 때문에 술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폭력에 멍들어 가는 형제,술로 찌들어 가던 삶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 세상으로 나가는 아름다운 아가씨,자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선택했지만 한평생 고난했던 자식에 게 향하는 할머니의 삶,비좁지만 친구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어 준 친구...어느 삶 하나 경종을 울리지 않는 삶은 없다. 그들의 가슴엔 저마다 민들레 하나씩 피어 있는것처럼 아름답게 책 속에서 피어난다. 몸이 전 재산인 사람들에게 겨울은 참 힘들고 혹독하다. 그런 이들이 겨울을 잘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길 바란다. 겨울 추위속에 꽃봉오리를 단련시킨 목련은 이른 봄에 누구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그들의 삶에 겨울이 길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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