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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고백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2년 11월
평점 :
우리의 기억이란 어디까지 진실이라고 믿어야 할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린시절의 모든 기억이 진실일 수는 없다. 세월이 지나고나면 자기 합리화에 의해 기억 또란 그렇게 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가져볼 때가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동창들을 만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던 아니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을 다른 면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이 진실일까? 기억이란 것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 하나만을 줌으로 찍어 놓은 사진처럼 앵글에 갇힌 '배'만 가디고 전체를 보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배가 바다의 전체는 아닌데 그것으로 유추를 하고 기억하려 한다. 내가 사실이라고 여기며 살아 오던 기억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적도 있고 그런 기억들을 분명 우리는 가지고 있다. 살면서 점점 자신에게 맞게 합리화하는 거짓된 삶에서 문득 '진실' 과 마주한 기분이 드는 것은 무얼까.
작가의 작품은 몇 해 전 <능소화>로 만나게 되었다. 400여년 전에 부친 편지라는 오래전의 무덤에서 발견된 '편지'에서 드러나게 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 '능소화' 옛날에는 양반가의 집에만 심었다는 꽃 능소화라는 소설을 읽고 깊게 각인된 작가인데 그 다음 작품들을 찾아 읽지 못하고 있다고 <능소화>의 작가라고 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에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다. 6표의 단편들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 왜곡된 것일까? 라는 문제를 던진다. <끼끗한 여자>에서는 절절의 인기 걸 그룹 '마녀' 의 멤버였던 윤희주가 잠적후에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다. 그녀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걸 그룹의 이름 '마녀'처럼 그녀는 사람들에게 마녀사냥을 당한다. 잠적했다고 해서 누군가의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에이즈에 걸렸을 것이다.별별 소문들이 나도는 가운데 그녀와 친했던 한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들의 관계 속에서 들어나는 결벽증, 그리고 유난히 닮은 듯한 두 여자,그렇다면 희주의 죽음은 누구 때문일까? 소문은 진실이 아닌듯 하면서도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지만 거짓된 부분도 분명 있다. 그렇다면 죽음까지 이르게 한 진실은.
<시인의 탄생> 정경숙 그녀가 쓰는 시집마다 베스트 셀러이고 강연은 성공적으며 늘 이슈거리다. 자신의 과거 삶을 바탕으로,지금으로 말하면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한 '힐링' 의 뜻으로 써낸 시가 그녀를 유명인으로 만들고 '백년해로 약속했던 남편,살인범 될 뻔' 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정태식이 아내를 죽인 이야기와 함께 그녀의 시는 다시 수면으로 위로 떠 오르게 되고 그녀가 쓴 시처럼 그가 가진 '기억'이 진실일까 거짓일까? 라는 문제를 놓고 증인들과 사실적인 증거를 놓고 그녀의 시와 진실공방을 하게 되지만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는 단편적인 것들이 빚어낸 편집된 거짓된 진실이 되고 만다. 그녀를 처음 금용식당에 데려다 준 남자가 그곳에 처음 갔던 이유가 '곤충채집'이 아닌 '희귀 식물채집'이다. 하지만 시인은 '곤충채집'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건 또한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라는 문제다. 사건의 현장에 있던 증인까지 시인의 기억은 거짓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기억'은 어떻게 된 것일까.시간이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정경숙 시인은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시를 토해낸 것이 아니라, 자료 조사를 통해 시를 조립한 셈이 됩니다. 진짜 기억이 아니라 조작된 기억, 잘못 설명된 자료를 시적 재료로 한 것이지요. 정경숙 시인은 어째서 그랬떤 것일까요? 취재진은 정경숙 시인을 만났지만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진실한 고백> 동네의 불량배를 보고 구치소에 있을 때 잠깐 만났던 '장세달'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떠 올리게 된다. 자신의 고향 친구가 하던 섬유공장에 가서 함께 일을 하다가 만난 미스 김과 사장 친구와의 사이에서의 사건, 미스 김을 겁탈하던 사장 친구를 그가 돌로 쳐서 죽이고 미스 김도 죽음에 이르게 하여 형을 살고 있다고 하는 남자 장세달, 하지만 그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의 사건은 반대로 뒤집어야만 한다.그가 미스 김을 겁탈하고 사장 친구와 미스 김을 그가 모두 죽인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반대로 이야기 했을까? '거짓 고백'을 하여 그가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가끔 교통사고 현장에서 보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잘못 이야기를 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사건, 가해자라면 피해자가 되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고 사고를 당했다면 그 날만 없었다면 그 날이 아닌 그 전날로 되돌아 간다면 내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 생각은 집착하다 보면 합리화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기억할 때가 있다. 긴가민가. 장세달의 고백처럼 그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기억되거나 피해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장인정신> 골목 끝 할머니 칼국수 집에는 늘 사람들이 줄 서서 있다. 잘 되는 식당에는 무언가 '비결' 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과연 비결이 뭘까? 비결이 있을까? 도박으로 전재산을 탕진한 여자가 칼국수집을 내려고 한다. 대박나는 할머니 칼국수집에서 그 비결을 배워야,아니 훔칠 수 있다면 훔치고 싶은데 별 볼일 없는 국물내기이고 칼국수인데 사람들은 늘 줄서고 있다. 정말 비결이 있을까? 별별 짓을 다하며 비슷하게 만들어 칼국수집을 내지만 파리만 날린다. 다 같은 칼국수가 아니었나보다. 하다하다 그녀는 비결을 훔쳐내기 위하여 식당에 잠입하게 되고 비결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알아내게 되는데 그것이 '조미료'의 맛이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하던 할머니 칼국수집의 비결이 '조미료'라니.자신도 똑같이 해 보지만 늘 파리만 날린다. 그렇다면 정말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
장인정신에서처럼 남의 것을 똑같이 한다고 그것이 내것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자신은 합리화 시킨다. 똑같은 칼국수를 만들어 냈으니 우리 가게에도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시인의 탄생'에서 처럼 시인은 어린시절 조각난 기억을 이어 자신의 과거를 힐링하듯 글로 과거를 치유해낸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곡된 기억으로 자기 합리화를 시키고 있는 것이란 것 뿐인데 기억이란 참 무섭기도 하고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기억력이 흐린 사람도 있고 기억력이 누구보다 좋은 사람도 있다. 자신의 지난날을 일분 일초 모두 다 사실적으로 기억하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 세월이란 기억을 흐려 놓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기억하는 기억조차 확신할 수 없다. 메모리칩이라도 있다면 대용량에 담아 놓고 다시 기억할 수 있겠지만 살아갈 수록 용량이 줄어들기도 하고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치매'라는 것이 앗아 갈수도 있는데 어디까지 기억해야 할까 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