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히말라야 - 유방암도 이긴 아홉 여인들의 히말라야 등반기
한국유방암환우회합창단 엮음 / 이콘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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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이라고 정말 같은 병을 앓아봐야 어떤 병이 어떻게 아픈지 알지 옆에 있는 가족도 내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가까운 지인들도 내 아픔을 털어 놓는다고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보내기 일쑤지 내 아픔을 그들의 가슴에 담아 두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은 나의 아픔도 자신의 아픔도 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소개만으로도 괜히 읽어봐야할 것만 같았다. 내가 유방암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양쪽 가슴에 근종이 있어 한동안 혼자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그렇다고 옆에 있는 가족에게 말을 해도 내 아픔과 걱정을 함께 나누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았다. 내게도 몽우리가 하나도 아니고 세개나 있었다. 아니 내가 만져서 알아 낸 것은 두 개였고 그런 이유로 종합검진을 받으며 그 부분을 좀더 세세하게 초음파를 받아 보니 하나가 더 발견되었다. 갑자기 하늘이 까맣게 변한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듯 멍했지만 있는것 어쩌겠는가 검사하고 결과를 받아 들이고 순순히 따르기로 맘을 먹고 나니 조금 숨통이 트였다.

 

그렇게 하여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게 되었다. 혼자서 진료를 받고 암검사까지 받고 나니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조금은 초조하고 내가 어디까지 준비를 해 놓아야 할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고 그에 관한 검색을 나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혼자서 끙끙거리다 딸들에게 알려야 할 듯 하여 알리고나니 모두가 걱정하게 되었고 다행히 암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나와서 어찌할까 하다가 하나가 자꾸 통증을 유발하는 것 같아 다른 병원으로 옮겨 제거수술을 받았다. 그 전에 친정아버지께서 폐암으로 내가 근종이 있는 부위에 똑같이 혹처럼 크게 나온 부분이 있었는데 가시는 마지막 길에서도 난 그 부분을 손으로 잡고 놓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 생각을 하니 나 또한 가만히 놔두면 해가 될까 하여 아니 너무도 크게 밖으로 튀어 나오고 심장에 통증이 있어 상담을 했더니 제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혼자 담담하게 수술을 받고 왔다. 하지만 또 하나 큰것이 자리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아직 작다. 그것이 올해 팔월의 일이고 그 다음 구월엔 폐경과 비슷한 증세가 있어 병원을 찾았던 자궁 내막에 언제 자리했는지 기생하는 혹이 발견되고 그 또한 암검사를 거쳤는데 다행히 암은 아니지만 적출을 해야만 한다고 하여 시월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로 인해 건강은 바닥까지 떨어지고 내겐 휴식같은 시간이 주어졌고 아이들을 낳을 때하고는 다르게 나이가 들어 아프다보니 내 자신을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혹사만 하고 살아 온 것은 아닐까.

 

아직 온전하지 않은 건강이지만 다행히 하루 하루가 다르게 회복되어 가고 수혈을 받아서인지 그만그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분명 수술전과 수술후는 다르게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오래동안 허리병으로 고생을 했는데 수술 후 허리병이 없어졌다. 감쪽같이.그런가하면 앞으로 더욱 더 철저하게 관리를 해 주어야 하는 것들이 남아 있지만 정말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고 다져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내가 아파하는 동안 옆에서 옆지기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미안하다고,아니 함께 아파해줄 수 없음을 몹시 안타까워 했다. 그런가하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이야기를 듣고 비교를 하게 되는가 하면 금방 일어나 예전과 같이 일상으로 돌아 올것같이 서두르는 나도 발견하게 되지만 몸이 많이 지쳐 있고 몹시 힘든 시간을 지나왔음을 알기에 앞으론 정말 그동안 뒤로 미루던 가까운 뒷산이라도 자주 올르며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몇 해 전부터 산을 잘 오르지 못하는데 등산을 하게 되었고 자연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지만 어찌보면 그때부터 내 몸에서 녀석들은 기생을 시작했는지 모른다.그 시기부터 아프기 시작했으니. 검사보다는 자가진단으로 '괜찮겠지' 하면서 미루던 것이 큰 병을 키운 듯 하다. 병에는 '자가진단' '자신만만'을 하면 안된다. 검사를 받고 대처를 했어야 했는데 '설마 내게 그런 일이..' 라고 늘 자만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한국유방암환우회'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이야기를 읽는 듯 하여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내가 몹시 아팠던 때 생각도 나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검사를 받고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여 힘든 시간을 견디던 그 시간들이 오버랩되어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다.적출수술을 받고 퇴원을 하였다가 잘못되어 심한 하혈로 인해 사선을 넘나들던 응급상황이 발생하던 아픔을 겪어야 했고 그 순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딸들'과 이 시점에서 죽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왔는데,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은데 여기서 주저 앉을 수 없다는 생각에 더 호흡을 가다듬고 들숨과 날숨으로 날 일으켜 세웠던 시간들.여자에겐 정말 중요한 자존심인 '가슴'을 유방암에 빼앗긴다는 것은 나 또한 받아 들인다는 것이 힘들것 같지만 녀석에게 내 목숨을 내주는 것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고 내가 살 수 있는 길이라면. 세상은 사는 것이 더 문제다. 삶과 죽음은 분명 같은 얼굴이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라는 말처럼 내가 존재해야 그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안에는 내가 바로 서야 모두가 바로 선다. 울집만 봐도 나 하나 아픔으로 인해 잠시 흔들흔들,값어치를 따질 수 없고 표가 나지 않던 '주부'의 몫이 나 하나 아픔으로 인해 모든 곳에서 나타났다. 엄마가 건강해야 모두가 웃을 수 있고 가정이 온전할 수 있다.

 

아픔을 겪고 일어난 환우,아니 마음과 몸이 건강한 아줌마들이 히말라야를 올랐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뒷산만 올라도 헉헉 거리며 힘들어 하는데 몇 천미터를 거뜬하게,산고와 유방암보다 더 힘든 '고산병'을 이겨내며 올랐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고 삶에서 그보다 더 힘든 일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라 본다. 히말라야를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몇 번 만났다. 그 길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란 것을 알고 모두가 또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로망의 산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유방암'을 겪고 이겨낸 아줌마들이 가정을 뒤로 하고 아니 오로지 자신의 존재만으로 그곳을 올랐다는 것은 히말라야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았다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것이 우리나라의 산에서도 분명 찾았을테지만 모두가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내며 다져진 '환우애'가 돈돈하게 서로를 더 단단히 결속시켜 주고 세상에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으로 똘똘뭉친 여장부가 되게 하지 않았을까. 내가 과연 히말라야를 간다면 오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책을 읽으며 몇 번을 해 보았다. 내가 오른 최고의 산은 겨우 천미터 였는데 그보다 다섯배는 높은 산을 고산병과 싸워가며 오를 수 있을까? 아줌마의 힘이 병을 이겨낸 '의지'가 일구어낸 힘은 아닐까.

 

'행복은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 빨리 도달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며 걷는 그날을 말이다.' 병을 이겨냈거나 아픔을 이겨내고 나면 내게 주어진 그 다음의 시간들은 '감사'하게 받아 들이게 된다. 나 또한 내게 주어진 지금의 삶을 감사하며 산다.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 알고 좀더 기분 좋고 더 열심히 그리고 나 자신을 찾아가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하루 하루 행복을 만들어 가며 말이다. 온 몸에 쥐가 나서 '하산'의 명이 떨어졌던 분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다시금 재충전하여 그들과 합류 할 수 있던 그 에너지처럼 '내일'을 알 수 없는 삶,덤으로 주어진 시간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신 아홉 분의 여전사들의 이야기는 눈물겨우면서도 당차고 앞으로 우리가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야 함을 말해준다. '암'이란 이젠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의 이야기가 될지 모르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희망을 놓아선 안되는 것이 또한 삶인듯 하다. 희박한 산소를 마시고 고산병과 싸우며 여전사들이 히말라야를 올랐듯이 살아가야할 이유가 분명히 있는 세상,앞으로의 시간은 좀더 웃으면서 희망을 충전하며 살아갈 일이다. 그래야 병이 비집고 들어 올 틈을 줄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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