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 이야기의 땅, 터키 이스탄불에서 델피의 신탁까지
김덕영 지음 / 책세상 / 2012년 7월
절판


내가 참 취약한 부분은 그리스 로마신화이다. 모자라면서도 신화와 관계한 것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밌다. 지난번에 읽은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도 재밌었고 며칠전에 읽은 <토로스 & 토르소>에서도 신화와 얽힌 이야기의 전개가 있어서 재밌게 읽었는데 '그리스'하면 정말 '그리스 로마신화'를 빼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듯 하다. 거기에 저자가 다큐멘터리 작가이다보니 지금까지 접한 여행서와는 구별이 되는 그만의 이야기 전개가 참 좋았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를 따라 역사와 신화를 공부하는 느낌,뭔가 지식충전의 여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 들어 재밌게 읽었다.


내게는 '터키'는 '오르한 파묵' 때문에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서 볼거리 이야기거리가 참 많은 곳인듯 하기도 하고 그곳을 거쳐 유럽으로 나아가는 관문이기에 왠지 모르게 더욱 끌리는 곳인데 저자는 터키에서 시작하여 그리스를 한바퀴 도는 여행으로 삼았다. 그는 책에서도 비유를 해 놓았지만 하루키하고는 반대방향이라고 할 수 있고 그는 수도원을 여행하는 닫힌 세계를 여행했다면 저자는 '돌 여행' 이라 할 수 있는 고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돌에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했다. '그리스에서는 하루 종일 돌덩이들로 이동을 하는 느낌이다. 이런 돌무더기 유적지를 여행한다는 건 정말 머리에 쥐가 나는 일이다.' 역사의 흔적,시간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오래 남아 있는 것이 '돌' 그리고 '나무' 인듯 하다. 우리에겐 나무로 된 문화와 역사가 많은듯 한데 외국의 역사를 보면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역사'가 참 많다. 그러니 낭만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먼 조금 거칠고 힘든 여행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유럽여행기 중에는 '수도원여행' 기를 몇 권 보았는데 참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행이라고 보았는데 이런 돌로 이루어진 유적지를 찾는 것은 또 어떤 느낌일까,저자가 앞에서도 한참 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놓아서일까 한편으로는 딱딱한 여행기가 아닐까 했지만 내겐 그래도 참 매력적인 여행으로 다가왔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딱 집어서 다녀와서일까? 터키와 그리스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곳을 다큐작가와 함께 한다면 정말 재밌고 유익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가 세워 놓은 큰 그림의 여행계획중에 정말 맘에 드는 것들이 있어 옮겨 보면 '둘째,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곳에서는 직접 몸으로 그곳을 통과해 본다. 넷째,에개해는 '오후5시에서 7시' 사이에 통과한다.... 이 시간대에 석양이 가장 아름답단다. 오후 5시에서 7시사이, 그 시간에 나는 배를 타고 붉게 물들어가는 에게 해를 건널 것이다. 다섯번째,그리스에서 터키로 귀환할 때는 '오리엔탈 특급 열차'를 탈 것이다. 그리스와 터키를 오가는 열두 시간의 야간열차,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어쩌면 어렸을 때 밤을 새워가며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이란 영화에 대한 기억 때문일수도 있다.' 이런 큰그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꽤 낭만적인 것도 있다. 아 정말 이런 여행도 괜찮을 듯 하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면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읽는 것은 어떨까? 그 이야기 속의 살인사건은 모두가 범인이다. 모두가 한 편이 되어서 살인을 한다.아니 그들은 살인을 하기 위하여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탄 사람들이다. 여행과 살인은 맞지 않지만 이런 낭만도 찾아 볼 수 있다면 더없이 재밌는 여행일듯 하다.


바다에서 보는 일몰과 일출은 어디서나 봐도 정말 아름답다.그것이 어느 바다이든 모두 아름다울텐데 자신이 꼬 가고 싶던 곳에서 보고 싶던 곳에서 보는 석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리고 남들이 많이 찾는 곳 보다는 잡풀을 헤집고 들어가서 만나는 거대한 돌무더기들의 이야기처럼 나만이 독특하게 찾는 그런 테마여행 속에서 만나는 역사와 신화 그리고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낯 익은 사람으로 되기까지의 시간들은 참 설레임녀서도 힘겨움 보다는 부러움으로 함께 했다. 여행이란 낯선것에서 느낀느 설레임이 그리고 낯선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갈 때 이별을 해야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 것이 여행인듯 하다. 그가 들려주는 고대 역사 유적들도 좋았지만 왠지 내게 더 느낌이 좋았던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시간이란 세월을 빗겨가지 못하고 역사와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 녹아나 다시 빛이 되고 있지만 그 속에 일부분 나도 점을 찍으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왜 그리 진하게 다가오는지.힘겹게 찾아가는 고대 유적지를 향하는 길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고 아무것도 통하지 않지만 그를 태워주기 위하여 선 노부부의 꾸밈없는 얼굴표정이 우리네 이웃집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는듯 하면서 여행의 피로를 모두 풀어낼 수 있는듯한 푸근함이 담긴 모습이 너무 좋았다. 여행이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여행의 맛을 높여준다.


고대 역사의 흔적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퇴색해 버렸다고 해도 그 시간들은 고스란히 현대로 이어져 그속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신화에서 역사로 그리고 현대의 시간까지 낡고 오래된 돌덩이를 보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해 하고 나 자신을 보게 하는 여행인듯 하다. 낡은 돌덩이 속에서 빛을 발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의 여행은 한 편의 '테마기행'을 보는 것처럼 참 값진 시간이 되었다. 비록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돌덩이들을 직접 대하지 못하고 그저 한 장의 사진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그것으로 에게해의 바람을 시간을 느끼기엔 충분했다.언젠가 'EBS테마기행'에서 '크레타' 섬에 대하여 본 것 중에서 유독 그곳에서 전통적인 '칼'을 만드는 장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크레타섬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관심을 기울이며 읽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없어도 왠지 내 기억속의 추억과 함께 하는 기분이 들어 더 기분이 좋았던 여행,그런가하면 나도 한번은 크레타 섬이며 다른 여행지들을 가보고 싶다는 로망.


붉은 부겐베리아가 아름답게 핀 흰색과 파란색으로 도색된 아름다운 미코노스의 거리며 여행자가 정착민이 되어 만든 아주 작은 책방인 산토리니 섬의 예쁜 책방 '산토리니' 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이름이 적힌 것이며 작지만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추억을 만들게 한 그곳은 왠지 꼭 가봐야 할 것만 같은 장소인듯 하기도 하다.낡은 돌덩이에서 어쩌면 잃어버린 혹은 빛이 바랜 시간을 읽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돌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아 척박하고 투박한 맛을 주면서 왠지 모르게 돌에 따사로운 기운이 서려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은 뭘까? 난 여행을 가서 돌로 된 오래된 것들을 만나면 한번씩 손으로 쓰다듬어 본다. 그렇게 하여 선조들의 영혼과 교감이라도 나누듯 이야기를 나누고 온다. 까슬까슬한 돌에서 전해지는 느낌,난 참 좋아한다. 그가 읽어낸만큼 읽어내거나 간직하고 있는 지식은 없지만 그런 행동 하나에도 괜히 과거와 현재의 내가 연결이 되는 느낌이 들어 한번씩은 꼭 만져 보고 느끼고 오는데 그리스의 그곳 돌덩이들도 한번씩은 만져 보고 싶은 기분,그리고 나도 그곳에 가면 에게해는 오후 5시에서 7시에 건너야 하고 그리스에서 터키로 돌아갈 때는 꼭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야할 것만 같은 여행 계획을 각인시켜 주는 그리스여행 이야기는 신화와 역사에 깊이를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책이다.난 여행이 좋고 이런 역사여행을 좋아해서인지 참 느낌이 좋게 읽었다.그런가하면 그리스에서 읽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며 난 이런 여행 언제 떠나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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