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평점 :
저자의 <좋은 이별>을 정말 기분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아니 나 또한 그 책을 통해서 '좋은 이별'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와의 이별을 '좋은 이별'로 마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이 아버지와의 이별에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어서일까 작가를 '심리에세이' 작가로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접하게 된 '만가지 행동' 다른 사람을 통해서 볼 수 있는 내 모습, 분명 내 안에만 자리하고 있는 모습들이 아닌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타인을 통해서 혹은 나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쉽게 읽으면서 긍정하고 내가 알지 못했던,아니 회피하고 있던 부분들을 이기회를 빌어 좀더 적나라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직접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수혜자 입장에서 쓴 책이라 그런지 정말 다른 책들과는 차별성이 있다.작가가 직접 정신분석을 받은 후에 긴 훈습 기간을 거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하여서인지 더욱 와 닿기도 하고 살면서 직접 체험한 일들이라 더 와닿는다. 자기자신을 제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길은 '여행'이 아닐까 한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만나면서 마주하는 자신 속에서 자신이 느끼지 못하던 타인과 같은 자신을 만날 때가 있다.내 안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폭력... 그외 많은 감정들을 타인을 통하여 잠재된 내 속의 나를 들여다 봄으로 하여 비로소 내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는,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어느 저자의 책처럼 우리 또한 그런 길을 통하여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은 아닌가 한다.
훈습 첫 단계로 ' 하던 일 하지 않기'로 '유아기에 만들어 가진 미숙하고 낡은 생존법을 버리는 과정이었다. 부정적이고 부족한 내면을 끌어안고, 의존 침해하는 관계를 정비하고 '충탐해판'의 언어를 떠나보냈다.' 라고 되어 있는데 '하던 일 하지 않기'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변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하지 않고 다른 것을 선택해서 하는 것,'다르게 살고 싶다' 고 꿈꿀 때마다 진심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치릴 수 있었던 것...인식,관점,사고의 틀이 바뀌는 지점에서 성취되는 것임을 훈습 과정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인식이나 관점,사고의 틀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자신의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을 훈습의 첫 단계로 보았는데 유아기적 가지고 있던 것들을 버린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임을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나간다.
그렇다면 훈습 두번째 단계는 '하지 않던 일 하기'이다. '한 10년 자발적 왕따로 지내며 단순한 삶 속에서 신비한 지혜에 닿기를 꿈꾸었다.' 라고 하는데 '자발적 왕따'로 혼자 지내며 내면의 자신과 만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작가로 살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재능이나 열정이 아니라 용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 내부 검열자를 침묵시키면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일부터 불안을 떨쳐 내는 용기가 필요했다.글쓰기가 공동체의 통념을 넘어서는 곳으로 나아갈 때도 용기가 필요했고......책이 출간된 후에는 만 명의 독자로부터 만 가지 평가를 듣더라도 여전히 자기를 믿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 작가로 살아가면서 느끼거나 가졌던 감정들과 독서 모임회를 가지면서 가졌던 경험들이 훈습 세번째 단계로 이어져 나오며 우리 안에 감추어져 있던 감정들의 훈습을 가지게 한다. 정신분석이나 심리라고 하면 괜히 머리 아프고 더 두통을 가져올것만 같은데 읽다보니 그동안 알게 모르게 회피한 감정들을 그녀가 너무 잘도 끄집어내니 괜히 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세상이 변해 갈수록 타인과의 관계맺기가 점점 힘들어지지 않아 생각을 해 본다. 문명의 이기들이 발달하기 전에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거나 혹은 마음을 글로 표현하여 전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이 있고 서로를 헤아려 줄줄 아는 넓은 아량이 있었다.하지만 현대 사회는 문명의 이기들이 발전하여 마음을 전하는 속도는 분명 빨라졌지만 서로의 마음의 헤아려 줄 수 있는 그 깊이는 없어졌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내 마음을 알아 주기만을 바라지 그 깊이까지는 뿌리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우린 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불안,걱정,폭력성들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른아이와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들여다보며 세상이 변하기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변해야 할 때임을 다시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