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맛 - 맛의 비밀을 찾아 떠난 별난 미식가의 테루아 탐험기
로완 제이콥슨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맛을 결정하는데는 물론 레시피도 중요하겠지만 '원재료' 에 있다.재료가 얼마나 신선한지 혹은 자연의 모든 것을 잘 담고 있는지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물론 손맛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같은 재료라도 자라는 기후나 환경 자연이 다른 곳의 재료를 가지고 만든다면 분명 맛은 다 다르다.그 맛의 비밀을 찾아 떠난 어느 별난 미삭가의 '테루아 탐험기'이다. '테루아' 우리말로 하면 '신토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그 지역에서 나고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모든 것을 탐고 있는 최고의 '재료' 에 담긴 '맛의 비밀'을 찾는 여행,게이샤 커피,메소아메리카 초콜릿,캘리포니아의 벌꿀,캘리포니아의 와인,버몬트의 치즈,프린스에드워드 섬의 물,퓨젯 사운드 토튼 만의 굴, 유콘 강의연어, 멕시코 미초아칸의 아보카드에 대한 여행이다.

 

하루에 한 잔이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이 없는 나,물론 커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일상적인 차가 되었다.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중독자도 있고 요즘은 테이크 아웃점이나 골목마다 커피점들이 많아 맛있는 커피를 맛볼 기회도 많아졌다. 그런 커피가 대중화되기까지는 '스타벅스'의 하웰이 한몫을 해다. 골목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다방이 아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 맞서는 한국적인 커피 전문점도 요즘은 많은 생겼고 그만큼 커피는 우리 일상 생활 속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오고 있는데 그런 커피중의 최고인 에스메랄다 스페셜,게이샤 커피를 찾아내고 좀더 대량화 시켜 우리가 맛보기까지,커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스타벅스의 이야기와 함께 한다. 원두커피를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가끔 마셔보면 그 향에 정말 깊게 빠져들게 된다. 요즘은 원두를 갈아서 뜨거운 물에 내리며 그 향을 즐기기도 하는데 커피의 다양한 맛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최고의 커피는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를 보면 '코피루왁' 인줄 알았다. 사향 고양이가 잘 커피콩을 먹고 배설해 낸 커피만 골라 만든 코피루왁,코피루왁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하여 커피농장 주변에 사향고양이를 많이 키운다는 이야기도 본 듯 한데 코피루왁도 그렇지만 모든 것은 자연이 결정하는 것 같다.

 

커피나 초콜릿이나 우리는 정말 흔하고 쉽게 접한다.하지만 원산지에서 재료를 채취하는데 있어 '노동력착취'라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를 채취하는데 어린이들의 노동력이 많이 이용되고 있어 문제가 되어 한동안 초콜리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다크 초콜릿'이 몸에 좋은가 나쁜가에 대하여 문제가 제기 되기도 하였던 부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저자는 카카오 열매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동물들이 카카오 속 열매를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자연은 오묘한 육질의 껍데기를 만들어 원숭이들이 먹게 하기도 했지만 타원형의 열매를 만들어 아즈텍인들이 신에게 제물로 바치기도 했던 열매가 현대인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초콜릿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역사및 다양한 맛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달고 끈적끈적한 과육으로 씨앗을 두른 다음, 그 전체를 미식추공만 한 크기와 색상의 질기고 간편한 타원형 꼬투리에 담는다. 나무 몸통과 큰 가지에 꼬투리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유방이 여러 개 달린 힌두교 여신들 중 한 명처럼 비친다.'

 

버몬트 주의 고지대의 메이폴 시럽이나 캘리포니아의 벌꿀,캘리포니아 와인등은 자연이 만들어낸 선물이다. 거친 자연속에서 나무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벌이는 생육의 시간들이 더 맛있고 특별한 '맛'을 지니게 한다. '내가 여태껏 맛본 최고의 벌꿀 중 하나는, 상당히 생뚱맞지만 도쿄의 심장부 긴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고층 백화점들과 현란한 네온사인들이 즐비한 그곳은 꿀벌이 도심 환경에서도 잘 길러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게 목적인 '긴자 허니 비 프로젝트' 의 거점이기도 하다.' 최고의 커피 에스메랄다 스페셜도 그렇고 메소아메리카의 초콜릿이나 그외의 것들도 평탄한 자연이나 기후에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재료와 맛이었다. 거친 자연을 이겨내고 비로소 완성된 맛을 지닌 재료들이 갖는 '최고의 맛' 은 그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수 있는 '음식 레시피'도 있어 괜찮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처럼 컬러플한 사진이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게이샤 커피에 대한 사진이나 커피를 이용한 음식 사진등이 첨부되었다면 보다 더 재밌게 책을 읽었을 듯 하다.소묘처럼 한 장의 사진이 잠깐 쉬어가는 기분을 주긴 했지만 많은 이야기보다는 한 장의 사진이 전해주는 느낌은 또 다를 듯 하다. 그런 아쉬움도 있다.

 

자연은 처음과 끝이 똑같은 것이 아니라 늘 변해 가기 때문에 재료에 깃든 맛도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 유콘 강의 연어수가 줄어 들듯이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지켜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맛 볼 수 있는 '지상 최고의 맛' 또한 점점 희귀해지고 사라질지 모른다. 북미에 한정된 이야기는 하지만 이것이 꼭 그들만의 맛이 아닐 것이다. 우리도 또한 우리가 간직한 우리만의 맛이 있다. 대량생산의 어패로 바다생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경오염으로 인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도 점차 사라져가는 것들도 있다. 최고의 맛을 지니고 있는 것들은 어쩌면 그만큼의 시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지키려 하는 의지도 또한 중요한 듯 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할 듯 하다. '저는 테루아라는 개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우리는 지금 우리 사업의 라이프 사이클을 따라 테루아를 정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테루아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의 조합이란 점입니다. 그 최소 공통분모는 경제성이고요.다른 그 무엇도 경제성 없이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다면, 그건 테루아가 아니에요. 자아만족이지요... 생산물을 개인과 분리할 수 있을 때,테루아를 정의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한가지 요소맛으로 지상 최고의 맛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 자연의 조화가 비로소 지상 최고의 맛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에 대한 그것을 지키고 상품화하는 것 또한 모두의 몫이겠지만 자연이 지켜져야 비로소 모든 것이 가능한 일이다. 환경파괴가 이루어진다면 유콘강의 연어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게이샤 커피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잔의 와인이나 한 잔의 커피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무수한 시간들이 더해져 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류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먹는 단순한 한 끼 식사에도 감사하게 된다. 거져 얻어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그 이유를 가지고 태어나고 내게로 왔듯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감사와 이런 여행 또한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자연은 장소마다 서로 다른 거래를 한다. 한 지역을 규정하는 바람과 파도와 빛과 생명의 패턴이 거기서 자라는 동식물 안으로 흘러든다.그것이 테루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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