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ㅣ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기도 하고 그리움이 있어 인간이 존재하다고 하기도 한다. 삶에 있어 추억이란 무엇일까? 추억과 기억의 차이란,기억과 사실의 차이란 무엇일까.추억이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일다.그러면 기억이란 이전의 의식에서 있던 것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사실이란 '실제로 있었던 일안 현재에 있는 일' 사전적 의미가 약간씩 다르다. 바닷가 절벽에 위치한 '추억전당포' 이곳은 어른들은 모르는 20세 생일이 되기전까지 기억되고 드나들 수 있는 아이들만의 공간이다. 이 곳에서 행복했거나 슬펐거나 가족이나 친구 그외 모든 것에 대한 '추억'을 마녀가 사고 그에 대응하는 값을 돈으로 지불한다. 하지만 한번 판 추억은 판사람에게는 기억만 남아 있고 추억은 없다. 하지만 20세가 되기전 자신이 가져간 돈을 지불하면 모두 다시 되찾아 올 수 있다.
추억에서 좋고 나쁜 것이 있을까? 좋은 추억도 나쁜 추억도 모두가 더해져서 인생을 살아가는 영양분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들은 막상 지금 당장 사고 싶은 게임기나 그외것들을 사기 위하여 필요한 돈을 아르바이트로 버는 것보다 이곳에서 추억을 팔고 받는 돈이 더 많이게 이곳에 와서 자신들의 추억을 판다. 지금 당장은 필요 없는 '추억'으로 여겨지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팔고 받은 돈으로 게임기도 사고 필요한 돈을 충당한다. 이곳에 드나들며 자신이 차남이라는 이유로 엄마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하루토는 '엄마에 대한 추억'을 팔고 돈을 받아 게임기를 산다. 그런가하면 신문부 기자인 리카는 이곳에 대한 취재를 하여 학교신문에 쓰려고 했는데 친구들의 반대로 자신들 기억속에 묻어 두기로 한다.아니 어른들은 이런 것을 믿지 않을 것이란 말에 더 무게를 두지만 그녀도 한 두번 바닷가 절벽의 추억전당포를 드나들다보니 그곳에 오는 사람드르이 이야기도 그리고 추억전당포의 마녀하고도 친해지게 되기도 하고 점점 기자정신을 발휘하여 세상사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을 밝혀 내고 싶은 마음도 있는가하면 점점 마녀하고도 친해지게되기도 하여 이곳에 오면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대부분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 불만을 자신의 가족중에 엄마나 그외 형제들에게 털어 놓고 해결하기 보다는,아니 가족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안좋은 것들은 모두 마녀에게 팔고 돈으로 환산하여 지금 당장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쓰기 때문에 이것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을 한다. 과연 그럴까? 이야기는 리카의 초등시절부터 20세 생일을 맞이하는 날까지 추억전당포와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녀와 관계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좋은 추억만 가지고 살아갈까? 그 속에는 좋은 일도 있겠지만 삶 속에는 분명 죽음도 있고 친구와의 나쁜 관계도 있으며 마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잡다한 일들이 무한히 존재한다. 서로 엇갈리는 감정 속에서 가졌던 미움도 어느 사이 다시 사랑으로 변하기도 하고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을 하게 되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 가면서 감정도 어쩌면 성장을 해 가고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아법사 이야기와 재밌게 얽혀 그들의 성장이야기를 들려준다. 학창시절을 부모의 갈등과 친구와 이성의 갈등을 겪으며 보내게 되지만 그것이 다 인생이다.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성장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것을 마법으로 없던 일처럼 깨끗하게 처리한다면 산다는 것의 의미가 있을까.
바닷가 절벽 추억전당포에 가서 엄마에 대한 추억을 모두 팔았던 하루토는 갑자기 자신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시게 되자 다시 자신이 받았던 만큼의 돈을 들고 가서 '엄마에 대한 추억'을 고스란히 찾아 온다.비로소 그 모든 지난 추억들이 자신에게 값진 시간이었음을 엄마가 돌아가시고나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리카는 오랜시간 자신과 친한 친구이며 사랑하는 사이라고 알고 지내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아니 성장의 한 과정이라는 알게 되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나타나길 바란다. 늘 왕따로 지내던 메이는 리카와 친구와 되면서 그늘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는다. 그들이 찾아간 '추억전당포'는 어쩌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그들의 등을 토닥여 준 따듯한 '사랑방'과 역할을 하여 그들의 삶을 지켜본다. 마녀는 자신의 마법을 그들의 삶에 하나 적용하지 않고 그저 들어주고 찾아가지 않은 추억은 반짝반짝 바닷속 불가사리를 만들정도로 인간의 삶에 무관심한 척 하지만 그들의 등을 늘 두드려주고 따듯한 차로 그들을 위로한다.
어쩌면 우리 살아가는 동안 '위로'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런 공간이 제일 필요할 때가 자아가 성립하기 전인 시기인 사춘기인지도 모른다. 부모님과는 소통이 안되고 친구하고는 소통이 잘 된다고 하는 사춘기시절, 그들의 통을 토닥여주면서 슬프거나 나쁜 추억도 인생의 소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마녀는 가르쳐 주고 있는 듯 하다. 추억을 돈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추억에 가격으로 환산할 수 있는 그런 기준도 없다. 삶에도 죽음에도 모든 시간들은 다 필요하고 내 주위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하루토에겐 엄마가 아픔만 주고 간 것 같지만 실은 그의 모든 추억속에 과거에도 미래에도 살아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거기에 있어. 왠지 그런 기분이 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마녀가 아닌 친군감이 넘치고 달팽이 세마리가 유리창 청소를 하고 다람쥐까 따듯한 차를 끓여주는 바닷가 절벽에 위치한 추억전당포, 멋진 경관만큼이나 따듯하게 아이들을 감싸주면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당포가 아닐까.
처음 시작은 가볍다고 할 수 있었는데 다 읽고 나니 그렇지가 않다. 바닷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불가사리처럼 인생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지만 왠지 멋진 환타지속 이야기 같아 달콤하게 별사탕이라도 먹어가면서 인생의 의미를,삶에서 추억이 차지하는 의미를 되새기며 친구도 가족도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모든 추억들도 삶에는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좀더 가족애와 우정에 관하여 무관심보다는 관심으로 기울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이런 추억전당포가 있다면 어른들은 누구에 관한 이야기를 추억전당포에 맡길까? 돈도 아이들보다 더 필요하고 맡길 추억도 많을텐데 정말 이런 곳이 있다면 대박날 듯 하다. 하지만 추억은 내 안에 존재할 때 비로소 그 값어치를 갖는 것 같다. 빈껍데게뿐인 기억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추억으로 간직되어질 때 비로소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