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즐겁다 사계절 1318 문고 67
김이연 지음 / 사계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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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인 사춘기에 자신의 색깔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듯 하다. 학교 진도를 따라가며 공부하기도 힘든데 나중에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하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친구들이 몇이나 될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결정했다 해도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다른 과를 선택해서 대학을 결정해야 하는 난감한 현실앞에, 또한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나왔다고 해도 현실에서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어른들의 세대와는 다르게 청소년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한다. 그만큼 개성도 강하고 윗세대하고는 생각도 다르고 보는 것도 경험하는 것도 물론 다르다. 하지만 현실에서 따라주지 않는 이질감 때문에 가끔 잘못된 길을 선택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음을 종종 접하게 된다. 현실과 너무 다른 교육앞에서 늘 좌절하고 상처를 입는 것은 아이들이다.

 

공부와 피아노를 병행하던 우리들,하지만 두가지를 모두 하기엔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 한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부모님의 뜻을 받아 들이기도 하고 현실에 따르기도 하여 피아노를 접고 공부를 하게 되었지만 사람은 버리거나 잃어버린 것에 더 애착이 가게 마련이다.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하니 피아노에 더 애착이 가고 집착이 생기고. 하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또 다른 꿈을 향한 출발선에 섰지만 마음은 늘 흔들렸다.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과연 나중에 어른이 되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런 와중에 친구의 '고백'을 듣게 되었고 그 친구는 부모님께도 말씀드리지 못한 고백을 알콜의 힘을 빌어 하게 되었다. '나 게이인가봐.' 그 말을 듣고 정말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지만 게이이기 이전에 너무도 친한 친구이다. 친구의 아픔을 감싸주어야 할 것만 같아서 친구와 함께 고민을 하고 부모님께 그런 친구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엄마의 말씀, '게이라고 다를게 없지. 다 같은 친구고 사람인데 어제와 똑같은 친구일뿐야.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니가 다르게 대하면 친구는 더 힘들어 할거야. 시력이 나빠서 안경을 끼듯 그 친구도 어느 한부분 다를뿐이지 그게 이상한 것은 아니야.잘 감싸주렴.' 친구의 고백에 한참 혼자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것도 별거 아닌 문제가 되었다.친구는 친구일뿐이다.

 

사춘기시절은 정말 공부도 그렇고 성적인 문제도 그렇고 이성이나 판단력등 어린이에서 갑자기 '어른'이 되는 시간이듯 하다. 지금까지 그냥 걸어 왔던 길에 무언가 뜻이 있어야 하고 목표점을 정해놓고 가야만 하는가 하면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늘 자유로운 아이일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자녀나 학생을 원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공부만 할 수는 없다. 공부가 길이 아닌 사람도 있고 다른 것이 자신의 색깔일 수 있는 친구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교육 현실은 그런 것을 인정해 주려 하지 않는다. 모두가 똑같이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을 원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란은 중2 학생이다. 그가 갑자기 '영양실조'라는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것도 실은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한,수행평가를 이행하기 위하여서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안에 지금까지 그런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무대에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자신이 짜릿한 쾌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자신의 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녀의 오빠 이락은 이름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정체성과 싸우고 있었다.그것도 혼자서. 아빠 혼자서 이란과 이락을 키우고 있는데 그런 아빠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야기 했다가 더 혼란만 가져온다. '나 게이에요.' 그것을 받아 들일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사회도 이상한 '인간'으로 손가락질하며 보고 있는데 부모나 형제라면 아니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라면 어떠할까? 그리고 이란과 함께 하는 유미는 어린시절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다가 다이어트로 인해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런 자신의 몸정체성에서 빠져 나오질 못하고 '거식증'에 걸린다. 청소년들이 한번쯤 겪어볼 문제들을 재밌고도 감동 한숟갈 보태어 잘 다루어 주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이것이 내게 맞는 옷인지 모르고 살 수도 있다.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이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수도 분명 있다. 어른들의 입장이라면 '내 아이만은 아니길' 분명 모두가 그렇게 원한다. 받아 들이고 이해해 주기 보다는 '포기' 를 권한다. '이거 하지 마라.그거 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공부, 공부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말처럼 정말 사회는 성적순이 아니고 행복도 성적순이 아니다. 그런데 공부를 강요하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벤드를 하겠다고 나 게이라고 하면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학교로부터 '무기정학'을 받는다면,아 정말 마음 아프다. 누군가 그들의 아픔을 감싸주기 보다는 '포기해.하지마'라는 소리만 들리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지금 넌, 너 스스로를 사랑하니?' '게이인 이락, 그대로를 사랑하고 인정해 주세요. 저희 아버지처럼 아들 하나 잃고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요. 가족은 그런 거잖아요. 언제나, 그 누가 뭐라 해도, 늘 한결같은 내 편, 그게 가족이잖아요.'

 

가족이란 무엇일까? '늘 한결같은 내 편.'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란의 가족 또한 오빠인 이락이 게이라고 하기 전에는 모두가 문제없는 '가족'의 밑그림을 충실히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빠가 '커밍아웃'을 하면서 혼자인 아빠도 흔들리고 벤드를 하는 이란도 흔들리고 물론 현실에서 '게이'을 인정해 주지 않는 친구와 선생님 학교와 맞써 싸우는 이락 또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란도 이락도 그리고 아빠도 아픔을 견디며 흔들림에도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고 굳건히 다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맞써 싸워서 이겨내려고 단단히 벼르고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란은 자신이 발견한 '꿈' 을 향해 더 열심히 노력하기로 하는가 하면 이락은 자신의 현실과 맞써 싸우기로 했고 뜻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곁에 많다는 것을,그리고 자신으로 우뚝 서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가 하면 아빠 또한 가슴이 시키는 일을 찾아 나선다. 모두가 흔들린만큼 한 뼘 더 성장을 하여 희망을 향한 출발선에 다시 서게 된 것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말랐지만 살이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학대하는 거식증의 유미처럼 우리 또한 그렇게 거식증에 걸려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지금 넌, 너 스스로 행복하니?' 내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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