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의 꿈 푸른숲 역사 동화 5
배유안 지음, 허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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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김춘추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 한참 백제와도 혼란스런 때이고 고구려와도 딱히 좋다고 볼 수 없는 한수를 놓고 삼국이 모두 혼란스러운 때의 이야기다. 전쟁이란 이기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백성들에게는 그것이 '승리'로 전해질까? 백성들에게 전쟁이란 모두가 피해자일 뿐이다. 전쟁을 위해서는 나가서 싸워야 하고 목숨을 부지해도 궁핍한 삶을 이어가야 하니 전쟁도 통일도 태평의 세월이 아니었던 듯 하다. 아버지가 전장터에 나가 죽음으로 인해 모전기술자인 어머니와 궁핍한 삶을 살고 있던 부소,다행히 김춘추가 부소의 아버지의 죽음을 애통해 하고 그를 '풀밭' 같은 존재로 알고 있었기에 부소는 김춘추의 그늘아래에서 그의 아들 딸인 고타소와 법민과 함께 왕족과 평민이라는 울타리 보다는 법민이 '형'이라 부를 정도로 친하고 격이 없이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민이 왕족이 될 수 없는 계급사회이고 김춘추는 앞으로 '삼국 일통'이라는 대업을 이루려 하고 있다.


부소의 어머니는 전쟁에서 아버지의 죽음및 오빠의 죽음 그리고 지아비의 죽음까지 겪어야 했기에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부소가 전장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전쟁에서 아무리 큰 공을 세웠다고 해도 죽는다면 남겨진 자들에게 남는 슬픔은 너무도 크다는 것을 겪어 왔기에 전쟁에 나가기 보다는 어머니를 도와 모전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런가 하면 어머니를 통해 늘 모전일을 보아왔기에 염색 재료를 구하는 꽃을 따는 일이며 염색을 하는 일이며 누구보다 빠르고 능숙하게 해낸다. 그럴 때마다 고타소는 부소와 함께 하는 것을 즐기는가 하면 그녀가 먼저 원하며 꽃을 따러 가기도 원한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어질 수가 없는 하늘과 땅과 같은 간격이 있다. 왕족과 평민이 어떻게 이어지겠는가? 아버지 김춘추는 대업을 위해 외교를 이용하기 위하여 왜와 가까운 집안의 자식인 품석과 그녀의 혼인을 논한다. 하지만 부소의 눈에는 품석의 인간됨이 보이고 그가 고타소 아가씨의 짝이 되는 것이 마땅찮다. 그렇다고 정략결혼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고타소는 아버지의 뜻에 의해 품석과 결혼하지만 방탕하면서도 큰 인물이 아니었던 품석으로 인해 목이 잘리는 죽음을 당하게 된다. 어찌보면 김춘추의 삼국 일통은 모두의 뜻이기도 했지만 딸의 죽음으로 인해 그가 품은 원대한 꿈이기도 했다.


부소 또한 전장터에 나갔다가 고구려인들에게 잡히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위해 살아야 했기에 자신들의 파 놓은 '함정'의 위치를 알려주는 '첩자' 와 같은 운명이 되면서 '죽음'을 앞에 두어야 했다. 모두를 살리려고 했던 행동이 자신에겐 죽음이 되어 돌아 온 상황,하지만 운명적으로 살아 남아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도 만나게 되고 숨어 지내면서 어머니가 하시던 '모전'을 하면서 지내다 우연하게 김춘추를 만나게 되면서 고타소의 죽음을 알게 된다. 끝내 부소의 누명은 벗겨 진거와 마찬가지로 김춘추 어른도 법민도 그의 현재를 용인해 주지만 그가 숨어 살아야 하고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운명, 삼국 일통과는 별 상관없이 자신의 운명이 전쟁의 피해자가 되어 살아가는 삶이 그려진다. 고타소의 죽음과 부소의 은둔의 삶을 보면 전쟁이란 모두에게 피해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왕족이라고 전쟁과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서민이 받아야 하는 아픔과 고통은 왕족보다는 더 하다.


삼국 일통,김춘추는 고구려에 사신으로 갔다가 삼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무사히 나오게 되고 무사히 지나는가 하다가 고구려가 아닌 당나라와 손을 잡으면서 고구려도 멸망하게 되고 백제도 멸망하게 되어 친구처럼 손을 잡았던 당나라와 적이 되어 싸워 삼국을 통일하게 되지만 전쟁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이름없는 백성들의 죽음이 그 뒤에 숨겨져 있다는 것, 부소의 아버지와 같은 이들의 죽음도 있지만 전장에 나가긴 어린 생명들이나 고타소와 같은 아녀자들의 죽음등 너무 많은 희생들이 함께 했다는 것. 무수한 사람들의 생명과 맞바꾼 삼국 통일이 왜 신라가 했는지? 고구려가 했다면 우리의 영토는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도 분명 있다. 그렇지만 그 시대엔 백제인도 고구려인도 신라인도 '통일'이란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고 자신들이 살기 위하여 신라 또한 통일을 이루었고 그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는 것을,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황이 오기도 하고 부소처럼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한 행동이 '누명' 이나 '첩자'로 오해 받아 죽음에 이르기도 할 수 있는가 하면 서라벌의 원대한 꿈 밑에서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많은 백성들의 삶이 있다는 것을, 그시대를 조금 이해하는 과정으로 그려나간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늘날이었다면 고타소와 부소의 사랑은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서로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서도 신분의 차이 때문에 바라만 보아야 하는 사이,왕족이면서 죽임을 당해야 했던 삶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했던 행동이 자신의 삶을 발목잡는 올가미가 되어 은둔생화를 하게 하는 부소의 삶,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모전일에 빠져드는, 지금은 곁에 없는 그들과의 지난날 행복을 하나 하나 채워간다는 어머니의 말씀 속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는 부소, 전쟁과 통일 그리고 삶과 죽음도 모두 삶의 일부이며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야 함을 발견하게 되는 부소의 삶 또한 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모두가 역사인 것이다. 왕족인 고타소의 삶도 서민인 부소의 삶도,그것이 신분의 차이가 있고 전쟁과 통일이 있다 해도 역사이고 삶인 것이다. 혼란의 시기에 살았던 부소의 삶이 아릿하기는 하지만 부소의 삶을 통해 그 시대를 엿볼 수 있음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푸룬숲 역사동화 시리즈는 참 좋다. 역사를 그저 교과서식으로 보기 보다는 보다 폭넓게 보고 그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와 함께 역사를 경험하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역사에 대한 포용력을 길러 준다고 할까, 승자의 역사가 아닌 아이의 눈으로 시대를 이해하고 역사를 보는 다른 시선을 갖게 만드니 다음엔 어떤 이야기기 나올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삼국 통일에 가려진 '부소의 삶'처럼 평민이며 도망자로 살아야 하는 부소의 삶을 따라가며 그시대를 이해하고 삼국 통일이 어떻게 이루어졌나 밑그림을 그려 보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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