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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데오의 보물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7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라스코의 동굴벽화는 아니어도 지금까지 누구도 발견하지 보물을 찾아내고 싶어하는 아메데오,부모의 이혼과 함께 엄마를 따라 플로리다에 왔지만 이곳은 무언가 발견하게 될만한 장소가 아닌듯 하고 더구나 그는 외톨이가 되어간다. 아메데오가 이사를 오고 전화가 되지 않아 엄마의 심부름으로 옆집할머니에게 전화를 빌리려 갔다 본 젠더할머니네의 집, 박물관과 같은 오래된 것들로 뒤덮인 그곳이 이상하게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그곳에 그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 준 친구 윌리엄이 젠더할머니의 집으로 당당하게 들어가고 있다. 무슨 일일까? 윌리엄의 엄마는 동산처분에 관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젠더할머니가 이사라도 간다는 말일까? 그곳엔 이상한 음향시설및 에어컨도 없는 칙칙한 곳이지만 뭔가 오래된 것들이,박물관과 같은 고성과 같은 느낌의 뭔가가 분명히 있다.
친구도 필요했고 자신도 라스코의 동굴벽화도 아니어도 무언가 보물을 발견하고 싶기도 한데 윌리엄이 엄마와 하는 일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한번 본 젠더를 좀더 알고 싶어져서 윌리엄에게 말을 걸고 그와 함께 윌리엄 엄마의 일을 돕기로 하는데 그곳은 그야말로 역사가 살아 숨쉬는,역사가 고스란히 먼지와 함께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이다. 윌리엄과 엄마는 동산처분일을 하면서 오래된 '보물'을 발견해 내기도 하여 더욱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그가 화가인 아빠 제이크와 대부인 미술관장 피터와 함께 한 시간속에서도 누구보다 더 뛰어난 미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과연 노인의 마을로 이사를 가는 젠더의 집에서 아메데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보물'이 나올까.
젠더는 경제력이 든든한 집안에서 성장하기도 했지만 오페라 가수로도 이름을 날렸던,그야말로 지역에서 유명인이었으며 그녀의 저택은 오랜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잔꾀를 부리며 이용할 줄도 안다. 한편 피터의 삶 또한 젠더의 삶과 함께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어 들어간다.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남긴 유품,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유품보다는 지금 당장 자신이 해야할 일인 '한때 금지된 것들' 전시회로 바쁘다. '한때 금지된 것들'은 히틀러시대에 히틀러가 '퇴폐'라고 했던 근대미술가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피터의 엄마는 남편의 유품을 아들이 보지 않았다면서자신이 남편과 함께 꿈이었던 캠핑카를 타고 남은 생을 여행으로 일관하겠다며 유품을 가져가며 아들에게 뭔가 미련이 남은 듯 말을 하려다 만다. 뭘까? 아버지가 남긴 유품과 어머니가 아버지 유품중에 보여 주었던 '낡은 사진'에 담긴 진실은.
젠더의 동산처분을 하려다 서재에서 발견하게 되는 '모딜리아니의 <달 여인>' 이란 작품,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진실'은 뭘까. 서로 공통점이 없을 것만 같았던 진실은 차츰차츰 간격을 좁혀가며 어느 선에선가 갑자기 하나로 마주친다. 아버지가 유품으로 마지막까지 아들에게 남기려던 '역사와 진실'은 무엇일까? 젠더와 피터의 전혀 다른 선에 놓여 있던 사람들은 평행선을 달리며 아메데오의 기차에 함께 탑승을 하면서 숨겨진 진실과 역사가 비로소 진실로 드러난다. 지금까지 긴 시간동안 숨겨져 왔던 <달 여인>에 담긴 역사와 진실, 젠더는 왜 숨기고 왔을까. 그것을 아메데오를 이용하여 교묘하게 세상에 드러내면서 이제서 비로소 조각난 진실의 편린을 맞추는 용서와 이해 그리고 역사 끌어안기.젠더가 진실을 부인했다면 <달 여인>에 숨겨진,혹은 낡은 사진에 담긴 진실은 세상에 드러나 모든 이가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역사는 역사다 그것을 부인하기 보다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해야 한다. 오래토록 숨기고 먼지 속에 숨긴다고 진실이 감추어질 수 있을까? 언젠가는 표면 위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잘못되었다고 잘못했다고 내치기 보다는 시대에 맞는 해석과 자세가 필요하다.
청소년문학인데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다. 시작은 가볍게 했지만 역사와 함께 만나면서 좀더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는 것을 추리적으로 풀어 내어 재밌게 풀어냈으면서도 마지막의 '화해'가 인상적이다. 아메데오는 윌리엄이라는 친구도 얻게 되었지만 자신이 바라던 '보물'을 발견하게 되고 세상에 드러내게 된다. 감추어질뻔한 역사와 진실이,누군가에 의해 잘못 꼬여 있던 비틀린 역사가 이제서야 바르게 되었다. 보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친구도 또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가까이 행복이 있듯이 모든 것들이 곁에 있지만 등잔밑이 어둡다고 우린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메데오의 10퍼센트와 90퍼센트의 경계는 어떻게 될까? 밖으로 드러난 10퍼센트의 엄니를 발견한다고 밑에 감추어진 90퍼센트의 진실은 어떻게 될까? 아메데오의 호기심이 역사와 만나 한판 멋지게 빛을 발했다. 그림,역사,우정,추리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역사에서 멀어질 수 있는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멋진 작품으로 탄생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