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프라미스 - 아빠와 함께한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
앨리스 오즈마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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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딸바보'라는 말이 흔해졌지만 아빠와 딸이란 왠지 어색하고 어정쩡한 관계이다.물론 정말 좋은 부녀지간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빠들은 딸과는 거리가 멀다. 아빠와 아들이라면 모를까 아빠와 딸이 오랜시간 동안 무언가 함께 지켜나간다는 것은 힘들다.그리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은 대부분 엄마 담당이면서 아이들이 어릴 때인 글씨를 읽지 못하는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을 하지 글씨를 읽고 글을 쓸 줄 아는 시기에도 읽어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드문 것일까.탈무드에도 분명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가 있지만 그것을 끝까지 실천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나 또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었던 것은 어린시절 잠깐 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함께 마이크에 대고 책을 읽어가면서 녹음도 하고 아이들 노래도 녹음하던 것이 있다. 이십여년이 지났지만 그 테이트를 듣다 보면 아이들은 정말 좋아한다.자신들의 목소리가 자신들의 성장 한 부분을 만날 수 있어서인지 정말 고마워하고 다음에 자신들도 꼭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분명 가보처럼 여겨야 할 듯 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으니 많이 읽어주지 못했다.아니 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듯 하다.

 

그런데 그것도 아빠가 딸이 글씨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고 아빠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찾다보니 '책읽기'여서 딸과 '100일 독서마라톤' 약속을 한다. 하루에 단 십분이라도 꼭 뭔가 읽어주기를.아빠는 초등학교에서 도서관에 근무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지만 책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자신처럼 아낀다. 학교 도서관에 없는 책은 사비를 들여서라도 들여 놓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기도 하며 도서관을 내집처럼 편안하게 그리고 정말 애지중지 한다. 어느 날 엄마가 독립을 하여 나갔다. 딸 둘을 맡아야 하는데 아빠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냉장고를 뒤져서 뚝딱뚝딱 요리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를 정말 잘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딱 한가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책읽기' 그것을 백일만 해보자고 한다.

 

처음엔 힘들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 아빠의 열정이 보태져서일까 어디서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그날 읽어야 할 책을 읽고 하루를 넘겼다.그렇게 백일을 맞이하고 둘은 동네 음식점에 가서 조촐한 파티도 하는데 딸이 제안을 한다. 독서마라톤을 좀더 연장해 보자고. 아빠는 딸이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좇아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서라도 이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그런 딸이 늘 9살 꼬마가 아니라는 것, 사춘기도 오고 아빠가 그냥 아빠가 아닌 이성이란 것을 느끼는 나이가 오기도 했고 점점 성장을 해나가고 아빠는 특히나 누가 자신을 터치하는 것을 싫어하기에 딸은 아빠가 책을 읽어 줄 때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머리를 입에 가져가서 잘근잘근. 그렇다고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딸은 아빠와 독서마라톤을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어 나가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해졌다.

 

그런 가운데 언니도 독립을 하여 해외로 나가게 되고 그녀는 외로움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아빠와 책읽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들을 어떻게 채우 나갔을까? 엄마도 없고 언니도 없는 시간들,혼자 성장해 가야 하는 그 시간들 속에서 사춘기며 그에 따른 모든 것들을 아빠는 책으로 설명을 하려 하지만 책도 좋지만 엄마처럼 다정하게 자신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도 필요함을 느낀다.아빠와 독서마라톤을 하는 사이 엄마의 독립과 언니의 독립 할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사춘기, 성장의 한 과정을 경험하며 그 모든 것들이 성장과정임을,충분히 방황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아빠와 독서마라톤을 하였기에 삐뚫어 나가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꿈을 똑바로 볼 수 있었고 그 속에 또한 꿈도 찾게 된 그녀의 성장일기. 그리고 아빠는 뜻하지 않게 그  좋아하던 일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아빠가 할 수 있는 찾아 나선다. 딸도 독서마라톤과 함께 성장을 했다면 아빠도 또한 한 뼘 성장한 인생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성장을 하고 부모와 자식 간에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모두가 앨리스의 아빠처럼 자신의 약속을 긴 시간동안 지켜나가지는 못한다. 어찌보면 정말 대단한 부녀지간이다. 책이 늘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긴시간동안 둘이 함께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면서도 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까 생각이 든다. 책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아끼고 사랑했던 아빠의 사교육이라면 사교육일 수 있는 아빠의 사랑의 사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딸의 성장일기는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쳤던 것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편견을 깨는 그들 부녀의 3218일간의 독서마라톤은 정말 부럽기도 하고 내 아이들에게 해주지 못함이 미안하고 아쉽고 하지만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책을 통한 교감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분명히 남아 있다. 아빠가 책을 통하여 딸과 소통하고 딸은 아빠의 책읽기를 통하여 세상과 인생과 소통을 한 부러운 이야기, 서로 좌충우돌 하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서로의 꿈을 찾았다는 것이 더욱 감동적이다. 책읽기는 혼자서도 평생을 해야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도 흥미롭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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