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 한국의 미를 세계 속에 꽃피운 최순우의 삶과 우리 국보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접하는 것이 얼마만이지,이런 책은 정말 모두가 읽어줘야할 듯 하다. 우리 문화에 대하여 그만큼 애착을 가지고 지키고 보존하려고 노력한 사람이 있을까,그것도 평생 한우물만 파며서 만년 과장으로 학력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길에서 누구보다 노력으로 인정받는 자리까지 올라 생을 마감한 헤곡 최순우,정말 책을 잡은 순간부터 놓을 수가 없었다. 어떤 추리소설 보다도 재밌고 감동적이었던 그의 삶,단지 몇 사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우리것을 지키는 지킴이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괜히 미안하기만 하다.

 

내가 문화재와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나서부터인 듯 하다. 그냥 지나치며 보았던 것들을 하나라도 더 들여다보기 위하여 만져 보고 읽어보고 그리고 관찰하고 담으며 점점 우리것을 담아 나가고 애착을 갖게 되었다. 돌 하나에도 나무기둥 하나에도 역사가 깃들어 있고 조상들의 손길과 숨결이 담겨 있고 그렇게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다보니 자연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나아가 우리나라를 더 생각하게 된 듯 하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의 숨겨진 곳들을 찾아 조상의 숨결과 그 속에서 살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싶어졌다. 우리 문화재들은 가만히 보면 인공적인 가공의 미보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해학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미가 담겨 있다. 그것이 기와조각 하나에도 돌덩이 하나에도 모두 담겨 있는 것을.

 

헤곡 최순우,그의 삶을 조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정말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정성스럽게 맞추어 나갔음을 알 수 있다.이야기에 맞는 사진자료들 또한 너무 값진 것들이 많고 처음보는 것도 많아 한참을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었다. 고보를 졸업하고 집안사정으로 인해 앞날이 막막하던 그가 박물관으로 우연하게 발길을 돌린 것이 그의 인생을 평생 외길만 걷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박물관이란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재미가 있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재미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가 박물관에 처음 들어서며서 문화재에도 끌렸지만 우선은 그의 스승이 된  고유섭 선생 때문에 더욱 빨려들게 되지 않았나.살아가면서 멘토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번 느껴본다. 앞에서 끌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마차는 더욱 쉽게 갈 수 있다.물론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면 더욱 빨리 가겠지만 그것은 자신의 힘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불을 밝혀주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알려주는 길라집이인 스승이 있었기에 박봉에도 견디면서 점점 박물관에 빠져들고 문화재에 빨려 들고 한국미에 빠져 들게 된 최순우, 박물관의 역사와 그의 인생 역사가 함께 하는듯 하여 정말 재밌게 읽었다.

 

자신이 남들보다 모자란다는 것을 알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스승이 바른 길을 인도해 주었기에 '정도'를 걷게 된 듯 하다. 정말 인생 자체가 '우보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 듯' 우직하게 걸어가면서 자신의 욕심보다는 문화재를 지키고 발굴하고 하나라도 더 알리려 애쓴 정말 우리문화 길라잡이 같은 분이다. 한조각의 비석에서 천년의 역사를 읽고 청자조각 하나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청자가마터를 찾아 내고 누구보다도 더 열정을 가지고 일선에서 발굴을 하고 흙먼지를 묻히면서 최선을 다했던 그,하지만 그에게 핸디켑은 학력, 누구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으면서 학력이라는 벽 때문에 망설였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게 대학강단에서 강의도 하고 해외 우리문화 전시회도 성공적으로 일궈내면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사람,하지만 큰 그릇은 늦게 되는 법인가. 20년 만년과장이라는 자리가 그를 회의에 빠지게 할수도 있었겠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오직 소신것 자신의 일에 일관했던 분,정말 대단하신 듯 하다.

 

스승 고유섭이 해내지 못한 그 마무리를 제자인 그가 맡아서 갈무리를 잘 하지 않았나,아니 앞으로 우리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그가 온 몸으로 말해주고 간 듯 하다. 그와 간송과의 인연도 참 재밌게 읽고 간송에 대하여 더 관심을 갖게 만들어 저자의 다른 책인 <간송 전형필>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그거 미술관으로만 조금 알고 있을 뿐이었던 인물 간송 전형필,그가 혜곡 최순우의 삶에 얼마나 큰 그늘이 되어 주었는지 서로 이끌어 주고 다시 또 다른 사람을 이끌어 주면서 그렇게 우리 문화 지킴이로서 이어 나가는 삶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많이 가져서라기 보다는 우리것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립박물관및 우리 문화에 대한 역사를 다시 쓰듯 오늘날에 이르게 한 사람들.그가 스승 고유섭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니 박물관에 발을 들여 놓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찔함, 찬란한 문화가 있어도 그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빛을 발하지 못하는데 누군가 그 놀라운 가치를 알아주고 알아봐주면서 널리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 문화와 박물관 100년 역사에서도 참 다행한 일이다.

 

현대사회는 획일적이며 일률적인 건축물이나 또한 그런 것들을 원하고 이룩하려고 한다. 옛것을 오늘에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없애고 그 위에 현대물을 건축하려고 불도저로 밀어 버리거나 파헤치고 깎아 내린다. 그런 현장을 보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다. 아무리 낡고 헐고 값어치가 없어 보여도 예전 그대로 보존하거나 받아 들이기 보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우리들, 역사는 외면할 수 없는 우리 것이며 우리의 얼굴이고 삶이다. 버리고 비우는 삶이 점점 강조되기는 하지만 오래된 것 속에 깃든 역사를 볼 줄 아는 안목뿐 아니라 지킬 줄 아는 포용력도 때론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 것에 대한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더욱 남의 것에 현혹되기 쉽다. 잘못되고 우리가 미쳐 깨닫지 못한 부분들을 그의 삶을 읽다보면 많이 뉘우치게 된다. 그가 우리의 조각난 역사를 꿰맞추기 위하여 평생을 얼마나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며 살아 왔는지 그의 한옥이 보여주고 그의 삶이 보여준다. 그런 삶을 뒤에서 묵묵히 내조하며 그가 좀더 밖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늘 배려해 준 아내분의 힘 또한 대단함을 느낀다. 부창부수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멘토 또한 중요함을 느끼며 우리 문화재와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강하게 느낀다. 우리 것이지만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교과서적 지식에만 갇혀 있는 단편적인 역사를 세상 밖의 역사로 관심을 돌리게 한다. 우리 것은 정말 소중하면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한번 더 실감하면서 그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