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평점 :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가요? 어느 책에서 이런 귀절을 본 적이 있다.어느 누구에겐 24시간이 아닌 25시간처럼 값지게 사용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24시간이 무척 길고 별 가치없이 그냥 소모품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리기도 할 것이다. '시간' 그렇다면 난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25시간으로 사용은 못하지만 그래도 값지다고 생각할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시간이 존재할까?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생각해보면 잘게 잘게 썰어 놓은 무채처럼 시간 또한 그렇게 잘게 쪼개져 보이기도 하는 '하루'라는 시간이 우리 인생에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무언가에 얽매이어 있는 사람들에게 '시간'이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그 시간을 벗어나면 무엇이든 다 될 수 있고 다 할 수 있을것만 같은 것이 시간이다.하지만 막상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난이함을 보이기도 한다. 한참 '공부'와 '성적'에 얽매어 있는 사춘기 고딩들, 그들은 그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빨리 시간이 가던가 아니면 그 시간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겉돌기를 한다. 종졸 그런 아이들은 '도벽' 생기기도 하고 또 다른 방법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소설 속에서는 '도벽'으로 나타나는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하지만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인 백온조의 아빠는 시간을 소중하게 다르는,정말 일분 일초가 생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나타내주는 직업인 소방대원이다. 위급상황에서 구조길에 나섰다가 엄마를 만났고 그렇게 둘은 결혼하여 서로 다른 길이지만 서로의 길에 최선을 다하며 살다가 먼저 가게 되었다. 아빠의 부재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일하며 딸 온조를 키우고 있는 엄마,그런 엄마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알바를 찾아 해보지만 지배인 부도덕함에 질려 그만두기도 하고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 그만 둔 온조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여 은밀하게 움직여주는, '시간'을 되찾아 주거나 좀더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는 일을 하게 된다.
드디어 첫 의로인의 부탁이 들어오고 같은 학교에서 누군가 훔친 PMP를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은 일을 하게 된다. 그것을 훔치는 일도 힘들겠지만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은 일 또한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을 느끼는 온조,하지만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감으로 인해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술렁이는 학교 술렁이는 아이들,전년도에 도벽이 있던 학생의 자살사건이 있었기에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할까 하여 온조는 자신이 그 죽음을 막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것이 또 다른 문제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찝찝함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의뢰, 자신의 할아버지를 만나 밥을 맛있게 먹어 달라는 일.그게 그렇게 힘든 일일까.그들 가족에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그들은 서로 화해를 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할아버지의 말 속에서 시간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하여 더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되는 온조,그렇다면 '시간'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제일 잘 현재를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가족을 이해 못하고 서로 몰아 세우듯 하여 흩어진 가조들,그들에게 시간을 되돌려 용서하고 화해할 시간은 남아 있지 않은 것일까.그들이 다시 가족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언제일까. 시간은 미룬다면 더 큰 골만 만들 뿐이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도 인생의 정답도 다르겠지만 '시간'이란 흘러가는 바람과 같다. 지금 불어 온 바람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흘러갈 뿐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잡으로 하지 말고 편승하면서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산다면,어제 죽어간 이가 그도록 바라던 오늘을 좀더 값지게 산 것이라 할 수 있을까.현재의 우리에겐 오늘이 있지만 그것의 소중함을 제대로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곁을 떠나거나 부재한다면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절망의 벼랑 끝에 몰려봐야 비로소 희망이 보이기도 하고 소중한 것들도 느끼게 된다. 사춘기 소녀가 이끌어 가기엔 벅찬 '시간'이지만 참 재밌게 잘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이야기가 추리적으로 풀려 나가고 있어 더욱 재미를 준다. PMP를 훔쳤던 학생은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을까?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일분 일초를 온 몸으로 아니 발걸음 하나 하나 내딛는 그 촉감으로 자신을 만나고 있는 친구, 그 친구는 그 시간 속에서 '바람'을 본다. 현재의 자신들의 모습을 친구들과 함께 느끼며 용서하고 화해하고 그리고 희망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백온조의 '시간을 파는 상점'을 힐링 카페나 마찬가지다. 그녀는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치유'의 존재가 되어 희망이라는 시간을 되찾아 주면서 자신 또한 치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빠를 잃은 슬픔에서 그리고 현재의 시간에서 엄마의 연애인 '불곰의 살구꽃 그녀'를 알게 되면서 아빠의 자리에 '불곰'을 존재를 받아 들이기도 하고 강토와 그들의 조각조각 깨진 가족의 파편들을 이어주기도 하는가 하면 친구 난주에게는 '이현'이라는 친구를 진짜 친구로 받아 들일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정말 여기저기 수호천사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자신 또한 치유의 존재가 되어가는 이야기. 자신의 몸을 학대하면서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감동적인 일로 치유로 받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란 절박한 이들에게는 '절망'이기도 하면서 끝이라 생각한 순간이 '시작'이듯이 '희망'이기도 한 시간의 양면성. 시간이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른 사용자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수도 있고 절망이기도 희망이기도 할 수 있는 정말 바람과 같은 것이다.
좀더 무겁게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했지만 청소년들이 감당하기엔 좀 애매하고 무거운 소재인 '시간'을 맛깔스럽게 잘 다듬어 버무려 놓아 맛있는 음식으로 거듭났다.무겁게 가라앉을 것 같으면서도 적절하게 유행하는 청소년들의 말들이 다시 가라앉지 않게 조절을 해주면서 자신의 오류에 빠질 수 있는 부분에 '강토 할아버지'의 삶이 그리고 난주엄마의 삶과 자신의 엄마의 삶인 어른들의 삶이 현재 자신들의 삶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시간이라는 씨실과 날실이 조화를 이룬 듯 하다. '비로소 혼자 걸어가고 있는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린 자신을 얼마나 보며 살아 가고 있을까? 온조의 말처럼 '나는 그냥 내가 나인게 좋을 뿐이야.' 우린 현재의 나로 살기 보다는 '누군가'의 나로 혹은 그런 '누군가'를 강요하며 상대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남이 살아가는 시간을 보기 보다는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보게 만드는,현재 오늘이라는 시간을 좀더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우리의 온조가 하게 한다. 그대,뒤돌아 보아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살고 있는가.다 지난 후에 후회하지 말고 현재의 오늘을 값지게 살지어다. 오늘이 희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