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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융과 사라진 성 ㅣ 푸른숲 역사 동화 4
박효미 지음, 조승연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5월
평점 :
백제의 멸망도 그렇지만 백제의 역사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승자의 역사라 제대로 된 기록이 없어이기도 하겠지만 여기 백제 500년의 수도 위례성의 마지막을 추적한 역사 동화 융과 철기방 살인사건 속으로 들어가 그 때를 다시 돌아보듯 혹은 이런 관점에서 보는 백제는 하고 다시 생각하며 볼 수 있는 역사동화이지만 재밌다. 추리 기법을 이용하여 철기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파헤쳐 들어가며 위태위태하던 백제의 위례성의 마지막도 그렇고 그 때의 백성들의 고난한 삶도 한번 되새겨 볼 수 있다.
철기방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백도라,그가 실수를 하여 쇳물이 아랫도리를 흘러 죽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하지만 백도라가 죽은 그 현장을 보던 융과 백아라는 찻잔 조각과 찻잔에 담겨 있던 찻잎을 보면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혼자 차를 마셨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깨진 조각이 많고 백도라는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날의 철기방의 사람들이 이상하게 움직인듯 하다.왜 백도라가 혼자 남아 있었을까. 그리고 찻잎 또한 백도라가 마시던 찻잎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타살,살인사건이 것이다.그렇다면 누가 왜 그를 죽여야만 했을까.
융은 개로왕의 후비의 아들로 앞에 나서기 보다는 아래에 납작 엎드리듯 외숙부가 돌보고 있다. 외숙부 또한 그가 정치에 연관되면 융에게 영향을 끼칠빠과 정치와는 멀리 떨어져 지낸다. 융이 스승으로 받들며 공부하고 있는 도림스님, 그는 혹시나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할지 융은 찻잔의 조각도 찻잎 또 잘 챙겨 둔다. 그러다 우연히 걸인아이들의 우두머리와 같은 몸이 날랜 걸취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하여 그의 스승인 스님을 만나면서 백도라가 마지막으로 마셨던 찻잎이 무엇인지 밝혀낸다. 그것은 이곳에서는 구해기도 어려운 것이며 또한 그 찻잎이 도림의 방에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의 스승인 도림스님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와 함께 하는 키 큰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도림스님과 어라하가 함께 바둑을 둘 때 옆에서 지켜보면 무슨 전쟁을 치르는 듯 한데 둘은 그 바둑에서 무엇을 읽는 것인지. 융은 그렇게 백제 위례성의 백성들의 삶과 위례성의 오늘의 현실에 대하여 누구보다 더 깊숙히 들어가 보게 된다. 위례성은 지금 몹시 위태위태하게 기울고 있다. 그런 속에서 외숙부도 그렇고 융을 아는 모든 이들이 그에게 조심하라고 하지만 융은 몸을 사리지 않고 '백도라의 죽음'과 한편으로는 도림과 키 큰 남자의 정체에 대하여 파헤쳐 들어간다.
백도라의 죽음에 얽혀 있던 찻잎과 그 죽음의 진실이 밝혀 지고 도림의 진실이 밝혀진다.그의 정체는? 그리고 위태위태하던 위례성은 고구려에 짓밟히고 융은 남쪽으로 떠나게 된다. 위례성이 드디어 고구려에 함락되고 만 것이다. 도림과 키 큰 남자는 고구려의 세작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고구려의 세작이 임금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는지, 임금 바로 눈 밑에서 나라의 존망을 쥐고 흔들었던 그들,그렇게 위례성이 무너지고 백제는 공주에 다시 둥지를 틀게 된다. 융은 그곳에서 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려 무령왕이 된다. 어린이 역사동화라지만 참 재밌다. 역사를 멀리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함께 역사 속에서 뛰어 다니며 경험하게 하니 좀더 직접적으로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먹을 것이 없어 정말 풀뿌리를 뽑아 먹기도 하고 그것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롭기도 하는가 하면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 죽어 나가는 판에 아리수 공사및 성벽 공사를 한다. 그만큼 아리수는 모두에게 차지하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는 것.
푸른숲 역사동화는 정말 기다려진다. 다음엔 어떤 책이 나올까.지금까지 나온 것들 모두 읽어 보았지만 모두다 재밌다.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직접적으로 역사 속에서 뛰어 다니며 역사를 경험하게 하기 때문에 구경꾼의 역사가 아니라 내 역사가 된다. 최악의 고비에 선 백제의 역사 속에서 그 무너져 가는 위태함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존재를 잃지 않고 뜻을 펼치는 '융'과 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때를 기다려 자신의 꿈을 펼쳤다는 것을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백제가 위례성이 넘어가기까지는 외적인 힘도 있었게지만 그만큼 나라 안 사정도 좋지 않았던 것이다. 오랜 가뭄으로 인해 백성들은 굶주렸고 나라의 경제사정도 좋지 않았던 것. 그래도 백제는 어느 시대보다 찬란하게 그만의 문화를 꽃 피워 위로 중국과 아래로는 일본에게 그 찬란한 문화를 교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령왕의 어린시절인 융을 통해 함께 위례성의 마지막과 웅진으로 수도를 옮기게 된 배경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재밌는 역사 동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