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2 어린이를 위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2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에는 어떻게 걸어 다녔나 모르겠다. 지도가 보편화 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비게이션이나 GPS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모두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발' 이었는데,그것도 지금처럼 좋은 등산화를 신고가 아닌 짚신이니 얼마나 불편한 길이었을까. 그래도 모두 걸어서 걸어서 다녔으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모든 길은 '한걸음'에서 시작된다. 모든 일들이 한걸음에서 시작이지만 그 한걸음을 떼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실천하는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난 주말이면,아니 날마다 겪게 된다. 날마다 아침이면 아파트 뒷산에 산행을 다녀와야지 하고는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곤 한다. 바로 옆에 있는 아주 낮은 산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무려 49일동안 걷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장장 800킬로미터 10킬로그램의 배낭을 매고 그것도 여자 혼자서 우리 국토를 도보여행을 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내가 오른 산 중에서 제일 높은 산은 '속리산' 천미터이다. 그런데 힘든 산행길도 마다하지 않고 아니 '입산금지' 라는 장애물 앞에서도 끄떡하지 않고 돌진하여 무언가 자신이 하고자 하면 이루고 마는 한비야식 도전이 날 무척이나 설레이게 만든다. 여행을 하거나 산행을 하기 위해 나서다보면 나 또한 '나 여자야' 라는 말을 곧잘 하게 되는데 그녀 앞에서는 그 모든 이야기가 무색해진다. 여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잇점들이 있었다며 늘어 놓는 세계오지여행에서의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점들을 읽고 나니 정말 여자이기에 더욱 좋은 점들이 많은데 안 좋은 점만 찾고 행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자를 대고 쭉 직선으로 그어서 갈 수 있는 도보여행, 생각 같아서는 '참 쉽죠잉~' 할 수 있는 길이지만 그 길에는 무수히 많은 고난과 이야기가 서려 있다.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일들이 길 위에 아니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본다.하지만 나쁜 것 보다는 좋은 것이,아직 우리네 인정이 매마르지 않고 존재함을 그녀의 이야기 곳곳에서 발견하고는 흐뭇해지는 것은 무얼까? 다 큰 애기가 혼자서 걸어서 여행을 한다며 잠자리에 맛난 것 챙겨주시는 할머니들, '오메 징한것..' 이라는 말처럼 정말 그곳까지 갈 수 있을까 했지만 읽다보면 그녀의 고난은 뒤로하고 왜 자꾸만 할머니들과 아니 여행중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에 귀를 귀울이게 되고 또 어떤 인연을 만났을까 기다려지게 되는지.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낯선 곳에서 뜻하지 않게 집처럼 따듯한 환대를 받거나 그런 사람들을 만나 아직 우리네 세상이 살만한 곳이란 것을, 집이 그립게 만드는 타향에서의 여흥을 집으로 옮겨 올 수 있는 그런 따듯함이 여행의 진미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2권에서는 문경새재에서 통일전망대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 난 문경새재에 가보지 않았지만 이야기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진다. 아 그렇게 걸어서 여행하고 싶어진다. 가며가며 만나는 동네 할머니들의 역사까지 섭렵을 하면서 따듯한 아랫목에서 할머니들과 하룻밤도 자보고 집 나간 딸이 돌아온 듯 할머니들께 하룻밤이지만 징헌 이야기를 남겨 드리며 그렇게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보고 싶게 만든다. 도보여행의 피로는 할머니들의 구수한 입담과 맛난 대접에 눈 녹듯 녹아날 것만 같은 이야기 속에서 지금 주인공이 그녀가 아니고 나라면이라는 상상을 해보지만 나라면 그녀만큼 못할 듯 하다. 정말 당차고 대단하고 어디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잡초처럼 꿋꿋함이 그녀의 '225m' 의 발에서 비롯되었다니 놀랍다.

 

그녀의 여행기에서는 여행 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생각해 볼 문제들을 던져 준다. 한참 '새주소'가,찾기 쉽고 간편한 새주소가 한참 진행중인데 누구를 위한 주소인지는 모르겠다. 나부터 불편하다. 지금까지 살아 오는 동안 내게 익숙한 주소를 하루아침에 버리고 다른 주소를 입력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그런데 그녀는 '우리말'의 주소나 지명을 이야기 한다. 분명 나도 찬성이다. 정말 이쁜 우리말이 정말 많은데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말 이름들을 보면 그 지역의 특색을 알 수가 있는데 도로명이나 그외 일본식지명은 낯설기도 하고 본래의 의미하고는 다르기도 하다. 한번쯤 정말 생각해 볼 문제인 듯 하다.

 

'애국은 그 땅과 그 당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라, 그 땅을 사랑하려면 제 발로 국토를 한번 걸어 보아야 한다.' 해외여행도 좋지만 정말 우리나라 여행을 다니다보면 이렇게 사시사철 볼 것이 많은데 꼭 나가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 또한 우리나라를 다 다녀보지도 못했을 뿐더라 걷어 본다는 것은 글쎄? 국토의 70%가 산이라 해도 내가 걸어서 다녀 본 산은 몇 %일지. 반도 다니지 못했을 뿐더라 사시사철도 아니고 겨우 한두번씩이니 국토를 직접 발로 걸어보며 다닌다면 정말 대단한 애국심이 생겨날 듯 하다. 그리고 나 또한 산행길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남들이 빨리 간다고 빨리가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맏는 속도로 보폭으로 그렇게 올라간다. 가다가 힘들면 쉬고 체력이 바닥나면 아쉽지만 돌아서 내려온다.다음엔 더 높이 올라갈 것을 약속하고는 뒤돌아오고 다시 도전하게 되다보니 느리지만 내 속도로 알게 되고 남들보다 더 누리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긴 여행을 통해서 '이 나니에'라는 강박 관념에서 크게 자유로워졌다. 세상에는 각자 자기만의 속도와 진도로 짜인 나만의 시간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만나는 제일 큰 수확은 '자기자신'일 것이다.깊숙히 자신의 내면세게와의 만남 속에서 담금질을 하여 단단해지는 강철과 같은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잇점이 있지 않을까. 아 나도 여행 떠나고 싶다. 될 수 있으면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런 도보여행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