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흔히 우린 역사를 승자들에 의해 기록된 '승자들의 거짓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개인의 역사는 어떠할까? 개인의 역사 또한 '승자들의 거짓말'일까. 세 명의 친구들 틈으로 '에이드리언'이라는 총명한 수재가 들어왔다. 들어 왔다가 보다는 그들이 그에게 의지하듯 다가갔다고 봐야 옳을 듯한 수업시간의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에이드리언은 정말 선생님도 놀라게 하는 '낭중지추' 이다. 철학적이면서 누구보다 명석한 그는 세 명의 친구들이 생각지도 못한 답으로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까지 놀라게 한다. 그들의 잔잔한 일상에 '엄마 미안해'라는 유서를 남기고 롭슨이라는 친구가 자살을 했다. 에이드리언을 말을 빌리자면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입니다.'라고 한다. 일전에 그는 '카뮈는 자살이 단 하나의 진실한 철학적 문제라고 했어'라고 했던 친구이다. 생각지도 못한 친구의 '자살'에 의문이 분분했고 그가 여자친구에게 임신을 시켜서 자살했다는 말에 에이드리언은 여러갈래의 의문을 제기하며 친구 롭슨의 자살을 '철학전 문제'로 끌고 간다.

 

그리고 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적성에 맞는 학교에 가게 되면서 점점 만남이 뜸해지면서 '편지'를 주고 받게 되고 토니는 베로니카라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친구들에게 여자친구를 자랑할 겸 소개를 한다. 그 과정에서 베로니카는 에이드리언에게 과한 호감을 갖게 되고 그는 베로니카의 집에서 주말을 보내기도 하게 된다. 그녀의 집에서 그가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식구 각자의 대접으로 점점 베로니카와는 흔들리게 되고 결국 그들은 헤어지게 되었다. 그런 순간에 베로니카가 에이드리언과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되고 토니 뿐만이 아니라 점점 그들은 서로의 인생에서 조연이 되듯 멀어지면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연락이 끊어지게 된다.그런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에이드리언의 자살'소식이 전해지면서 왜,라는 생각은 가져보았지만 딱히 잘나가던 그가 자살을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그들은 그들의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롭슨의 자살을 철학적 문제로 생각했던 에이드리언은 22살에 왜 자살을 했을까.롭슨의 자살은 여자친구를 임신시켰다는 이유로,에이드리언은 아이가 롭슨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었는데 자신은 왜 선택하게 되었을까.

 

그는 베로니카와 헤어진 후 마거릿이라는 여자와 만나 딸을 하나 두고 살다가 이혼을 하게 되고 딸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게 되지만 자신도 손주를 잘 돌볼 수 있는데도 마거릿과 딸은 그에게 손주를 돌볼 시간을 주지 않고 녀석이 크면 함께 하라고 한다. 그는 모든이들의 삶에서 멀어지듯 점점 평범한,정말 진부한 삶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인간의 인생을 보는 듯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그런데 사십여년이 흐른 후에 베로니카의 어머니인 여사에게서 자신에게 돈과 함께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남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어린시절 '첫랑'처럼 간직하고 있던,아픔이 묻어 있는 사랑과 사람을 꺼내보게 되고 그의 잔잔하던 인생이 흔들리게 된다. 왜, 베로니카도 아닌 그녀의 어머니가 그를 지목하여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남기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다시 베로니카를 만나야 하는데 그녀는 수면으로 떠오르려 하지 않다가 그를 만나러 나오기도 일기장이 아닌 복사본을 건내 주기도 하는데 모든 이야기를 속시원이 털어놓지 않는다.

 

그들의 이십대의 삶이 1부의 이야기라면 사십년이 흐르고 다시금 에이드리언이라는 인물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된 이야기가 2부의 이야기다. 1부에서 그는 '역사는 승자의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2부에서는 ''역사는 살아남은 자,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 라고 한다. 지금의 이야기는 그들이 살아 남아서 과거를 기억하며 그 과거의 기억을 좇아 '에이드리언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파헤쳐 들어가게 되는데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이 사귀게 되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베로니카가 입을 다물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연락도 되지 않고 베로니카는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그를 몰아간다. 그가 간직하고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이십대에 잠깐 사귀었던 그 때의 말과 자세들 뿐이다. 세월이 지나도 고스란히 그때의 말과 자세를 간직하고 있다고 그는 본다. 그리고 우연처럼 그를 데리고 가서 보여준 '사람들' 그 속에는 에이드리언을 닮은 남자가 있다. 어림짐작을 하면 에이드리언의 아들이라 할 수 있는 나이와 그리고 DNA가 일치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이 아이를 낳았구나.그런데 왜 베로니카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그는 왜 자살을 했으며 베로니카의 어머니는 자신에게 유산을 남겼을까.

 

그가 생각하는 '예감'은 점점 알수가 없다. 아이를 낳았다면 자신처럼 결혼을 하면 될텐데 자살을 한 이유는,에이드리언식 자살을 한 그는 철학적 문제로 자신의 삶을 풀은 것인가. 베로니카는 에이드리언의 일기장 복사본과 젊은 시절 그가 에이드리언에게 남긴 편지를 전해준다. 자신이 썼다고 생각못하는 편지를. 베로니카가 자신을 떠나 에이드리언과 사귀면서 그는 말할 수 없는 참담함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시켰던 모양이다. 하지만 자신은 기억이 없는데 그 증거물을 그들은 가지고 있고 자신이 감정에 빠져서 퍼부은대로 친구는 자살로 이르게 되고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가 있는 '역사'처럼 흘러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래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남아 있어 의문의 남자를 우연히 마주치기 위하여 그를 만났던 곳에 자주 가게 되면서 그는 정말 '예감'하지 못한 '사실'과 만나게 된다. 결말을 알고 나니 지난 모든 것들이 풀린다. 그렇다면 역사는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승자의 거짓말이라 믿었던 이십대의 역사관과 지금은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회고'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적확하게 행간을 읽지 못하는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가 있을까,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 말이다.

 

친구의 원인 불명의 자살을 놓고 볼 때 그 자신은 '원인'을 제공했다,분명히.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감정이 폭발한 편지를 보냈다는 증거물이 있고 자신은 아무 뜻 없이 보낸 편지의 내용대로 모든 일들이 진행되듯 그렇게 그들의 인생은 꼬여갔다. 그렇다면 역사에서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일까? 그들의 삶에서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일까? 요절을 한 사람들은 늙지를 않고 그들이 죽음을 선택하던 그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하지만 살아 남은 자들은 나이를 먹은 현재로 기억된다. 미래가 없는 에이드리언이 남긴 '아들의 존재'와 이혼한 아내와 멀어진 딸 사이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삶을 비교해 볼 때 철학적이면서 역사적으로 '삶'을 잘 풀어나간 사람은 누구일까. 단순하고 평범한 한 남자의 인생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그와 연관되었던 친구와 여자친구의 삶을 씨실과 날실로 엮다보니 그의 인생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자신이 친구와 여자친구의 미래를 '예감' 했지만 자신이 예감한 미래가 아닌 결코 다른 'X'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 역사이고 인생이다. 그래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던가.마지막을 읽으면 다시금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솔직히 처음 읽을 때는 그리 재미가 없는 평범한 이야기인데 '부커상'을 받았나 했는데 '마지막 반전' 이 가져다 주는 섬짓함에서는 '와우' 소리라도 지르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말 한마디 감정하나 나 자신을 떠나 잘못 뱉어진 것은 없는지 자신을 뒤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