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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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 서로 피를 나누고 함께 모여 앉아 밥을 먹고 같은 집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함께 사는 사람들일까? 하지만 요즘 가족들은 서로 흩어져서 자신의 삶을 살기 바쁘다. 함께 밥을 먹는 다는 것도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먼 과거의 일처럼 까마득하여 헤아리고 또 헤아려봐야 생각이 난다. 점점 대화의 단절이고 집안에서는 서로의 공간에서 서로 맘에 드는 것에 몰두해 있으면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개인생활를 하는 것이 가족이다. 점점 온기가 식어가는 어느 남극의 풍경처럼 우리집 또한 가족이 함께 모인다는 것은,함께 모여 기본적인 것을 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보다 힘들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요즘은 가슴으로 낳은 자식을 입양하여 키우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도 많고 멀리 지구촌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하는 아이들에게 매달 일정액으로 가족이 맺어진 경우도 있다.가족의 의미는 점점 세계화되고 넓어지지만 정작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이란 해체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여기 가슴으로 뭉친 가족이 있다. 그들을 가족이라 말할 수도 없다. 모두가 가슴에 옹이 하나씩 박혀 있는 아픔을 간진한 사람들이다. 부권의 무너짐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 결혼도 하지 않고 화원을 하다가 교장선생님과 재혼하여 나무를 가꾸고 꽃을 가꾸고 살았지만 그녀 30년의 인생은 남편에겐 '조화' 였던 소희,왜 자신이 가꾸는 생화처럼 살아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하고 조화처럼 버려져야 했을까. 강간범과 같은 남편의 칼날이 저능아인 딸을 죽였다. 아빠가 자신의 딸을 죽이고 아내마져 거리로 내 몰듯 한 부권의 붕괴, 그렇게 남자라면 경기를 하듯 하던 이령이 강마을에 들어왔다. 새미와 준호,그들은 왜 어떻게 하여 강마을까지 흘러 들어 왔을까? 새미 또한 부권의 해체로 피해를 입어 말 못하는 동생 준호와 함께 이곳까지 도망쳐 오게 되었으며 여산과 함께 물고리를 잡아 그것으로 생활하는 영필노인은 만석지기에서 부모의 갑작스런 죽음과 조부의 죽음이후 친척들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정신병원까지 들어갔다가 소희를 보고 이곳까지 흘러 들어오게 되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강마을',버려진 드라마 세트장이다. 마을 옆으로는 강이 흐른다. 그들은 물처럼 강마을에 흘러 들어와 가족 아닌 하나의 가족을 이루며 서로 도와가며 살고 있다. 소희여사는 그들의 인분까지 받아 천연비료로 이용하며 허브며 먹거리를 황무지 땅을 일구어 재배하고 거둬들여 그들의 식생활을 책임지듯 한다. 조화처럼 죽었던 그녀의 삶이 다시금 황무지를 개간하여 향기로운 식물을 재배하면서 다시금 되살아 난 것이다. 그런 평화롭던 전화도 잘 터지지 않던 오지마을에 까만 차에 선글라스를 낀 전국구 조폭들이 들어왔다. 생리대를 사러 먼 길을 걸어 갔다 오는 새미를 길에서 본 그들은 그만 침을 질질 흘려가며 그녀의 뒤를 쫒는다. 일은 그렇게 벌어진 것이다.

 

그들의 시커먼 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뒤가 급한 세동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새미가 누군가 어떻게 이곳까지 와서 살고 있는데. 그녀와 준호는 세동을 죽음에 임박하게 해 놓고는 도망친다. 그 소식은 마을에 전해지고 그들은 도망을 가야하나 아니면 이곳에서 그들을 맞아 싸워야 하나 하고 의논을 하게 된다. 그들이 도망가면 또 어디로 가겠는가? 지금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살고 있고 강에서 불법 어로행위를 하며 근근히 살아 가고 있는데 물러난다면 어디로? 모두가 조금씩 모자란 구석이 있지만 그들은 함께 뭉쳐 싸우기로 한다. 전국구 조폭들이 더 센가 무지렁이 모래알 같은 뿔뿔이 강마을 가족이 더 강한가 싸움개시 작전개시.

 

전국구 조폭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을 했는가하면 힘은 넘쳐나는데 조금 모자란 구석도 있고 이곳 지형에 대하여 문외한이라는 것이다.며칠 전에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을 읽었지만 먼저 싸움에 이기려면 전략도 좋아야 하고 명장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지형지물을 잘 알아야 한다. 상대편보다 먼저 선점을 해야 하는데 전국구 조폭은 전략도 없고,더운날 그들이 왜 체력단련은 하지 않고 이곳에서 촌닭과 같은 강마을 사람들과 싸워야 하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백여미터의 산도 만만하게 보고 덤비지만 그들의 명품 옷은 산행에는 맞지 않고 지리도 모르니 고난의 연속이며 강마을에 들어서도 제대로 지형파악도 되지 않았는데 대형화장실에 감금되는,빠지는 가 하면 세트장을 너무도 잘 아는 강마을 사람들의 일치 단결에 걸려 들어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처럼 발버둥쳐 보지만 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생명줄은 더욱 조여드는 것처럼 그들에게 호되게 당하게 된다.

 

한편 가족이라 칭할 수 없었던 강마을 사람들은 하나로 일치 단결하여 전국구 조폭들을 유인하고 그들에게 천연폭탄을 날리기도 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전국구 조폭도 잡고 강마을도 지켜 낼 수 있게 된다. 싸움의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가족애',말 못하던 준호는 싸움에서 힘을 잃어가는 여산을 발음도 시원찮은 '아빠' 라고 부르게 되어 여산을 힘을 얻기도 하는가 하면 영필노인은 소희여사와 연결이 되기도 한다. 서로 가슴에 하나씩 옹이를 가지고 있어 가족을 받아 들이기 힘들었던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아픈 상처는 전국구 조폭으로 인해 말끔히 씻기어 강물에 떠내려가 버린 듯 그들은 더욱 단단하게 결속이 된다. 모래알도 뭉치면 단단해 진다는 것을 그들은 보여준다. 소희여사가 가꾸었던 곳이 더이상 황무지가 아니고 허브가 자라고 그들의 먹거리가 자라는 '비옥'한 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천연 비료 덕분이었듯이 그들 또한 강마을을 지키고 모래알 같은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그들이 단합했듯이 이젠 그들의 가족이라는 비옥한 땅은 더욱 단단해진 것이다. 비바람이 불어도 거친 눈보라가 불어도 그들 '가족'이라는 땅은 더이상 흩어짐 없이 모든 것을 비옥하게 키워낼 준비가 된 것이다.

 

위풍 당당하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둘렀던 전국구 조폭들은 그야말로 강마을에 들어와 위풍당당함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어디가서 강마을 할배와 아이에게 휘둘렸다는 말을 꺼내기도 겁난다. 그런가 하면 모래알처럼 서로 뿔뿔이였던 강마을 사람들은 전국구 조폭으로 인해 '위풍당당' 해질 수 있는,전국구 조폭이 딸에 떨어뜨린 '위풍당당'을 당당하게 줍워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것처럼 한가족으로 거듭나 위풍당당해졌다.이제 그 무엇으로라도 이들을 떼어 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로 다른 한 방울의 물이었지만 흐르고 흘러 강으로 바다로 들어가 하나의 물로 거듭나듯 그들 또한 서로의 존재 이유를 이곳에서 찾았다.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작가만의 웃음과 해학을 가미하면서 감동과 진한 여운까지 남겨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하지만 전국구 조폭도 강마을 사람들에게 '한 수' 배우고 돌아가게 되었으니 웃어야할까?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고 냄새를 맡고 음식 씹는 소리를 들으며 함께 밥을 먹는 것.노래하고 듣는 것. 영필은 강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처럼 헛된 것을 좇다가 인생을 허비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간섭하지는 않았다.' 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흘러가고 나면 잡을 수가 없고 뒤돌아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다.살아가고 있는 현재,지금이 중요하지만 흘러 가고 있느라 현재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예전에 그런 줄 알았더라. 그런데 꼭 그런 거 아니더라.같이 살면 식구다. 사람은 나이 먹어서도 배운다. 세월한테서 공꼬로.' 피를 나누어야 식구이고 가족인가 함께 살면 식구고 가슴으로 나누어도 식구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단도리해주는 그들만의 공통분모가 되는 감동 찐한 유쾌 통쾌한 이야기, 사월의 황사바람으로 가슴이 메마르다면 한번 만나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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