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드 1 - 가난한 성자들 조드 1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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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그 뜻이 무얼까 했는데 대충 생각했던 뜻이 맞았다는 것을 책의 앞부분에서 읽게 되었다.'괴팍한 날씨 때문에 초지가 피폐해져서 가축들이 지쳐 주는 걸 조드라 한다. 조드는 근본적으로 고원에서 물이 없어서 생기는 것인데 피해의 양상은 크게 네 가지로 드러난다. 하나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두번째는 초지가 말라서...세번째는 극심한 눈보라 때문에...네번째는 일찍 내린 눈이 따듯해지는 바람에 철철 녹아서 흐라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강추위에 아주 두꺼운 얼음이 되는 것, 그래서 눈에 번히 보이는 풀뿌리에 입도 대지 못한 채 굶어 죽는 것이 거울조드이다.' 조드가 아닌 계절이 없다. 광활한 몽골 평원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타내 주는 듯 하다. 그러니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생존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겠는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아니 내가 알고 있었던 '칭기즈칸'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척박한 몽골 평원에서 모진 바람과 그리고 수컷들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그야말로 생존경쟁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척박한 그 땅에서 바람과 먹이와의 싸움에서 누가 어떻게 살아 남느냐 하는 유목민의 삶을 세세히 보여준 소설이지 않나싶다. 몽골민의 삶을 다룬 영화 '투야의 결혼'이나 그외 많은 다큐에서 만난 유목민의 삶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어 현실감 있고 사실감 있어 몽골의 자연과 바람을 바로 눈 앞에서 겪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아버지 예수게이의 죽음 이후 어머니와 이복형제들과 함께 숨어 다니듯 하며 사는 테무진,그가 자무카를 만나는 장면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늑대들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그들의 야성을 알고 있던 테무진은 그야말로 지휘자라도 된 듯 말과 자무카 일행을 구해낸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 본다고 자무카 또한 테무진이 인물임을 알아 보았고 테무진 역시나 그를 훗날 다시 만나게 됨을 알게 된다. 광활한 평원에서 유목민으로 물과 바람과 먹이와 그리고 서로간에 영역다툼을 하듯 흰 뼈와 검은 뼈로 살아가는 사람들,하지만 테무진은 그에게 피와 살이 되는 지혜를 주는 이는 아래가 되어도 존대를 해주는 남과 다른 마음과 눈을 가지고 있다. '모두에게는 없는 눈이 테무진에게는 있으니, 다들 그 마음의 눈이 곧 길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적들에게 쫒기면서 궁핍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는 자신과 모두에게 진실했고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과 사람을 잃지 않고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넓은 마음과 남다른 눈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점점 그의 사람 됨됨이를 알고 그를 찾는 사람들, 무엇보다 안정을 찾기 위하여는 아내를 얻는 것이라 생각하고 어린시절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말이 오가던 집안의 여인을 다시 찾아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아내를 인질로 빼앗기듯 싸움의 계기가 되게 만든 결혼. 하지만 그 싸움으로 인해 그는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그가 칸으로 나아가는 방향 제시가 되지 않았나 한다.

 

척박한 유목민의 삶에서는 남자들 또한 그 삶을 지탱하기 위하여서는 자연은 물론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고 지키는 용맹함이 있어야 하지만 여자들 삶 또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 예수게이 죽음 이후 이복자식과 함께 살아가는 후엘룬의 삶이나 테무진과 결혼하여 겨우 신혼의 재미를 보다가 적의 수중에 들어가 갖은 모욕을 당하며 살아야 했던 버르테의 삶은 다른 듯 하면서도 닮아 있기도 하며 남자 못지 않은 지혜와 용맹을 지녔다. 이야기는 전설과 같은 '늑대 서사'와 '고운님 사랑'인 알랑 고아의 이야기를 먼저 풀어내서일까 신비하면서도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서사'적이면서 전설적인 느낌을 주면서 몽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소설을 써서일까 무척이나 현실적이며 사실감을 준다. 유목민의 삶을 다큐를 보듯 현장감이 있으면서 테무진이 여러 인물들과 어울러 비로소 움직이게 되었으니 2권은 더 흥미진진할 듯 하다.

 

'삶이란 그렇게 몽롱한 것이다. 아름답고 참혹하다.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갈수록 생존경쟁은 더욱 사납고 무섭고 치열했으니, 사방이 터진 벌판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울타리는 동료의 육신밖에는 없었다.' 처음 시작이 늑대와 말과 사람의 싸움을 그려서일까 이야기가 펼쳐질 평원이 늘 평화로운 곳이 아닌 정말 생존경쟁이 얼마나 치열한 곳인가를, 그곳에서 살아 남는다는 것은 참혹한 일이며 '죽으면 죽고 살면 살리라'라는 말처럼 죽음 아니면 삶을 선택해야만 하는 척박한 곳임을 말해준다.하나의 조드를 이겨내면 또 다른 조드가 바람처럼 달려오고 그 조드를 이겨내면 또 다른 조드가 그리고 퇴로를 준비해 놓지 않은 적의 공격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싸움이 이어지는 평원에서의 유목민의 삶이란 그야말로 척박함 그 자체임을 먼지 바람이 일 듯 생생함을 담아 내어 더 빠져들게 한다. '테무진은 한동안 '세상'을 인내의 실험장으로 알았다.' 테무진이 인내의 시간을 감내했다면 보르칸에서 이제 세상은 테무진에게 어떤 세상이 되어 그에게 돌아올까,2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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