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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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없는 인생이,슬픔없는 인생이 있을 수 있을까? 슬픈 일도 남에게 닥치면 별거 아니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나의 일이 되면 무척 크게 다가오고 '왜 나에게만..' 이라고 하게 된다. 그만큼 남의 일일 때는 무엇이든 작게 느껴지지만 내게는 계속적으로 밀려오는 너울성 쓰나미처럼 모든 것들이 크게 와서 부딪히고 부서지게 마련이다.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별은 혼자서 있는 것보다 함께 있으므로 인해 더욱 빛나고 아름답다. 별이 많다고 그 무한한 빛이 환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왜 일까? 무수히 많은 별들 무수히 많은 사람들, 그중에 나와 끈이 연결된 사람은 '아빠'라는 단한사람 이었는데 그 아빠가 내 곁을 떠나서 죽음이라는 먼 세계로의 여행을 떠날 때, 나는 아빠에게 '죽지마'라는 말도 아니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왜 무엇 때문에.그리고 아빠가 죽음이라는 세계로 떠나던 교통사고를 당하던 날,소년에게는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그의 슬픔까지 떠안을 수 있을까?

 

인디안 속담에 친구란 남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갈 단한사람조차 없다. 모두가 자신의 슬픔만으로도 벅찬 세상이고 그런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밤하늘에 별들 만큼이나.그렇다면 나의 슬픔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나는 어떻게 하여 태어난 것일까? 아니 나의 엄마는 누구이며 어떤 분인가.아버지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였지만 달아나던 간첩이 타고 있던 차와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의로운 죽음으로 사고로 둔갑을 하게 되고 소년 또한 그런 죽음에서 살아 남았다는 이유로 유명해진다. 아니 소년의 죽음에서의 회생은 누군가에게 만들어지듯 그들 부자의 희생을 이용한 권대령,그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받은 보상금을 가로챘어도 그것을 탓하며 찾고 싶지는 않다. 소년이 오로지 찾고자 하는 것은 아버지의 일기장, 아버지의 과거의 기록에서 '엄마의 단서'를 찾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뿌리를,슬픔의 뿌리를 찾고 싶어 한다.

 

지구의 수 많은 사람들중에 자신이 연결되어 있던 오로지 한사람인 아버지가 죽음으로 인해 다른 이들의 슬픔이나 마음을 읽게 된 소년,슬픔은 자신만 지니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애인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성을 버리고 남장을 하듯 하고 다니는 강토 형이나 화염병을 제일 잘 던진다는 선재형이나 재진아저씨 모두들 자신만의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시대 1980년대는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넘쳐났는지도 모른다. 시대가 슬픔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게 역사와 개인의 죽음이 조작되기도 하고 자신의 아버지인 선량한 민간인의 죽음은 위로운 죽음처럼 둔갑하기도 하는 그런 세상이었다. 아무려나 다 괜찮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아니 자신의 엄마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단서를 찾아내어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엄마의 끈을 발견하는 소년, '세상의 모든 비밀들은 그렇게 거꾸로 거슬러올라가야지 밝혀낼 수 있는 거야'라는 말처럼 아버지의 과거속을 거꾸로 올라가 엄마라는 인물의 편지를 손에 넣게 되고 그 속에서 자신의 탄생에 대하여,자신의 뿌리에 대하여 알게 된다. 무수히 많은 별들 중에 왜 자신이 빛나야 했는지 이제서야 비로소 알게 된 소년, 어느 순간부터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읽게 됐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젠 타인의 슬픔도 자신의 슬픔도 가슴 뜨겁게 껴안고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중국의 오래된 이야기에 아이를 잃은 엄마 이야기가 생각났다. 선각자를 찾아가 자신의 슬픔이 무척 큰 것처럼 이야기 하자 '슬픔이 없는 집의 오얏씨를 가져오면 슬픔이 낫는다'는 말에 이 집 저 집 돌아다녀 보았지만 슬픔이 한가지라도 없는 집이 없었다. 자신의 슬픔도 모든 이들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슬픔 중에 한가지였던 것이다. 곡절이 없는 삶이란 없는 인생이라 할 수 없듯이 모두가 그런 슬픔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아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아는가? 웃으면 이제 세상이 군과 함께 웃겠지만,울면 군 혼자 울 것이다. 군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이 세상과 더불어 웃든지,아니면 혼자 울든지.' 그랬다. 그는 고아였다. 하지만 자신만 슬픔을 간직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모두가 슬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나 살아가는 한 가지 길이라는 것을 소년을 깨닫게 된다. 소년의 성장과 더불어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도 타인의 슬픔을 들여다 봄으로해서 자신의 슬픔을 삯일줄도 알게 된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은 내겐 늘 낯설다. <밤은 노래한다> 또한 읽는 동안 낯설면서도 참 어려운 작가구나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 작품 또한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가 아직 젊다는 이유일까?

 

나 또한 친정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난 후부터 남의 슬픔에 대하여 좀더 관대해지게 되었다. 아버지가 가시기 전에는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던 슬픔이 아버지를 암이라는 이유로 보내들려야 할 때,왜 내게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한번 겪고나니 타인의 슬픔에 내 경험이 실리면서 담담하게 조언을 해 주게 되었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객관적인 생각이 더욱 밀려들게 되었다. 존재의 유,무를 떠난 슬픔의 경험이란 내가 겪고나면 반으로 줄어드는,하나의 파도를 넘고 나면 다시 오는 파도를 좀더 쉽게 바라보고 겪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아무리 그가 타인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라고 해도 모두의 감정과 역사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과거나 감정까지도 다 알지 못하던 소년의 성장은 별들의 성장과 마찬가지로 성장과정에서 점점 다른 것들과 슬픔이 희석이 되어 좀더 연해져가고 언제까지나 그 안에서 안주할 수 없음을, 더 큰 너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처럼 그도 그 별들중에 하나가 되어가는, 점점히 박혀 있지만 그 빛은 혼자만 두드러지게 밝은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그는 하나의 별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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