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 지음, 이현경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열 살, 우린 그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나이에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하여 아니 목숨을 이어가기 위하여 처절한 고통과 질곡의 인생과 싸워야 한다면. 아마도 부모밑에서 늘 부족함없이 자라는 아이들은 이런 인생여정을 잘 받아들이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다. 나 또한 그의 이야기가 그냥 소설속에만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한 소년이 살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7년간의 여행 끝에 아프카니스탄에서 파키스탄의 퀘타를 거쳐 이란으로 터키로 그리고 긴 여정 끝에 바다를 건너 그리스로 그리고 이탈리아에 도착하여 이제 겨우 숨을 돌리고 살만한,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엄마를 찾고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된 이야기다.

 

에나이아트, 그는 자신의 나이를 확실하게 모른다. 대충 기억하기로 짐작하는 나이지만 엄마를 그를 살리기 위하여 그를 혼자 떼어놓고 떠났다. 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일을 하다 진 빚을 식구들이 값지 못하자 그들 가족의 목숨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아프카니스탄에서 더이상 애나이아트가 행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연을 쫒는 아이>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 읽었듯이 그곳의 현실에 눈에 그려지기도 하고 그가 만약 그곳에 남아 있었다면 <집으로 가는 길>에서 소년들이 소년병이 되어 '죽음' 이라는 것을 하찮게 여기거나 남을 죽임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는 그런 길로 접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기에 엄마의 마지막 당부를 남기며 그의 곁을 떠난다. '마약을 하지 말아라. 무기를 사용하지 말아라.약속을 끝까지 지키며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역경을 헤쳐 나가라. 남을 속이지 말아라.' 엄마는 아들의 앞날을 예견할수도 없었지만 모두의 운명 또한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 어려움속에서 아들만은 빼어내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난 한번도 두려워 해 본 적이 없어.'

하지만 엄마아 마지막 밤을 보낸 다음 날,그의 앞에는 막막함만이 밀려 왔다. 낯선 곳에 혼자 남겨 진다는 것, 정말 생각해보면 무얼할 수 있을까,그것도 열 살 정도의 아이가.하지만 그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엄마의 당부를 생각하며 늘 현실에 최선을 하다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늘 그의 곁에는 '악어'가 있다. 현 상황이 바닥이라고 해도 늘 자신이 나아갈 문을 열어 놓고 있던 소년은 좀더 목숨이 안전한 곳을 찾아 집에서 멀어져 갔다. 친구들과 같이 움직이기도 하고 혼자 움직이기도 하고 최악의 순간에 당면해서도 늘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소년,고향에서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학교에서의 그 정겨움을 잊지 않고 학교 근처를 배회하기도 하는가 하면 엄마의 언어가 아닌 자신이 있는 곳의 언어를 배워야 살 수 있음을 깨우치고 누구보다 열심이었던,어린 나이였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숱한 고비를 넘어가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숨을 쉬고자 하는 것'

 

터키로 향하는 고된 삼십여일의 산행에서도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어쩌면 도착점을 알지 못했기에 더 살아 남을 수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삼사일정도 산행을 하면 터키에 가 닿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산행이 삼십여일에 달하면서 신발도 다 떨어져 죽은 이의 신발을 슬쩍하여 신어가면서도 감사를 느끼고 터키에서 그리스로 향하는 고무보트 안에서 망망대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모함 덕에 그들은 그리스 해안에 가 닿아 비록 죽을 고비를 넘기며 팬티 한 장의 차림으로 생사고락을 넘어 들었지만 끝내 맘씨 좋은 할머니를 만나 이제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이겨내듯 그에게 '희망' 이라는 인생의 문이 열리게 된다. 세상에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악어' 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의 수호천사들도 많은 것이다.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는지 알았더라면 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어쩌면 떠났을 수도 있겠다.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런 것을 알았다면 난 분명히 다른 식으로 말했을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안다면 그 길로 가고 싶을까.자신 앞에 놓인 길이 어떠한지 모르기에 가지 않은 길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생존을 위한 필사의 선택의 이었던 것이다. 그 속에 소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꽉 움켜쥐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악조건의 현실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고 고향에 엄마와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투지가 불타오르지 않았을까.

 

소년과 저자가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글은 전개되지만 인터뷰어는 어느 순간 인터뷰이 자신이 되어 글을 이끌어 나간다. 에나이아트가 지나 간 고된 행로속에는 미성년인 소년들의 노동이 어떻게 착취되는지도 나와 있고 국경지역에서의 비리 또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소년이 이탈리아에서 희망르 찾았다는 것,고향이 아닌 타향에서 비록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소년도 살아 남고 고향의 가족 또한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는 것.소년의 7년간의 생사를 건 여행을 읽노라니 나의 지금이 너무도 행복이라는 생각에 왠지 미안해지고 부끄러워진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부족하다고 하는 나 그리고 우리,그런 현실을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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