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눈이 왔어요,하얗게 하얗게

 

 

 

얼마만에 뒷산 산행을 하는 것인지... 지난 가을에 몇 번 잘하던 산행을 춥다고 하여 

집안에서만 늘 바라보던 뒷산, 이월의 마지막 날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월 첫 날,

날 몹시도 설레게 한다. 창으로 눈이 하얗게 내린 뒷산을 바라보다가 아침을 먹으며,

-엄마 뒷산에 갔다 올께... 로 시작한 뒷산 산행을 진짜 강행하게 되었다.

 

 

 

 

 

 

 

 

 

겨울산은 뒷산이라도 몇 번 오르지 않아서 걱정... 산행사고를 한번 겪어서인지 겨울산은 더

겁이 나는데 오늘은 왜 이리 설레는지. 집에 있는 옆지기의 아이젠도 가져와 처음으로 해보고

스틱까지 가져왔지만 내겐 낯선 것들이라 처음이라 그런지 손과 발에 익지가 않다.

그래도 안한것 보다는 낫다. 미끄럽지도 않고 스틱에 의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뒷산이라지만 설경은 그야말로 좋다. 140m... 뒷산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그래도 난 산에 잘 오르지 않는다. 무얼 하느라 늘 집안에 콕인지...

벌써 산의 초입에 들어서니 공기부터 다르다. 시원함 시원함 시원함 시원함 시원함 시원함...

폐부 깊숙히 맑고 하얀 공기를 듬뿍 듬뿍 꾹 꾹 밀어 넣어본다. 가슴이 시리도록 말이다.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똑같은 풍경이 아닌 이렇게 조금만 시간을 달리해도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음이 정말 행복이다.

어제와는 너무도 다른 설산 설경이 중년의 가슴을 흔들어 놓다니..

난 아이처럼 하얀 눈이 쌓인 나무와 잎들을 마냥 신이 나서 찍어 댔다.

이런 풍경을 또 언제 만날까...내일 당장이라도 봄이 올것만 같은..아니 눈이 사라질것만 같아

찍고 또 찍고 멈추어 서서 맑은 하늘과 맑은 공기를 가슴 깊숙히 자꾸 자꾸 밀어 넣어 본다.

 

 

 

 

 

 정말 때묻지 않은 공기 때묻지 않은 풍경이다.

간만에 눈이 온세상의 때란 때는 모조리 씻어 내린 것처럼 맑은 공기와 맑은 풍경이

너무 좋다. 간만에 올라서일까 아님 껴입고 또 껴입고 모자까지 푹 눌러 쓰고 와서일까

숨이 차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숨이 차고 덮다. 하지만 볼은 시리도록 아프다.

콧물은 훌쩍 훌쩍... 아직 낫지 않은 감기로 인해 콧물이 맑은 공기 속에 들랑거려도 좋다.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시면 감기쯤은 금방 달아나 버릴 듯 하다.

감기야 물러거라...

 

 

   

 

 

 

혼자서도 잘 놀아요~~

 

 

 

 

 

혼자서도 잘... 열심히 놀면서 올라가는데 넘 좋다.

어쩜 이렇게 정말 깨끗할까...

하늘도 맑고 공기도 맑고 하얀 눈이 내린 뒷산도 좋고...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좋아 천천히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좀더 천천히 옮겨 보았는데

벌써 정상이다. 온 세상이 정말 하얗다. 어제의 시름은 잊으라는 뜻처럼

온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이고 나니 내 마음의 찌꺼기도 한번에 날아가 버린 듯 하다.

아~~~ 맑은 공기....정말 좋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는 발자국 소리따라 곧 봄이 올것만 같다.

아니 봄이 어느 발자국 속에 숨어 있는 듯 하다.

 

 

 

 

하산길은 더욱 조심 조심 하여 내려왔다.

그리고 만나는 오솔길..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워낙에는 산이 하나였지만 인간에 의해 그 몸뚱이가 몇 개로 나뉘어진 것이다.

아니 이제는 두개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없어져 버렸다. 삽시간에...

그리곤 그런 자리에 백화점이 아파트가 원룸이 상가가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끝없는 욕망처럼 남겨진 허허벌판...

그대로 산으로 남겨 두었더라면 좋았을것을...

난 이제 그 나머지 몸뚱이를 만나러 간다.

 

 

 

 

 

돌아서 가던 길에 지팡이를 짚고 오시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조심해서 가세요~~' 했는데 할아버지도 반가웠는지 불러 세운다.

-산에 오니까 좋지요..난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산에 오는데 오고나면 얼마나 좋은지..

-연세보다 정말 정정하시네요.저희 친정아버지보다 더 정정하신듯 해요.

하면서 할아버지와 잠깐 이 길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다고 늘 보던 할아버지도

아니고 처음인듯 했는데 이게 모두 눈이 가져다 준 인연이다.

 

할아버지와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통에 몇 몇 분이 지나가시며 쳐다본다.

할아버지와 내가 잘 아는 사이처럼 보였나.. 나의 목에는 디카가 걸려 있고

귀에는 엠피 이어폰이 꽂혀 있고 머리엔 실로 뜬 모자를 쓰고 있고

옆엔 작은 가방에 보온병을 넣었다. 그리고 손엔 스틱을 가지고 있는데

영락없이 이상한 모습이었으리라..ㅋㅋ

그래도 산에서 만나는 사람은 다 반가운데 모두들 인사도 없이 그냥 쳐다만 보고 다닌다.

먼저 인사를 건넨다면 정말 좋을텐데...

 

 

 

 

 

 

 

 

 

산을 다 돌고 나서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혹시나 내 뒤를 따라 오셨다면 따듯한 메밀차 한 잔 드리려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으셨다. 내가 너무 빨리 걸어왔는지도 몰라

먼저 한 잔 마시고 기다리는데도 오시지 않아 또 한 잔 메밀차를 마셨다.

얼었던 몸이 녹아 내리듯 너무도 좋았다. 깔끔한 메밀차 따듯한 메밀차가 정말 안성맞춤...

그런데 할아버지가 기다려도 오지 않아 다른 길로 내려 가셨나 하여 난 그냥 내 길을 향하고 말았다.

 

정말 간만에 한시간여 넘게 뒷산의 설경속을 헤매고 돌아 다녔는데 너무도 좋다.

몸도 마음도 정말 깨끗해진 느낌... 거기에 맑은 공기까지 가슴 속 깊숙히 들이마셨으니

감기도 곧 나을 것이다. 아이젠을 처음 신어 보았는데 괜찮다.

이제 뒷산에 자주 와도 될 듯 하다.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한 듯 하다.

시작하면 정말 반은 이룬 것인데 시작하기가 정말 망설여지고 어렵다.

올해 이렇게 산행 시작했으니 자꾸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여든이 넘으신 할아버지처럼

부지런히 뒷산으로 고고... 그렇게 건강을 다져야 할 듯 하다.

오늘 뒷산 설경은 정말 좋았다. 두고 두고 이 풍경을 잊지 못 할 듯 하다.

 

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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