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누들로드 - 국수따라 방방곡곡
김미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1년 12월
품절


국수여행이라고 해야하나, 국수따라 맛따라 정말 대한민국 방방곡곡 골목길을 누비고 소문속 손맛 입맛을 찾아 대한민국 누들로드가 나왔다. 왜 난 책 표지만 보고 바로 주무을 했던 것인지. 내게도 '국수' 에 담긴 추억이 너무도 많기 때문일까? 음식은 추억과 기억을 따라 먹는 듯 하다. 물론 손맛 입맛이 곁들어지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어릴적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의 그 맛을 잊지 못하여 오래전 그 맛을 찾아 떠나는 일들이 적지 않다. 국수는 오래전에는 주린배를 배부르게 채울 수 있는 한그릇 풍성한 음식이었다면 지금은 그 옛 맛을 찾아 추억을 먹고 그 깊은 맛으로 마음이 풍요로운 음식이 되었다고 할까.


추억속의 국수

내 기억속에 엄마가 해주시던 '국수' 에 얽힌 추억들이 너무도 많다. 들일을 하시고 늦게 들어와 제비새끼들처럼 엄마를 기다리며 하루종일 배곯던 우리들에게 엄마는 가마솥에다 뚝딱 뚝딱 도깨비방망이라도 휘두른 것처럼 맛있는 잔치국수를 해 내시기도 했고 울타리에 있는 애호박을 따서 들기름에 들들 볶아 고명으로 얹어 주는 국수를 하기도 했다. 싫어도 배고프지 않기 위해서는 먹어야 했고 그것이 주식이듯 했으니 다른 선택이 없었다. 싫건 좋건 먹었던 그 맛을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비 오는 날이면 오빠들과 함께 채와 어망을 들고 논과 개울로 다니며 미끄라지며 고기를 잡아 오면 역시나 엄마는 가마솥에다 한소끔 끓여낸 물고기를 가지고 어죽을 가마솥 한가득 끓여 동네 어른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릇이 모자라 아무 그릇이나 바가지에도 퍼 담아 먹으면서도 뜨거워 호호 불며 식혀 먹던 그 어죽 속에는 손으로 직접 밀거나 국수공장에서 사온 '옛날국수'를 넣어서 어죽맛이 더욱 일품이며 양도 많아 모두가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이젠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추억속에나 맛있는 음식이지 맛있다고 하는 맛집을 찾아가도 예전 그 맛이 아니다. 왜 그럴까? 가난하고 없던 시절에 먹던 그 음식들은 무엇이 다르기에 지금의 음식맛과 다를까? 추억 때문일까.


나 또한 국수를 많이 해 먹는다. 남편이 '비빔국수'를 좋아해서 우리집은 다른집보다 국수를 많이 하니 고추장이며 양념을 많이 먹는다. 친정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무엇하냐고 고추장을 그렇게 먹는다냐?' 물론 비빔국수다. 비빔국수는 열무김치건 배추김치건 김장김치건 알맞게 익으면 정말 딱 비빔국수의 재료가 된다. 물김치는 물국수로 그냥 김치는 비빔국수로 해먹기도 하지만 난 잔치국수를 좋아해서 늘 국물멸치나 다시마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하여 몇 해 전에는 친정아버지와 함께 예산의 오래된 국수공장으로 국수를 사러갔다. 친정엄마는 국수를 좋아하셔서 자주 두분이 그렇게 잔치국수를 해드셨는데 마침 국수가 떨어졌다며 사러 가자고 하여 갔는데 처음 간 국수공장이 신기하여 난 구경에 신이 났다. 정말 오래된 기계들 속에서 하얀 국수가 천처럼 나오는 정말 신기한 구경거리에 신이났는데 아버지는 우리들과 함께 국수를 사러 간 일이 더 신나셨었나보다. 하지만 아버지가 가신지도 이제 두어해가 되니 그도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 국수공장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으니 또한 추억에 젖어 본다.


국수는 오래전에는 궁에서 먹던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던것이 밀의 공급이 늘어나고부터는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잡았으니 '국수 언제 먹여줄래?' 라던가 잔치에 꼭 잔치국수를 하는 것은 그 오랜 전통이 남아 있는 말이라는 것. 무엇이든 여러 사람이 누려야 발전하고 여러 맛과 음식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쌀보다 흔한 밀가루인 국수는 서민의 주린배를 채우듯 한그릇 '후루룩' 하고 나면 정말 배가 불렀다. 친정엄마의 말처럼 '오줌한번 누면 쉬꺼지는 배가 국수배여..' 라는 말처럼 국수배는 질보다는 양이다. 예전에 들일을 나가신 아버지에게 새참으로 엄마는 자주 국수를 끓여 가셨다. 들 한가운데서 논두렁에 앉아 먹던 '잔치국수'는 얼마나 맛있는지,그런 국수들이 할머니들의 손맛으로 다른 세대들에게 이어져 내려오는 그런 귀한 손맛이 담긴 집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가서 맛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지게 만든다. 정말 신기하던 것은 홍두깨로 밀면 점점 커지던 밀가루바탕, 그것을 밀가루를 훌훌 뿌리고 둘둘 말아 정말 일정한 간격으로 썰어 훌훌 털어 가마솥에 후루룩 끓여 내면 모두가 함께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한그릇 국수가 되었다. 고명으로 무엇이든 올려도 좋은 국수, 냉면집이나 국수집에 가면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망설이듯 비냉을 먹을까? 물냉을 먹을까? 아님 비빔국수를 먹을까? 물국수를 먹을까? 우린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국수가 다르니 어느때는 비빕국수 한그릇 물국수 한그릇을 한다.그러면 혼자서 얼마나 바쁜지. 단시간에 후루룩 삶아 내어 양념을 하여 비빔국수를 한던지 물국수인 잔치국수를 한다던지 국수는 육수와 국수 고명의 세가지를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국수의 종류에는,지역의 특색과 흔한 재료 그리고 손맛이 가미되어 있다.

비빔국수는 정말 양념이 맛있어야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가 하면 잔치국수는 '육수'가 맛있어야 그 맛을 정말 끝까지 맛있게 즐겁게 즐길 수 있다. 눈에 띄는 국수로는 메밀국수에 명태무침도 정말 먹어보고 싶고 강원도의 올챙이 국수도 티비로 보기만 했지 아직이니 먹어 보고 싶고 국수발이 콧등을 친다는 콧등치기국수도 먹고 싶고 이름도 정말 재밌다. 그런가 하면 포항의 포구에서만 맛볼수 있는 '모리국수' 또한 정말 궁금하다. 어부들이 잡아 온 고기를 넣고 국수와 함께 끓여서 모두가 모여 먹었을 정이 담긴 음식인 모리국수,서민적이면서 함께 모여 먹으니 얼마나 더 맛있까.제주의 성게국수와 회국수 그리고 땅콩국수들은 지역의 특색과 재료가 잘 가미된 국수이기도 하면서 주인들의 손맛이 어우러져 더욱 맛있는 서민의 음식이 탄생하지 않았나싶다.호떡집에 불나듯 국수집에 사람이 모이면 다들 비슷한 종류의 가게를 차린다.그렇게 하여 원조분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손맛'과 음식에 맘 상하지 않을 만큼의 '질과 양' 인듯 하다. 국수는 다른 음식보다는 싸고 양적으로 풍성하여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맛이 남달라야 다시 또 찾게 된다.


국수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추억이 깃들어 있고 어려운 시절 친근하게 먹던 음식이라 그런가 하면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을 풍부하게 쓸 수 있음이 이유일 수도 있다. 다른 음식에 비해 국수를 혼자서 먹기 위해 끓이는 경우는 없다. 한솥 가득 끓여서 모두가 풍족하게 나누어 먹는 음식이다보니 싸면서도 손쉽고 간편하게 모두가 함께 정을 나누고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주식인 밥대신 없던 시절을 채워주던 주식이었기에 더욱 그 추억에 젖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한 것이 국수인듯 하다. 겨울에 먹어도 좋고 여름에 먹어도 좋고 비벼 먹어도 좋고 육수를 넉넉히 부어 마지막 국물 한방울까지 쭉 들이켜도 좋은 국수, 때론 이름 있는 이가 즐겼다고 해서 그런가 하면 서민의 가벼운 주머니와 배를 풍성하게 채워줄수 있었던 국수가 다시 부활하듯 우리네 골목을 점령하고 골목음식이 아닌 당당한 음식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을 보면 국수의 대단한 발전이라고 해야하나 앞으로가 기대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백석의 맛>에서 읽었던 백석의 詩 중에서 <국수>를 떠올렸는데 저자 또한 에필로그에서 그 시를 언급해 놓았다. 백석의 시에서는 누구보다 더 전통의 음식들이 맛깔스럽게 들어가 있고 주제로 등장을 하는데 음식이 눈 앞에 있지 않아도 먹고 싶게 만드는 것처럼 <대한민국 누들로드>의 국수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먹고 싶게 하는 것들이,배부르게 한그릇 국수를 비운 뿌듯함을 안겨준다. 나의 곳간에서 김장김치가 맛있게 익었으니 조만간에 비빔국수를 해먹지 않을까,아이들은 김장김치를 쫑쫑 썰어 넣고 한 바지락칼국수를 좋아하니 겨울이 가기전 우리집 상에 국수가 몇 번은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여행가고 싶은 많았는데 '국수여행'은 어떨까 한다. 포항포구에서 맛보는 '모디국수'나 강원도에서 맛보는 '올챙이국수나 콧등치기국수' 그리고 '회국수' 또한 맛보러 가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해도 손끝에서 우러나는 '손맛' 이 있는 국수집들이 장수하길 바래본다.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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