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문화박물지
황교익 지음 / 따비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고는 처음엔 무거운 책인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술술 재밌기도 하지만 잘 읽힌다. 한국음식문화,아니 우리의 전통음식이란 무엇일까? 우리 '한국음식' 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저자는 먼저 '한국음식은 한국의 자연이다' 라고 했다. 우리 땅에서 난 그야말로 '신토불이' 라는 것인데 정말 전통한국음식이란 무엇일까.우리 전통음식문화라고 내 놓을 수 있는,다른 나라와 차별하된 것은 무엇일까? 몇 달 전에 선재스님의 강연에 다녀온 적이 있다. 선재스님은 우리의 음식문화가 무너져 가고 있다면서 '장문화' 아니 '장독대문화' 가 다시 부활해야 건강한 식문화가 된다고 강조하셨다. 단독에서 아파트로 우리의 주거문화가 바뀌고 나서부터 우리 생활에서는 장독대문화가 아니 '장문화' 가 사라져 가고 있다. 그렇게 되고나서 우리는 어떻게 되었는가. 성인병에 아토피에 우린 다시 슬로푸드에 발효음식 거친음식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전통한국음식문화란 무엇일까?

 

오랜시간 우리는 단일민족이라 해 왔지만 역사를 보더라도 요즘 현실을 보더라도 단일민족이라고 하기엔 그렇다. 우리도 이젠 '다문화' 시대에 접어 들고 있는 것이다. 의복문화도 유행이 돌고 돌지만 먹는 문화도 유행이 돌고 돌면서 결코 '우리것' 이라고 딱히 고집할 수 없는 것이다. 건너오기도 하고 전네주기도 하면서 섞이고 섞여 우리것처럼 정착한 것들도 있는가하면 우리것이 오래전의 정확한 기록이 없기도 하지만 아무리 저자의 말처럼 '신선로' 가 전통음식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신선로' 를 일생에 몇 번을 해 먹을까? 아니 몇 번을 접해볼수 있을까? 난 여고 때 요리실습을 하는 시간에 처음 해보고 맛보고는 그 이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아니 우리 식탁에서 신선로는 그리 유용한 음식이 아니다. 정말 '전통' 속만 갇혀 있는 음식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음식문화도 점점 섞이면서 변화하고 있다. 조리기구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면서 '우리것' 이라고 하기에 딱히 어려운 음식문화가 점차 자리를 잡고 있으니 '우리것의 세계화' 가 어디까지일지 나도 궁금하다.

 

그런 궁금함을 풀 듯이 저자는 한국음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인이 일상에서 먹는 것이다' 라고 정의하듯 말하고 있다. 정말 현대인들이 즐기지 않는 박물관 유리속에 갇힌 음식이 아닌 지금 바로 현실에서 우리가 즐기고 있는 떡볶이부터 해서 미군부대에서 유래한 '부대찌개'등 정말 현대인들이 즐기고 있는 것들을 아우르고 있다. 그렇다고 그 국적불명의 음식이 우리것이 아니라고 하기엔 그렇다. 우리것으로 정착해 있고 우리가 지금 즐기고 있고 우리땅에서 나는 것들도 했으니 우리음식이라 해야하나. 쌀이 주식인 우리는 '밥과 반찬' 의 음식문화로 그와 수반된 모든 것들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 유래부터 하여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들려주어 재밌게 줄줄 읽어나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가끔 그의 촌철살인은 뜨끔하게 한다. '한국인이 먹는 것 앞에서 보이는 이기심은 가끔 돼지의 탐욕스러운 먹성을 뛰어 넘는다.' 어렵던 '보릿고개'시절을 지내와서일까 우리는 먹는것에 무척이나 집착을 보인다. 양보다 질을 따지듯 '탕' 문화가 주를 이루고 남이 먹으면 나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음식앞에서 탐욕을 부린다. 그런 습성의 속을 깊이 파고 들어간다.

 

나 또한 하루 세 끼 가족의 식사를 차려야 하는 주부로 이십여년을 살고 있지만 딱히 내 음식솜씨는 뛰어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통을 고수하는 것도 아니다. 아니 무엇하나 제대로 배운것이 없다. 어깨너머 본 것을 겨우 흉내만 낼 뿐인데도 가족이 모두 맛있게 먹어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한가지 늘 꿈이라면 친정엄마가 계실 때 엄마가 담으시는 장이나 술등 그외 엄마만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은데 늘 마음 뿐이다. 어찌보면 전통은 그렇게 손에서 손으로 대를 이어가며 전해졌는지 모른다. 내가 늘 접하던 것이고 시골에서 자라서일까 더욱 재밌게 읽게 되었다. 잘 알지 못하던 부분도 알게 되었고 음식문화의 과거와 현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아서일까 한가지 한가지가 다 재밌다. 한가지 좀더 사실감을 주기 위해 사진이 컬러였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어쩌면 저자가 사진을 흑백으로 한것은 '아날로그'감각을 가미하기 위하여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요즘은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자꾸 '먹거리' 와 이런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음식문화의 중간점검일지도 모른다.전통음식이라고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지키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것과 섞이고 있는 섞임음식문화 또한 받아 들인것은 받아들여야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