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자주 바뀌는 일이 발생한다.어느 쪽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고,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사고현장, 나 또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런 경우를 당할뻔했다. 몇 번이나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정말 아차하는 순간에 모두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던 그런 일이 있었다. 이 소설 또한 그런 피의자와 피해자의 위차가 시소의 멀고 먼 거리처럼 떨어져 뒤바뀌어 한순간 '사형' 이라는 돌아오지 못한 인생의 벼랑끝으로 내몰릴 그런 위기에 놓이게 될 사고가 발생한다.
소설은 '철창살 철망' 을 사이에 두고 두 남녀가 있다. 누가 어느 신분으로 철창살에 갇혀 있는지 불분명하다.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스트립 댄서로 있던 미미 로이, 그녀를 보고 반한 방탕한 제벌2세 스기히코.하지만 그의집안에서는 그의 방탕한 생활에 이미 모두가 넌덜머리가 날 정도인데 그것도 몇 번 보지도 않은 쇼걸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아버지는 물론 회사의 중역을 맡고 있는 누나네 부부까지도 반대를 하고 나서지만 그는 강하게 밀고 나가 결혼을 하게 된다. 스기히코 부인에게는 에다라는 친한 친구가 있어 그녀에게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 놓고 지내는데 이번 결혼건에 대하여도 그는 열렬히 찬성하고 부러워하지만 스기히코 부인은 가족들의 반대에 억만장자의 집과 생활이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스기히코는 집으로 들어가 결혼생활을 하고 아버지는 대저택의 별채에서 루머티즘 때문에 따로 생활을 하신다. 아버지를 처음 뵙던 날,스기히코 부인은 당당하게 시아버지에게 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녀의 결혼생활은 순탄할까. 아직 시누이도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런 그들에게 대반전의 사건이 발생한다. 스기히코 부인이 결혼 두어달만에 '임신'을 한것이다. 그것도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누나네 부부가 처음으로 스기히코 부부를 보러 오는 날에 임신을 알게 된다. 그 자리엔 주치의를 비롯하여 누나네가 데리고 온 결혼하려고 했던 아가씨인 미사코까지 있었다. 아내의 임신을 알게된 스기히코는 아버지에게 그녀의 임신 소식을 알리려고 별채를 찾아가는데 누나와 함께 가게 되지만 모든 이들이 그녀의 임신은 스기히코의 아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일이라 말을 한다. 그녀는 입덧증상으로 기절과 피곤으로 인해 잠이 들고 그 사이 사건이 발생,시아버지가 누군가에 의해 '타살' 된 것이다. 집안에 침입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알리바이가 다 있는 가운데 그럼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하던 스기히코의 말에 의해 범인은 스기히코로 기우는 듯 했는데 과연 그럴까.
이 소설에서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가끔 그런 일들을 뉴스에서도 듣기도 하고 소설에서도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돈이라면,재벌가들은 돈으로 해결 못하는 일이 없다. 모든 것을 돈으로,사형까지 면할 수 있을까. 하늘과 땅과 같은 가정환경의 차이가 나는 재벌가와 스트립퍼와의 싸움이라면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것이다. 그들이 돈으로 매수를 못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 이 소설이 만약에 영화로 다루어진다면 죄수와 그를 찾아간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까에 이야기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스트립퍼지만 '진실과 정의' 는 돈의 많고 적음으로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다. 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하게 자신의 죄값을 받아야 하고 자신의 신분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그나름 생활과 삶이 있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아니라 사건의 서술에 따라 진행되는 이야기는 반전을 가져오며 제목처럼 '변호측 증인' 어느 선에 서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부지만 선을 넘으면 사형수가 될 수 있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증인' 이 어떤 '증언'을 하느냐에 따라 죄값이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양심을 어디까지 속이느냐에 따라 거짓이 진실이 될 수 있고 진실이 거짓이 될 수 있다.삶이란 얼마나 잔인한가, 사필귀정이다.하지만 힘이 없고 돈이 없으면 그 '사필귀정' 이 안되고 불행한 삶으로 마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돈이 판을 치는 세상이 아닌 정의와 진실이 정당하게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는,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취지인지도 모르겠다. '미치오 슈스케' 가 이 소설을 가리켜 '변호측 증인은 나에겐 비밀장소였다' 라고 하는 이 소설,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고,아니 알려지지 않고 혼자만 알고 싶은 그런 보물과 같은 소설이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되었다. 어찌보면 단순한 내용같기도 하지만 조작된 사형 선고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돈과 재벌과 싸워 진실을 얻어냈기에 다시 자신의 삶을 찾게 된 여자 미미 로이,그녀의 삶은 환하게 빛날 듯 하다. 목격자라고 해도 모두를 믿어서는 안된다. 그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저울의 무게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