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양심을 어디까지 속일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아니 어디까지 속여야 남을 속였다고 볼 수 있으며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자신만 속이면 될까. 자신을 아는 주위 사람들,아니 과거속의 사람들을 모두 속여야 속인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마ㅅ쓰모토 세이초라는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라면 누구나 우러러 보는 그런 작가인듯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까지도 그를 '스승' 처럼 생각하는 작가라 이 작품이 보이자마자 선택하게 되었다.그리고 가끔은 추리소설을 읽어 주어야 책을 읽는 재미에 빠질 수 있다.

소설은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아니 스물 여섯의 데이코와 서른 여섯의 겐이치가 연담이 오가고는 바로 결혼, 겐이치라는 남자의 과거를 알지 못하는데 신혼여행후 그가 갑자기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과거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데이코,어디서부터 그를 찾아야 할까. 겐이치에게는 형이 하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아내에게 그들의 과거에 대하여 말을 하지 않아 모르고 있는 상태, 광고회사를 다니는 겐이치의 과거는? 아니 단순한 실종일까 아니면 자살일까 타살일까? 아직은 실종이라 생각하고 그가 있던 곳으로 찾으러 가는 데이코,하지만 그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게 그에게서 '어두운 그림자' 를 읽었다. 그 어둡게 드리워 있던 그림자속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

그가 있던 곳에 가 보았지만 그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다. 아니 그가 어디에 흔적을 남겼는지 정말 못찾겠다. 왜 그가 데이코가 있는 도쿄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눈쌓인 북국의 설국속으로 정말 홀현히 사라진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천천히 드러나는 그의 과거,그리고 왜 무로타내화벽돌회사는 겐이치가 그곳에 발령을 받고 광고수주가 두배로 뛰었는지.겐이치의 후임 혼다라는 남자가 데이코를 돌아 석연치 않은 사건을 앞장서 조사해준다. 그러다 드너라는 시아주버니 소타로의 석연치 않던 행동과 죽음으로 인해 무언가 물 밑에 가라앉아 있던 사건이 서서히 수면으로 떠 오르지만 왜 동생의 실종에 맞물려 형이 타살을 당해야 했을까? 사건은 점점 1950년대 사회적 배경과 맞물려 들어간다.폐전 후 미국이 지배에 있던 시절 몸을 파는 여성들이 늘어가고 그 여성들을 단속하던 경찰일을 잠깐 했던 겐이치,그리고 그 시대에 그가 관리했던 인물들이 엮이여 가며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벼랑끝으로 내몰린다. 

자신의 과거를 속이기 위하여,아니 자신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을 한사람 한사람 제거해 나가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어디까지 치달아야 결말을 낼까. 단순한 실종사건으로 시작한 겐이치의 실종사건은 점점 부풀어 올라 줄기 끝에 줄줄이 달려 나오는 고구마줄기처럼 겐이치의 과거와 함께 드러나는 다른 사람들의 과거, 눈으로 뒤덮힌 설국에서 얼마만큼 더러워져야 끝이 나는지 알 수 없게 점점 치달리는 살인사건. 씻을 수 없는 더러운 양심을 가진 사람의 살인의 흔적은 밤사이 내린 흰 눈에 뒤덮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벼랑끝에 내몰린 불쌍한 사람들만 목숨을 잃게 되는데 어디까지 가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죄값을 받을까.

한시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잡자마자 끝까지 읽고나서야 손에서 놓았다. 어느정도 읽고나서는 대략 짐작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재밌다. 스물 여섯의 데이코는 짧은 시간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녀가 사건을 풀어가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것도 모를것만 같던 그녀가 일주일 함께한 남편의 실종을 접하며 계속되는 파도에 맞써 싸우며 이겨내는 데이코,무언가 대단한 트릭을 쓰지 않고도 사회문제와 사회배경과 맞부딪히며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을 써낸 세이초,그래서 그를 향한 평이 대단한가 보다. 정신없이 읽어 나갔지만 뒤돌아보면 모두가 불쌍한 죽음들,한사람의 거짓된 양심앞에서 무참히 스러져간 사람들이다. 설국의 아름다움을 뒤로 하며 계속되는 자살과 타살과 인간의 욕심이 무섭고 탁하게 어우러져 음과 양의 명암을더욱 뚜렷하게 해주는 작품인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