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 세상의 아름다운 수목원
고규홍 지음, 김근희.이담 그림 / 아카이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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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시인은 그렇게 노래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뭐 그런 시,정말 이 글을 읽다보니 시인이 노래한 말이 너무도 잘 들어맞지 않나 한다.꽃과 나무는 정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내 안에 다시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잊혀지지 않은 의미로 기억되고 존재된다.그냥 노란꽃 빨간꽃 그냥 나무가 아닌 풀과 꽃 나무들은 저마다 어울리는 이름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으니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잡초에 불과한 것이라도 그 작은 꽃의 이름을 부르고 나면 잡초가 아닌 너무도 이쁜 들꽃이 되고 계절꽃으로 그 꽃이 피는 시기에 그곳을 다시 찾게 만들 수도 있다.우리 들꽃은 정말 낸 몸을 낮추고 눈을 낮추어 내 눈에 마음에 들어오고 향기도 전해질 수 있다. 높은 자세를 유지하며 찾으려 하면 들어죄 않은 것이 꽃과 식물들이고 그냥 지나치다 보며 모르고 지날 수 있는 것이 나무이다. 하지만 나무의 표피를 한번 만져보고 그 겉표피를 한가지라도 기억해 놓는다면 산에 가던지 어느 곳을 가다가 그 나무를 만나게 되면 잊었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쁘다. 그것이 자연이고 꽃이고 나무이다.

천리포수목원에 갈 기회를 몇 번 가져보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그 근처인 만리포에는 여름마다 가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하여 근처인 청산수목원도 가게 되었지만 그때는 천리포수목원은 개방을 하지 않을 때이지만 개방후에도 갈까 하다가 못 간 곳이고 그러기에 더욱 마음 한구석에 남았던 곳인데 이렇게 '나무편지'로 만나니 반갑다.천리포수목원은 '세상의 아름다운 수목원' 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단다. 우리것이 아닌 것들이 우리것인양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서해바다를 곁에 두고 우리가 주이니 아닌 외국인에 의해 자리한 곳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 우리것에 집착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우리는 어쩌면 당연시여기고 귀하게 여기지 못하던 것을 故 민병갈님은 더 귀하게 여기며 보존하려 노력했고 애착을 가졌으리라.

<나무편지>에 천리포수목원의 모든것을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천리포지기로서 그가 담으려 노력했던 어느 부분은 읽을 수 있었다고 본다. 내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그나마 책에 많이 담겨 반가운 마음에 신속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조근조근 풀어내는 그의 글솜씨에 괜히 편안한 쉼터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새가 지저귀고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어디에선가는 꽃향기가 번져 나올것만 같은 편안함이 다 담겨 있는 듯 하다. 식물이나 나무가 자라는데는 자연인 하늘과 바람 태양 물 그 모든 것들이 잘 갖추어져야 쑥쑥 크겠지만 그 식물의 존재가치를 알아 주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발자국소리 또한 식물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라 본다. 나 또한 식물키우는 것을 좋아하고 그들이 내게 의미를 전해주듯 가끔 보여주는 꽃이 좋아 집안을 온통 초록이들로 채웠지만 식물에게는 자연적인 좋은 조건도 맞아야 하고 주인장의 관심 또한 대단히 중요함을 느낀다. 나무편지를 읽다보니 그런 주인장이나 수목원지기들의 관심이 어느 한 곳 치우치지 않음을 본다. 그 관심이 지금의 천리포수목원을 이루었으리라.당연히 수목원의 식물과 나무들은 그런 지기들의 관심에 보답하듯 '자연적 조화' 를 이루었음을.

나무에세이스트의 조근조근한 글과 함께 자연스러운 그림은 더욱 안정감을 준다. 내가 익히 보아오고 사진에 담던 것들이 사실적이면서도 부담을 가지지 않은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 참 좋다. 늘 보아오던 꽃인 수선화 목련 제비꽃 매발톱 너무 많은 꽃들이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주인공이 되고나니 새로운 존재로 다가온다.목련에도 그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지 몰랐는데 다시금 목련의 색을 주의하며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난 특히나 연꽃중에서도 '황련'을 좋아하는데 목련에도 '황목련' 있다니,그것도 희귀한 것이 천리포수목원에 있다니 더욱 가고 싶어졌다. 그런가 하면 가을에도 아니 겨울무렵에도 가을벚꽃이 핀다는 것을 읽으니 지금 시기에 가면 가을벚꽃과 납매등 지금 시기에 피는 꽃들을 만날 수 있다니 더욱 가보고 싶어졌다. 바다가 바로 옆이라 바닷바람이 거세겠지만 꽃 철이 아닌 이 계절에 가는 맛도 분명히 있으리라. 나 또한 봄의 나무나 꽃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나무도 좋아한다. 겨울을 이겨낸 것들이 봄에 더욱 아름답게 잎이나 꽃이 피는 거슬 알기에 겨울나무가 너무도 아름다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에 꽃이 피지 않고 스산하니 이런곳을 잘 찾지 않는 듯,하지만 그 조용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자연과 그 숨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드는 계절이 더 좋을 듯 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수목원이라도 그 아름다움의 가치를 내가 발견하지 못하면 마냥 허사다. 꽃은 꽃으로 피었을 때만 꽃이 아니라 추운 계절을 이겨내면서 겨울눈으로 그리고 봄을 이겨내며 잎과 꽃으로 그리고 열매로 지나는 사계를 모두 보면서 그 나무와 식물의 한해살이를 알게되면 더욱 의미깊게 다가온다. 오랜시간동안 천리포수목원지기로 있던 저자라 그런가 그가 담아내는 이야기 속에는 봄꽃을 이야기 하고 있으면서도 사계가 다 담겨 있다. 그렇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천리포의 사계가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듯 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책 한 권 들고 '천리포수목원' 에 가서 어느 부분 작은 꽃 이야기를 펼쳐 들고 그 꽃을 찾아가며 혹은 나무를 찾아가며 읽어보면 더욱 좋을 듯 하다. 식물도감에서 찍어낸 듯한 이야기가 아닌 그가 느끼고 생각하고 보고 듣고 그의 오감에 기억된 이야기라 더욱 재밌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이 책이 사진과 함께 하는 이야기이고 기억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그 맛은 조금 달라지 않았을까. 자연은 그냥 스치며 보기 보다는 수선화의 나르키소스처럼 조금 들여다보고 관찰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그 식물이 가진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 '멈춤'을 그는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냥 지나쳐서는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까지 담아내서 수목원 깊숙히 들어와 꽃의 향기와 새의 지저귐과 서해의 바닷바람과 함께 하고 있는 그런 기분은 아닐지.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곳의 사계를,꽃이 피고 지는 그 모든 계절을 볼 수 있다면 그런 시간을 만들고 싶어졌다,책을 읽으며.

'나무가 그렇더라고요. 사람이 편안한 마을에서 자라는 나무는 역시 편안한 인상을 갖게 되고, 사람이 불편한 마을에서는 나무도 불편한 인상을 갖는다는 거죠.따지고 보면 그게 기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겠지요. 나른한 기우에서는 사람도 편안하고 나무도 편안한 식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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