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을 나비
이준연 지음, 김재홍 그림 / 삼성당 / 2011년 11월
평점 :
동화작가 이준연님의 대표작중에 엄선된 7편의 동화들,<바람을 파는 소년> <하얀 발자국> <소라 피리> <오백 나한> <가을 나비> <까치를 기다리는 감나무> <지워지지 않는 일기> 인데 한 편 한 편 정말 감동과 아름다움 그리고 삶의 질박함이 숨어 있어 단숨에 읽어 내렸다. 교과서에 실리거나 상을 수상한 작품들인데 그럴만한 이유가 작품속에 모두 숨어 있다. 앞부분 작가의 말중에 '오늘도 나는 손녀 한솔이와 진솔이가 읽어 주는 내 동화를 들으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비록 몸은 늙고 야위었지만 싱그러운 꿈나무를 가지고 있어 오늘도 나는 행복합니다.' 라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바늘귀만한 시력과 암투병중에도 이런 작품들을 쏟아 내셨다니 정말 대단하시다.
어느 작품 하나만 좋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가슴에 와 닿는다. <바람을 파는 소년>은 예전에는 모두가 알아주는 '대나무부채' 였지만 새로운 '나일론' 부채에 할아버지는 기운을 잃고 손주 앞에서 한마디도 못 내신다. 하지만 할아버지부채의 대단함을 인정하고 알아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전통이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어린 손주는 알게 되고는 값싸고 오래쓸 수 있는 나일론 부채도 좋지만 전통과 할어버지의 재주가 겸비한 '대나무부채'에 대한 자부심에 한껏 심이 난 어린 손주,그런 손주를 바라보시는 할아버지의 눈길이 느껴지는 듯한 가슴 뭉클한 작품이다. 예전에는 좋았지만 새로운 것에 밀려 없어지거나 점점 도태되고 있는 것들이 주위를 보면 정말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하얀 발자국>이란 작품은 산골에서 살던 두 집이 모두 이사를 갔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만나기로 했는데 겨울방학에 자신들이 살던 산골집에 찾아 가는 아이들, 어리지만 짐승에게 줄 먹이도 가져오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도 가져왔지만 약속했던 친구들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집을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다,누굴까. 그들은 산에서 산짐승을 잡는 사냥꾼들,자신들은 산짐승들이 겨울에 먹이를 못 찾을까봐 먹이를 짊어지고 왔는데 사냥을 하다니,산짐승을 잡지 않는다는 약속하에 방에 들여보내주는 녀석들.그들 또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짐승에게 줄 먹이를 놓을 곳을 깨끗하게 눈을 치워주고 떠났다.
<오백 나한> 이 이야기는 선운사와 도솔암을 배경으로 쓰였졌다. 작가가 태어난 고장이 고창이라 그런지 지역색이 강하게 나지만 참 좋은 작품이다. 엄마와 아빠를 잃고 할머니를 따라 절에 온 아이,하지만 할머니는 절에서 일을 해주지만 돈을 받아 오지 않는다. 아버지 엄마는 일을 하면 돈을 벌어 오셨는데,하지만 할머니는 다른 소원이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소원을 듣고 소녀 또한 오백 나한을 그려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 보려 한다. 그렇게 소녀는 하루에 몇 개씩 나한을 가져다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절에서는 나한이 없어진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할머니가 아파 누워 계시는 집에 왔다가 소녀의 그림을 보고 알게 되는 스님, 소녀의 소원은 꼭 이루어질 것이다.
<가을 나비> 봄에만 나비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도 나비가 태어난다. 하지만 가을 나비는 그만큼 생명이 짧다. 꽃도 부족하고 시간도 짧고,그래도 자신의 운명이니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하는데 가을 나비는 나비 구름이 되어 영원히 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나비 구름이 될 수 있을까? 코스모스 속에 숨어 있다가 병실에서 아파 누워 있는 소녀느이 누나를 발견하는 나비는 누나에게 자신의 생명을 주듯 하고는 자신은 떠나간다. 아니 나비 구름이 되어 영원히 살게 된다.
위 이야기들 외에도 모든 이야기들이 진솔하면서 가슴 따듯해지고 정말 훈훈하다.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처럼 가슴 따듯한 이야기들이 읽는 이의 정서를 따듯하게 데워준다. 아이들만 읽으라는 동화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동화로 모든 이야기가 다 좋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 옛적에..' 하면서 들어야 할 것처럼 훈훈한 이야기들이 잠시나마 잊었던 동심을 깨우고 혼탁함을 비우게 한다. 이런 이갸기가 자신의 손에 의해 쓰여졌지만 손주들에 의해 다시 듣는 다면 더욱 행복할 듯 하다. '가을 나비' 한마리가 나비 구름이 되어 파란 하늘에서 늘 바라보며 날개를 펄럭이고 있을 것만 같은 '맑은 기운' 이 느껴지는 동화들이 할아버지의 화롯불을 쬐고 있는것처럼 훈훈하게 해 주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