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레터
틸만 람슈테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팔천 킬로미터 저편에서 날아온 열한통의 베이징 레터,진실일까? 중국여행을 가자고 했던 할아버지는 왜 중국여행을 그렇게 가고 싶어하셨을까? 그렇다면 할아버지와 손주인 키스는 종국에는 중국여행을 갔을까 가지 않았을까.어떤것이 진실일지 모를 정도로 완벽하게 '중국여행'을 아니 '할아버지의 인생' 을 그려낸 키스, 하지만 진실같은 진실은 진실이 아니고 거짓일것만 같은 현실은 진짜 현실인 이야기가 베이징 레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것일까? 어쩌면 이 책은 진실과 거짓을 확연하게 비교해 놓았다. 우리는 어쩌면 거짓을 현실이라고 믿고 진실을 거짓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환상같은 현실 속에서 점점더 와해되어 가는 '가족의 의미' 아니 가족이라는 그 진실된 존재에 대하여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여행이라는 말은 그 단어의 의미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행은 떠나서가 아니라 떠나기전 그 설레임만으로도 가슴 벅찬 것이 '여행' 이다. 그런데 여기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마지막이나 마찬가지인 여행을,그것도 팔천킬로미터나 되는 중국에 가자고 하니 아무도 선뜻 먼저 나서서 가길 원하지 않는다.아니 모두가 가기 싫어하여 제비뽑기를 한다. 왜 그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하기 싫어했을까?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이 그리 세세하게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가족들을 무척 귀찮게 했다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며 못살게 굴 듯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가족을 담금질했지만 진작 자신의 삶은 무척이나 자유분방하다. 할아버지의 상대로 젊은 할머니가 벌써 몇 번째인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아니 유지를 못하고 매번 바뀌는 젊은 할머니들,할아버지는 어떻게 젊은 할머니들을 만나고 그리고 헤어진 것일까? 부모는 드러나지 않은 것 같은데 부모가 없는 자식들을 도맡아 할아버지가 책임을 진 듯 한데 그 살림을 도맡아 할 젊은 할머니들을 잘도 데리고 들어왔던 할아버지는 이제 정말 많이 늙으셨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위력은 아직까지는 가족들에게 영향이 미친다. 그렇다면 중국엔 왜 가고 싶어하실까.

할아버지는 젊은 할머니를 만나 또 집에 들였다. 그런데 그도 얼마 못가 늘 싸움이다. 싸움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마다 키스는 젊은 할머니와 마추지다 그녀와 정분이 나고 말았다. 할아버지와 함께 중국여행을 가야할 여행비를 그녀와 기분에 들떠 결혼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모두 날렸다. 노름으로. 땡전 한 푼 없어 중국여행을 물건너 가서 포기하나 싶었는데 할아버지는 차라고 타고 중국에 가겠단다. 그게 항공거리로 팔천킬로미터인데 차를 타고 가면 얼마나 될까? 갈수는 있을까.하지만 할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소지하지 않고 차를 끓고 중국에 가겠다며 길을 나섰는데 얼마 가지 못하고 돌아가셔다는, 그가 맞는지 확인해 달라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그렇다면 키스,그는 할아버지가 살아진 시간동안 무엇을 했을까? 아니 가족들은 왜 아무도 할아버지를 찾지 않았을까.

소설은 할아버지가 중국여행을 갔다는 전제하에 아니 중국여행을 갔다고 믿게 하기 위한 포장으로 그럴싸한 '베이징 레터'와 현실의 이야기가 겹쳐서 전개된다. 베이징 레터는 정말 중국에 할아버지와 함께 가 있는 것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이야기가 있는 그리고 할아버지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중국여행비를 몽땅 날린 그가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전화를 받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정원의 창고에 숨어 지낸다.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결혼상대자인 할아버지의 젊은 할머니인 프란치스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숨어 지내다 할 수 없이 시체안치소에 가서 할아버지를 보게 되지만 그는 완강히 부인한다,할아버지가 아니라고. 할아버지는 분명히 맞는데 왜 아니라고 부인했을까?

어쩌면 베이징 레터는 키스가 할아버지의 인생과 이별하는 진혼곡과 같은 편지이다. 중국여행편인 '베이징 레터 열한 편' 은 '론리 플레닛'을 참고했다는데 정말 사실적이다. 할아버지가 손주가 함께 여행을 간 듯한 느낌이 진하게 풍겨나오면서 바람둥이였던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사랑인 여자를 찾아 중국여행을 갔다고 생각이 들게끔 완벽한 여행이면서 완벽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왜 키스는 할아버지와 떠나지 않은 여행을 거짓이면서 식구들과 프란치스카를 속이기 위하여 모두를 속이기 위한 베이징 레터를 꼭 써야 했을까. 진실과 거짓은 엉켜들면서 할아버지의 연애담은 아름답게 끝을 보지만 현실은 점점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듯한 가족의 붕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시체안치소에서까지 할아버지를 부인했으니...사연 많은 할아버지의 연애사 만큼이나 이야기와 굴곡이 많은 가족사다. 상상속 중국여행처럼 현실 또한 어쩌면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현실은 너무도 냉혹하다. 너무도 철저히 개인화가 되고 뿔뿔히 흩어진듯 한 가족,그런 가족속에서 할아버지는 마술사처럼 혹은 중국여행속 할아버지의 그녀였던 리안처럼 어쩌면 가족을 뭉치는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겉으로는 뭉친 듯 보이면서도 모래알처럼  각각 흩어진 가족의 틀에서 엉뚱하게 중국여행을 고집했던 할아버지처럼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렇게 혼자 걷다가 마치게 된다는, 인생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듯 하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름답게 그려진 중국여행에 비해 현실은 깨진 유리알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린 이야기들이 맘을 아프게 한다. 어느 누구의 생이든 그가 가고 나면 아름답고 좋은 것만 기억하고 싶어진다. 바람둥이였지만 잘 알고 있던 할아버지를 자신만은 어쩌면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한사람의 인생은 삶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순간에 결정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소설을 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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