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펭귄클래식 14
김시습 지음, 김경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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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분명히 배웠고 읽어 보았을터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오신화>는 기억을 되살리는 기회이기도 하며 다시 한번 각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는 의미에서 '최초' 는 어떻게 쓰여졌을까 했는데 지금 읽어도 그리 껄끄럽지 않은 것을 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소설은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서갑집후' 로 나뉘어 있다. 이승과 저승의 삶이 한데 어우러지기도 하고 인간계와 선계가 어우러지는가 하면 혹은 염라국과 혹은 용궁과도 모든 세계를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작가의 현실이 잘 녹아 있다고 하는데 그가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과 적절하게 부합하지 못함이 작품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인가 이야기의 끝은 '일장춘몽' 처럼 자고 일어나니 흩어져 없어진 것처럼 사라지고 만다. 취유부벽정기에 이런 귀절이 나온다. '아스라이 생각해 보니 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생시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그의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모든 이야기들이 꿈인 듯 생시인 듯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 나간 시간처럼 느껴진다.

만복사저포기...남원에 사는 양생은 만복사에 가서 부처님과 저포놀이로 내기를 한다. 따지고 보면 부처님과 내기를 했다기 보다는 혼자서 놀이를 한 것인데 부처님전 앞에서 했으니 그리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자신이 염원을 하고 바로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나자 그녀와 정을 통하게 된다. '오늘 저는 부처님과 저포 놀이를 할까 합니다. 만약 제가 지면 음식을 장만해서 공양을 드리고,만약 부처님께서 지시면 아름다운 여인을 얻고 싶은 제 소원을 이루어주시는 겁니다.' 어찌보면 부처님전에서 무지막지 했지만 그래도 이쁜 여인을 만나게 되었지만 그 여인이 다름 아닌 이승의 여인이 아닌 저승의 여인,하지만 그들은 아름다운 시를 통해 정을 나눈다. 작가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어찌되었든간에 현실감이 없는 사랑은 여인의 한을 풀어주고는 꿈인 듯 생시인 듯 그런 이야기로 종결이 나고 만다.

이생규장전도 만복사저포기처럼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그와 비슷하게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로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시로 서로의 마음을 통하는 그들의 사랑, 그리고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정인마져 잃어버리게 되었지만 마지막 사랑을 나누듯 현실에서 사라져 버리는 물거품과 같은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나고 만다. 왜 해피엔딩의 사랑이야기는 없을까. 아니 이승의 사랑은 이승의 사랑과 연결이 되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처음부터 이루지 못할 대상인 저승의 여인과의 만남이다. 그렇게 연결된 사랑은 짧지만 일장춘몽과 같은 시간을 겪고는 사라져 버린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였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 속에는 아날로그식 '연시' 가 등장을 하니 맛이 새롭다. 문명의 이기에 사라져 버린 손글씨로 쓴 손편지나 연서등을 오래전 이야기처럼 잊고 있었다면 아련함을 아니 좀더 정적인 면을 아름다운 시에서 느껴보는 것은 어떤가.모든 이야기들은 비현실적이고 비극이라면 소설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시들은 진정한 그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조금 현실감이 없지만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길,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느껴본다.문득 소설을 읽다 여고시절 작품을 무척인 재밌게 읽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래전 시간인데 갑자기 어제일처럼 생각난 것은...읽어야 함을 느끼면서도 자의든 타의든 이제서라도 작품을 만나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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