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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ㅣ 펭귄클래식 32
너새니얼 호손 지음, 김지원 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 죄가 먼저일까 진실이 먼저일까? 간음을 한 여인을 처형대에 세우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공개재판하듯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가슴에'간음이란 A' 라는 글자를 달고 다니게 한다. 하지만 그 글자는 그녀에게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글자가 되고 만다.왜, 그녀에게만 밖으로 들어난 '죄값' 을 치르게 한 것일까? 분명히 함께 간음을 한 상대가 있었을 터인데 소설에서는 밝히지 않고 숨겨 놓는다.아니 암시적으로 드러내지만 좀더 파고 들자면 헤스터와 함께 '그남자' 를 찾아 공개재판을 했어야 하는것 아닌가. 그시대엔 여자란 어떤 존재인지 소설은 잘 말해주고 있다.
얼마전 이 소설을 읽기전에 '마녀로 추정되는 미라 발견' 이란 글을 보았다. 마녀라는 존재가,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존재를 그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미라는 모든 것을 말해주듯 턱과 머리 윗부분에는 많은 못이 박혀 있었다는 글을 읽었다. 왜 마녀라는 존재가 그렇게 모두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했을까? 아니 여자들이 어떤 행실을 했기에 마녀로 취급이 되었을까? '세일럼의 마녀' 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마녀로 지칭된 여자들은 남자들이 주관하던 약초나 허브등을 가지고 병이나 의술을 행하였다. 그러니 당연히 집주변에도 허브나 그외 희귀한 식물들을 심어 놓기도 하고 아픈 사람들이나 산파역할을 했던 그녀들이라 늘 그런 사람들이 들끓었을텐데 그런 그녀들을 마녀로 취급하기도 했다는 이야기, 왜 여자라서일까. 부활을 막기 위하여 죽어서까지 못질을 당하고 똑 같은 죄를 저질렀어도 남자는 숨겨지고 여자만 드러나는 그런 세상에서 진정한 죄란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과연 누가 A의 글자를 달아야 하는가?
누가 과연 죄인일까. 아니 A의 글자를 달아야 할 사람은 진정 누구일까? 죄의 씨앗을 낳은 헤스터 그리고 펄이 주홍글자에 주인공 A일까? 아니면 자신이 간음이라는 죄를 범했으면서 종교라는 허울 아래 숨어 있는 나약한 딤즈테일 목사가 진정한 죄인일까? 그도 아니라면 늙어서 철 모르던 어린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 성불구자인 칠링워스, 늘 그들의 주변에서 복수를 행하거나 꿈 꾸고 있는 늙은 의사가 진정한 죄인일까? 그도 아니라면 헤스터와 펄을 죄인취급하며 구경거리로 내모는 시민들과 독자가 죄인일까? 헤스터는 간음을 하여 죄인으로 몰리지만 그녀는 펄과 오두막집에 떨어져서도 나약하게 주저 앉아 있지 않고 스스로 강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고 나누며 봉사를 하기도 하고 펄을 천사처럼 키우기도 한다. 간음의 죄값으로 받은 A라는 글자의 의미는 봉사하는 삶을 통해 천사라는 이미지까지 격상이 되지만 자신들의 죄가 드러나지 않았던 남자인 목사는 스스로 자신을 자책하고 나약하게 주저 앉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모두 병약하게 만든다. 그런가하면 늙은 의사 또한 복수심에 불타 더욱 혐오스럽고 추해진다.
죄란 무엇인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듯이 '죄가 없는 사람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라는 뭐 이런 성격의 성경귀절도 있는 것을 보면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헤스터는 죄값으로는 너무나 큰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힘들어 하는 목사도 곁에서 지켜보고 자신의 전남편이면서 목사밑에서 그를 증오하며 고통에 떨게 하는 의사를 보면서 결코 숨기는 것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는 '비상구'를 찾는다. 그것이 모든 것에서 도망이라는 것이라지만 그녀가 취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나 한다. 자신은 죄를 범했지만 자신의 딸인 펄에게는 그 죄가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온갖 것으로 치장을 하고 빛이 나게 하는 그녀,역시나 그녀는 어머니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무엇보다 강한 존재이다. 하지만 아버지인 목사는 나약함에 스스로 죽어간다. 만약에 처음 헤스터가 공개재판을 받을 때 딤즈테일 목사가 그 죄값을 달게 받겠다고 자신의 진실을 폭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늙은 의사 칠링워스가 헤스터의 전남편이라고 밝혔더라면 딤즈테일이 그토록 병약해졌을까? 드러난 죄보다 드러나지 않은 죄가 얼마나 무섭고 큰지 딤즈테일은 여실히 보여준다.
'이 세상에는 숙명 즉 거역할 수도 뿌리칠 수도 없는 운명적인 힘을 지닌 감정이란 것이 있다.' 죄값을 받으므로 하여 감정을 잘 다스렸던 헤스터와 달리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무너져버린 딤즈테일, 감정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양심' 에 거짓으로 대할 수 없었음이었을 것이다. 목사라는 옷을 입고 있으면서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여야 했던 허울 좋은 감정이 7년의 긴 세월에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며 스러져 간 목사와 목사의 죽음으로 인해 그 또한 단번에 알맹이가 사라진 쭉정이처럼 되어 버린 늙은 의사 또한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들의 양심을 속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복수의 칼날을 갈고 진실을 숨긴 죄책감에 사로잡혔다고 해도 어느 순간 '진실' 앞에서는 모두가 죄인이다. '진실하라,진실하라,진실하라..' 라는 귀절처럼 청교도라는 허울아래 거짓과 진실이 뒤바뀌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인간의 양면이란 것이 때론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보면 그녀가 간음을 한것일까 아닐까? 성불구자이고 이미 끝이 난 늙은 의사와의 관계,아니 칠링워스가 자신의 신분을 미리 밝혔다면 일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일 죄값을 크게 받아야 하는 것은 늙은 의사인 듯 하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그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복수의 칼날만 간 간사한 늙은여우같다. 그가 살아가는 이유는 딤즈테일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지켜 보는 것, 복수가 삶의 의미와 존재이유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의 끝은 얼마나 허망한가.그렇다고 진실을 감추고 거짓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옳다고 볼 수 없지만 거짓과 진실 그리고 복수가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지배하는지,생과 사에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 그 단면을 오롯이 보여준 듯 하다.'바로 이 애가 저에게는 주홍 글자라는 사실을 모르시겠어요? 제가 사랑하는 건 이 아이 하나뿐이거든요. 따라서 제 아이는 제가 지은 죄를 벌하는 엄청나게 큰 힘을 부여받고 있지요.'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고전,우려내면 낼수록 진하게 우러나는 그 맛을 새삼 다시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