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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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을 가지고 있다는 '닭', 하지만 동화의 주인공인 잎싹은 난용종으로 그저 철장에 갇혀 알 낳는 기계처럼 알을 낳으면 주인들에게 빼앗기며 자신의 생명이 다해가는 것도 모르고 살아간다. 주인이 주는 모이만 먹으며 수동적인 삶은 살것인가 아님 가슴이 시키는 일을 찾아 아니 가슴에 그동안 품고 있었던 꿈을 찾아 능동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잎싹은 그런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닭에 비유한 세 가지 유형의 삶이 있다. 주인에 길들여지는 철장안의 잎싹과 같은 닭과 수탉에 의해 보호 받는 씨암탉 그리고 마당을 나와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펼치며 살아가는 나중의 잎싹과 같은 삶,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대.

알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은 모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낳은 알을 한번쯤 품어 볼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이 또한 잎싹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다. 잎싹은 유정란이 아닌 무정란을 낳고 있고 주인을 알을 낳자마자 모두 거두어가고 만다. 알을 낳지 못한다면 잎싹의 생명은 다하고 버려지는 것이다. 그렇게 버려지는 닭,아니 개중에 살아 움직이면 그 또한 그곳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족제비의 먹이가 되고 만다. 너무도 피동적인 삶이다. 자신안에는 아니 가슴에는 꿈이 있다. 언젠가 자신이 낳은 알을 한번 품어 병아리를 보고 싶다. 그것이 꼭 꿈으로만 끝날 것인가? 아님 현실에서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또 한가지 철장을 벗어나고 마당을 지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런 삶이 올 수 있을까? 하루하루 힘도 없고 알도 낳지 못하는 그저 폐닭이 되어가고 있는데 아니 죽음으로 이루고 있는데.

철장에 있을 때는 마당에서 한가로이 수탉을 보호를 받으며 헛간에서 함께 사는 수탉과 암탉이 부러웠다.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철장을 벗어나고 보니 수탉의 보호아래 있는 삶조차 자신과 별반 다를게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미운오리새끼처럼 모두에게 왕따인 청둥오리를 만나고 그가 함께 짝이었던 오리가 낳은 알을 품게 되면서 모성애를 발견하고 자신이 꿈 꾸던 삶을 사는 잎싹,하지만 늘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잎싹과 초록머리,하지만 초록머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었기에 달리 세상을 너른 세상을 보기도 하고 세상을 살아 보기도 하는 잎싹,결코 족제비에게 먹히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는 잎싹의 삶을 보며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지만 먹고 먹히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연속선 속에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이 될지 질문을 한다.

'나도 저렇게 우아한 때가 있었을까? 게다가 알을 품을 거라니,그런 느낌은 암탉만 알지...... 참 좋겠구나.' 자신이 암탉이면서 자신의 본능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잎싹, 우리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느날 문득 뒤돌아 지난날을 보면 내가 이렇게 살아오려고 한것이 아닌데,혹은 자신의 알맹이가 사라진 겉데기만 존재하는 삶처럼 의미없이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할 때,갑자기 추하고 폭삭 늙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가슴에 품었던 꿈이 있었을까.' 조차 생각나지 않는 무언가 단순함에 젖어 들어 적응되어진 삶, 자신의 현실을 보게 되고 난 후 갑가지 바빠지고 다급해진다. 그렇다면 지금 무얼할 수 있을까.잎싹은 먼저 자신이 원하던 알을 품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줄탁동시, 자신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초록머리를 자신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잎싹을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서로의 길은 너무도 다르다. 비록 자신이 품어 깨어나게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할 수는 없다.그것이 삶이고 세상이고 이치다.

'하고 싶은 걸 해야지. 그게 뭔지 네 자신에게 물어 봐.'
다 죽어가던 잎싹이 마당 밖에 아니 세상에 놓여지게 되고는 야생으로 돌아간 듯 힘을 얻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함을 안겨주는 마당이 그립기도 하다. 수구초심처럼 그 옛날을 그리워 하기도 하지만 철장안에 갇혀 있었다면 결코 볼 수 없어간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아보았다. 아니 자기 가슴이 시키는 삶을 살며 더욱 단단해졌다. 그렇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후회 없이 자신을 족제비 새끼들을 위하여 보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을 아닐까. 돌고 도는 세상 속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하여 누구도 하지 못한,과감하게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의 삶은 고난하고 험난했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은 만족이 있고 성취를 얻은 것이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열가지를 버려야 하는 삶을 살 수도 있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는 과감히 현실을 벗어나기도 해야한다. 현실에 안주한다면 꿈을 이룰 수도 꿈을 간직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잎싹을 통해 한번 더 느껴본다.'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소망을 간직했기 때문일까. 그래도 마당을 나온 건 잘 한 일이야. 철망은 말할 것도 없고.'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아,미처 몰랐어! 날고 싶은 것, 그건 또 다른 소망이었구나. 소망보다 더 간절하게 몸이 원하는 거였어.' 몸이 원하고 가슴이 원하는 그런 소망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늦지 않았다 그 소망을 잠 깨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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