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7일 전쟁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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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부터 해방구 방송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우리를 눈물겹게 사랑하시는 꼰대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전쟁을 선포합니다.' 꼰대와 부모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녀석들,나이가 몇 살일까? 13살 14살인 중학교 1학년생인 녀석들이 여름방학 종업식 날 한 반의 남자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 유괴 되었냐고 아니다. 처음엔 모두 유괴가 된 줄 알았는데 단 한 명,산부인과 아들만 진짜 유괴가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사라져 버렸다.그렇다면 녀석들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니 정말 어딘가에 블랙홀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녀석들은 철저하게 준비를 했던 것이다. 15~6년 전에 부모님들이 겪었던,아니 경험담인 '해방구' 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녀석들 그와 똑같은 해방구를 저희들이 모두 모여 다시 재생시켜 놓은 것이다. 왜일까?

불만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자식은 부모에게 혹은 학교에 선생님들께 불만이 있을테고 반대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혹은 학생들에게 불만이 있을테고..물론 사회에도 불만이 있고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겠지만 기성세대는 그 불만을 모두 토로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면서 아니 길들여지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신들이 오래전에 품었던 꿈과 이상을 포기하고 사회에 길들여지면서 그런 생각을 품었었다는 것도 잊고 자신들 또한 밑에 세대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짓을 하면서 그렇게 길들여지며 살아가고 있다.왜일까? 아니 나 또한 우리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반기를 들고 일어난 대단하고 어처구니 없는 녀석들이 여기에 있다.그들이 모여 '7일간의 전쟁' 을 하면서 기성세대인 부모와 선생님들을 가지고 놀 듯 한다. 아니 그동안 자신들이 당했던 만큼 아니 배로 갚아주면서 즐기고 있다. 이곳엔 공부할 책도 없고 티비도 없고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은 언제보다도 더 똘똘뭉치고 기지를 발휘하며 번득이는 지혜를 발휘하여 유괴범도 잡고 그들나름 어른들을 혼내주며 자신들만이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7일의 천국'을 즐긴다.

겉표지의 재미난 그림처럼 녀석들 정말 대단하고 재밌다. 학교에선 드러나지 않던 그들 개개인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어 하나로 뭉쳐 누구도 상상해 낼 수 없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일들을 저지른다. 아니 정말 읽고 있으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웃음이 나와 이거 읽고는 내 집의 아이가 아니 다른 아이들이 따라하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러지 않아도 사춘기의 두딸,늘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하여 불만이다. 집에 오기만 하면 그녀들의 입에서는 현교육제도와 학교 그리고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으로 늘 업그레이드를 시켜야만 한다. 들어주지 않으면 나 또한 그들과 똑같은 범주로 취급을 하기에 호응을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나도 그런 시대를 거치며 여기까지 왔기에 그들을 이해한다. 그 시기엔 무언가 바꾸어 보고 싶고 자신들이라면 그렇게 안할 것만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상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현실이 그렇게 바른 길로만 인도할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아니라고 본다. 그렇기에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다음에 우리가 모두 없어져도 별은 저렇게 빛날거야.'
해방구인 버려진 공장건물 옥상에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무심코 내 뱉는 아이들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언제 하늘을 제대로 볼 수나 있는 시간을 살고 있는지. 늘 부모들의 리모콘처럼 바쁘게 움직이느라 하늘 한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불쌍한 아이들, 그들이 없어도 별은 빛나고 있건만 그런 보편적이고 평범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다르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고 느끼지 못하고 친구에 대하여 알지 못하던 것들을 세세히 알고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을 그들은 보게 된 것이다. 책이 아니고 학원이 아닌 곳에서 함께 뭉쳐서 힘과 지혜를 발휘해야 하기에 친구에게서 못 보던 부분들을 캐취해 내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은 더욱 친밀하고 가까워진다. 그동안에 자신들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니 색안경을 끼고 보았던 친구를 이젠 제대로 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부모들은 어떻까? 해방구에서 격한 전투세력이었던 그들은 조용히 학원을 하며 지내는가 하면 뒷거래를 하며 건설을 키우기도 하고 생명을 지운 돈으로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며 아이들 리모컨처럼 조종하며 엄마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 중국집을 하며 모자람 속에서도 계속적으로 아이를 낳는 부모도 있다.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런 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다. 해방구에 모인 아이들의 전쟁과 나오키란 친구의 유괴사건이 맞물려 정말 재밌게 돌아간다. 하지만 그 또한 아이들의 기지로 유괴사건도 잘 해결하고 교장의 비리도 해결하고 체육샘의 음흉함도 혼내주고 부모들의 우려와는 반대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행동과 재치로 사회와 부모 학교에 따끔하게 큰 거 한방으로 일침을 가한다. 결코 십대라고 볼 수 없는 아이들의 행동, 가끔은 혼자 웃으면서 읽다가 심하게 당하는 어른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하지만 왜 속으로는 통쾌하다고 생각이 드는지.읽어나가는 동안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행동하는 것처럼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이 작품이 85년 작이라니. 지금 읽어도 재밌고 뒤떨어지지 않는 재치와 유머 모든 것들이 다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 그렇다고 감동이 없을까,있다.유괴범 아저씨를 돕기도 하고 보건샘을 돕기도 하는 귀여운 녀석들이다. 그들은 해방구에서 단합의 7일전쟁을 마치고 한뼘 정말 성숙하게 자랐을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착한 아이'로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착한 아이'란 대체 어떤 아이일까요? 그것은 어른의 꼭두각시죠. 다시 말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에 순응하는 구성원이 되도록 훈련시키는 게 교육이죠.'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혹은 교육자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될 수도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둔 부모에게도 '교육'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웃다가 보면 무언가 목에 턱 걸리는 '가시' 가 있는 소설로 '우리들' 시리즈가 있다는데 작가를 한번 주목해 봐야겠다.아이들이 읽으면 '해방구' 를 외치며 일탈을 꿈 꾸고 싶게 만들 것만 같다.나도 한번쯤 학교가 아닌 공부가 아닌 성적이 다가 아닌 친구가 적이 아닌 부모들의 잔소리가 없는 그런 해방구에서 일주일만 아니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어 라고 외치는 아이들이 미소지으며 읽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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