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전편에서 고구려의 왕이 된 을불,그리고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고구려의 역사를 쓰기 위하여 이제는 고구려를 넘어 그 원대함을 드높이기 위하여 낙랑과의 전쟁을 벌이는 장면이 시작된다. 작가의 역사소설은 사실적이며 전개가 빨라 재밌다. 그리고 다시금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라고 질문을 하는 것 같다. 아니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만 한다고 그 뿌리를 전해주고 있다. 을불, 고구려의 왕손이었지만 자신에게 뻗어 오는 '죽음' 의 손을 피해 주변국을 떠돌어야 했던 그에겐 그것이 어쩌면 다행한 일이었다. 주변정세도 알게 되었고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더없는 기회가 되기도 하여서인지 그런 시간과 인맥은 그가 고구려 왕이 되는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을불, 고구려의 왕만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밑에 있는 인맥들이 또한 그가 뛰어난 왕이 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국상 창조리,누가보다 뛰어난 지혜와 지략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며 그외 많은 장수들과 그의 힘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보탬이 될 수 있었던 '아영'인 왕비 또한 여자이지만 누구보다 뛰어날 지혜를 가진 여자이며 그외도 많은 인물들이 난세를 일으키는데 큰 도움이 되고 밑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가 또한 고구려 뿐만이 아니라 그가 한때 몸담고 있었던 낙랑까지 혈전을 하면서까지 이겨내게 된 것은 아닐까.

고구려의 주변국이 숙신및 낙랑,낙랑으로 늘 보내오던 철,철은 그시대엔 나라의 힘이었다. 무기를 만들어야 하고 농기구를 만들어야 했던 철, 그 대부분의 고구려 철이 고구려도 부족한데 낙랑으로 가고 있다. 무언가 꾀를 내어야만 했다. 숙신 아달휼은 고구려가 보내는 철을 중간에서 가로채어 자신들이 훔친것으로 하지만 그 또한 을불과 통하였던 지혜, 그 철들은 무기가 되고 고구려의 밑바탕인 힘이 되어 더욱 큰 힘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나라로 만드는,낙랑을 집어 삼킬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그런가하면 다양한 농사법까지 바꾸어가며 좀더 백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안팍으로 힘쓴 을불,백성의 마음을 움직이고 군인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승리는 그의 편이 되어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젊은 왕이라 패기 또한 대단했고 그 패기로 겁없이 뛰어 들려는 전쟁터를 창조리라는 지혜로운 국상이 옆에서 연륜을 더하며 좀더 안정되면서 더욱 단단한 힘이 될 수 있게 다져준 듯 하다. 나라는 임금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밑에 백성이며 모든 사람들이 하나로 같은 뜻을 가지고 하나로 움직여줄 때 강직한 나라로 거듭난 다는 것을 을불은 잘 보여주고 있다.아영의 말처럼 ' 성공을 거두려면 누구보다 더 차갑고 교활해야 한다는 제 생각이 폐하를 보는 동안 서서히 무너졌어요...제게는 그런 따듯함으로 이기는 길이 보이지 않아요. 저는 눈물이 많은 계집이에요. 머리와 외모는 있는지 몰라도 인정은 없어요. 그러나 폐하께서는 그게 있어요. 당장은 손해를 보아도 결국은 승리로 이어지고 마는 내면의 힘, 그 힘이 저를 이끌었어요.저는 처음으로 인간의 길을 배웠어요.' 을불은 여인의 마음만 움직인 것이 아니라 백성의 마음도 군인의 마음도 그런가 하면 낙랑의 '최비' 또한 그가 승리자임을 인정한다. 물론 작가의 마음과 믿음이 많이 더해졌겠지만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그 눈이 잘 그려져 있어 읽으며 기분이 좋다. 장수들은 자신들이 나아갈 때와 들어가야 할 때를 알고 행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죽음이 필요할 때는 마땅히 죽음으로서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제대로 하며 역사 속으로 물러난다.

작가의 역사 소설을 읽고 있다보면 정말 통쾌하다.아니 역사가 이렇게 재미 있다는 것을,다시금 역사를 배우고 알고 싶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가하면 소설을 읽다보면 재밌게 역사를 다시 배우는 느낌도 든다. <고구려3> 편은 읽는 중에 병법이 많이 나오니 왠지 영화 <적벽대전>을 보는 느낌도 들고 아니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사실감이 더해져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처세술' 또한 배울수 있기도 하다. 강하다고 모두가 좋은 것이 아니라 강함 속에서 강함이 해가 될 수 있음을, 강함이 단점이 되는 약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대나무가 그리 오랜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속이 비었기 때문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거나 꺾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쓸모 없는 인생이란 없다. 길에서 만난 거지라도 아니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한번 더 느끼게 해준다. 을불 그야말로 사람을 부릴 줄 알았고 사람을 볼 줄 안 인물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인생처세술이 소설속 인물들에 많이 반영되어 투영되었겠지만 너무 전설적이거나 무용화 시키지 않고 인간적이면서도 백성을 품을 줄 알았고 사람을 볼 줄 알았으며 야망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로 한 점 흠없이 잘 그려낸 듯 하다.

을불 미천왕 편에서 난 누구보다 맘에 드는 인물이 '창조리' 이다. 난세를 일으켜 세운 인물로 최고를 뽑으라면 그가 아닐까 한다. 왕이 될 인물을 기다리며 그림자처럼 숨어 시대를 기다렸던 인물이고 그런 바탕을 만들어 놓았던 그였으며 을불이 왕이 되고는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자신의 지혜와 지략을 모두 펼쳐 놓았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의 모두를 역사에 쏟아 놓고 사그러져 간 인물인 듯 하다. 스스로를 불 태울 수 있었던 창조리와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을불이라는 아니 고구려라는 역사가 다시금 빛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 인물이 어디 창조리 한 명 뿐이겠는가. 국상 창조리에서 왕비 아영도 있고 여려극이라 불리는 여노며 숙신의 아달휼이며 그리고 밑으로는 백성들도 있고 모두가 역사를 만들어 내고 바탕이 된 사람들이지만 소설속에서 번득 번득 지혜를 보여준 창조리라는 인물이 정말 맘에 든다. 만약에 창조리가 아닌 임금을 나쁜 쪽으로 좌지우지 하는 인물이 곁에 있었다면 을불이란 인물이 빛이 났을까? 이런 대단한 인물들이 숨어 있어 소설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한번 잡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작가의 역사소설, 소설로 만나는 고구려이지만 그 행간이 어찌 되었든 간에 빨리 만나고 싶다. '인간이 모든 일을 다 머리로 짤 수 없고, 머리로만 짠 계략은 완전하지도 않다. 최고의 계략이란 우연이 섞일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작가의 최고의 계략인 우연을 만나 빨리 고구려를 모두 읽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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