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주 페렉의 <사물들>도 독특한 소설이었는데 이 소설 또한 독특하기도 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뭘까' 했는데 그의 유년시절을 이해하고 읽는다면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여 먼저 작품해설을 읽고 읽으니 소설의 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 하면서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음이 이제 겨우 조금 작가에게 가깝게 다가간 듯 하다. 그래도 여전히 내겐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작가이기도 하다.
양친은 1920년대 폴란드에서 파리에서 이주한 유대인이며 아버지는 40년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했고 어머니는 43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이 소설의 그 주된 이야기가 자신의 유년시절에 얽힌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군대에서 탈영한 뱅클레를 찾아 온 '오토 아펠스탈' 에게서 그에게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누구' 인가에 대하여 아는냐는 말에 그는 아펠스탈에게서 자신에게 이름을 빌려준 인물에 대하여,아니 그들과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게 된다.자폐증세가 있던 소년을 치료하기 위해 요트여행을 하던 그들이 모두 죽음을 당하고 오로지 소년만 행방불명, 죽은 시체도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소년을 찾아 나섰가다 'W라는 섬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W 라는 곳에서 소년을 찾았다든지 그외 앞의 사건과 이어지는 내용이 아닌 그곳은 '올림픽선수촌' 같은 올림픽촌이라는 이야기가 점점 세세하게 나온다.'W섬의 마을은 우리가 '올림픽선수촌'이라 부르고, 고대 올림픽에서 레오니트옹이라 불렸던 곳,혹은 한 나라, 또는 여러 나라 선수들이 중요한 국제경기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하기 위해 체류하는 훈련 캠프와 거의 동등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나에겐 유년의 기억이 없다.' 라고 이어지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옮긴 다른 소설은 그의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듯 유년의 편린들을 찾아 조각을 맞추어 나가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유태인이 어머니를 떠나 보내야 했던 소년,그리곤 어머니와 헤어 진 후 떠돌이 삶처럼 남의 손에 의해 아님 정착지가 불분명하게 떠돌았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의 지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자전적인 '유년의 기억'과 'W' 라는 이야기는 어떻게 어어진다는 것일까? 두 이야기는 평행선처럼 계속적으로 똑같은 거리감을 두며 이어진다. 무얼까 'W' 가 의미하는 것은? 유년의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유년의 기억을 어떻게 해서든 더듬으며 찾아내려고 한다.그런가 하면 'W' 라는 올림픽과 그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머니를 앗아 간 '전쟁과 수용소' 를 빗대어 그려내고 있다. '두 개의 V자의 꼭짓점을 이으면 X자가 되고, X자의 가지를 동일한 길이로 수직으로 연장하면...... 동일한 기호로 철 십자를 대테한 사실에 놀랐던 것이 기억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였다.(96p)' 글에서 보면 이곳이 그가 표현하려는 어떤 곳인가에 대하여 나온다. 히틀러와 나치에 대하여 말하는 그,그가 표현하려던 'W' 라는 곳은 어머니를 빼았아 간 전쟁이며 나치이다. 그로 인해 그는 유년의 기억도 아버지를 전쟁에서 잃었고 어머니 또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죽었기에 그의 정신속에서는 전쟁과 나치 정당하지 못했던 베를린올림픽이 겹쳐 'W'라는 이야기가 탄생한 듯. 스포츠란 전쟁처럼 승리자만 살아 남는다. 승리자가 되기 위하여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지,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지 그 치열함을 'W' 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W에서 스포츠 위주로 삶이 조직화된 것이 노리는 유일한 최종 목표는 경쟁을 과열시키고, 혹은 다른 표현을 쓰자면 승리를 찬양하기 위한 데에 있다.' 승자가 되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승자가 아닌 패자의 가지게 되는 것은, 그는 패자의 입장이나 마찬가지이니 유년의 기억도 잃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잃어다. 그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적 아픔에 시달렸던 그는 무엇이든 풀어내야 했을 것이다. 자신의 유년시절을 들여다 봄으로 해서 어쩌면 자신을 찾고자 한 것은 아닐까?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져 치열한 전쟁터와 같은 삶에서 승자가 되기 위하여 그 또한 치열하게 살아야 했지만 그에게 남겨진 아픔은 늘 트라우마처럼 그를 따라 다닌 것은 아닐까? 'W의 삶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것은 사실 꽤 끔찍한 광경이다. 초심자는 경기장,훈련장,트랙을 두루 돌아다닌다. 아직 차분하고 자신감에 찬 청소년에 불과해서 그때까지의 삶이란 수많은 동료들과 나눈 따듯한 우정으로 넘쳐흘렀던 반면 화려한 축제와 환호, 승리의 음악, 하얀 새들의 비상과 연관되었던 이미지들은 이제 참을 수 없는 비참한 현실로 드러날 것이다.' 전쟁은 승리자도 패배자도 모두 '비참한 현실'과 맛서게 됨을 말하고 있다. 모두가 피해자인 것이다. 그에게 남겨진 것도 피해자이며 아픔이듯이 승리를 쟁취한 이들에게도 현실은 비참할 뿐이다. 그런 유년의 기억과 'W' 를 그는 소설에서 조우하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은 아닌지.
한참 이성이 성립되는 사춘기에 아니 그 이전에 부모를 잃은 것도 큰 슬픔인데 전쟁으로 피폐해져 여기저기 떠돌며 그의 정신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었을까? '똑같은 글은 쓰지 않겠다' 라고 했듯이 <사물들>에서도 사물들을 통해 '행복과 자유' 에 대하여 그 깊숙히 빠져들게 하더니 이 소설에서 또한 자신의 전쟁으로 부모을 잃은 유년시절과 공정하지 못하게 치른 베를린 올림픽을 전쟁및 경쟁에 빗대음으로 하여 현실이 얼마나 각박한지,살아 남았어도 그 아픔은 끝나지 않았음을 '유년의 기억' 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그의 유년의 기억을 통해 좀더 가까이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나로 바꾸어 놓는다. 아니 좀더 그와 친숙해지게 만든다. 악동같은 표정의 사진이 말해주듯 그 속에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아픔이 자리하고 있음을 소설을 통해 알게 되고 나니 그의 삶이 안쓰럽기도 하고 현실의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한다. 페렉에게 전쟁은 유년시절과의 단절이다. 그리고 그 단절은 현실을 좀더 치열하게 살게 해 준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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