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엄마보다 한 발짝 느리다 - 내 딸을 어른으로 떠나보내기 위한 첫 번째 여행
박윤희.박정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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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엄마는 끝 없는 애증관계라고 한다. 나 또한 그런 시간을 알게 모르게 지났고 지금은 작년에 혼자가 되신 엄마를 여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혼자되신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드리고 싶어 늘 마음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것이 물질적이기기 보다는 마음 뿐이라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 친정엄마는 그리 긴 애증의 관계를 보내지 않았는데 지금 사춘기와 두 딸들과 함께 너무고 긴 애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힘들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나의 옛시절을 이야기 해주면 녀석들은 아직 그릇이 차지 않아서인지 이해를 못한다. 그래도 가끔씩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를 이해해주는 친구같은 딸들이 있어 좋다. 큰딸이 올해 수능이 끝나면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못 가더라도 '제주올레' 길은 한코스정도 걷기여행을 떠나보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럴 수 있을까,딸도 나도 정말 누구나 알아주는 저질체력인데 걷기여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안데 40여일 혹은 50여일 동안 걷기만 하는 산티아고 여행은 어떻게 할까? 하지만 떠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여행을 마지막 그 순간까지 누리고 온다,부럽다.

오십을 바라보는 전문직 엄마와 이십대에 들어선 딸,한참 애증이 깊어질 때다. 엄마 또한 한참 힘든 시기일 때지만 딸 또한 자신이 선택한 인생에 대하여 깊은 회의를 한 듯 하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우리 큰 딸 또한 좁은 우물안에 갇혀 있어 생각은 좁고 고집은 세다. 하고 싶은 것은 저 멀리 있다. 노력을 좀더 해야했는데 이제와서 후회를 하기도 하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잡기엔 현실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엄마인 날 또한 힘들게 한다. 녀석에게 지난번에 얼굴을 보고 정말 이 힘든 시간이 끝나면 국내든 해외든 좀더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이 필수라고 말해주었는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실감하며 읽었다.'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이 이 '순례자의 길' 이라 하더니 둘은 함께 떠났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듯 둘이 하나이면서 따로 길을 걷는다. 그러다 절실한 순간에 손을 잡듯 하나가 된 엄마와 딸, 그렇게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들은 하나가 되었고 갖가 따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으면서 둘이 하나가 되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고 걸었기 때문에 그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어느 집이나 엄마는 딸이 맘에 들지 않고 딸은 늘 잔소리를 달고 있는 엄마가 눈에 차지 않는 것이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머리가 커진다고 사회에 반항하고 어른에 맞서는 어른이 되려고 하는 아이들, 부모의 눈에는 언제나 어리기만 하다. 하지만 자신은 성숙했다고 생각하는 녀석들,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부딪히게 된다.늘 철두철미하다고 할 수 있는 엄마에게 느리고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온 딸은 그저 아직 부족한 애로 비춰지는데 그럴 때 손을 잡아주면 일어나지 못하게 되지만 혼자서 할 수 있게 내버려 두면 스스로 일어난다. 그런 것을 둘의 글에서 깊게 느꼈다. 서로 부딪히려고 하는 순간에는 조금 멀리 떨어져 보는 것이다. 부딪히지 않으면 문제도 생기지 않으니 잠시 떨어져서 서로를 생각해 보면 왜 화를 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그러진다. 처음엔 같이 걸었던 두사람이 점점 혼자 가는 길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좀더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를 볼 때 좀더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점점 더 가까워지는,각별해지는 산티아고 40일 1000km의 걷기여행의 길은 '애증의 골' 을 자갈길에서 혹은 오르막에서 혹은 비가 내리는 날 판초를 입고 걷던 그 길에 모두 놓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둘이면서 혼자 걷게 되었지만 늘 알베르게에선느 함께 하던 그들이 하루는 정현이 길을 잘못 들면서 엄마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녀는 '혼자' 임을 아니 '엄마' 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하여 더욱 각별해진 모녀사이,엄마의 글을 읽다보면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정현을 글을 읽다보면 그녀를 또한 이해하게 되고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도 없는 서로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랑 그것이 엄마와 딸이기에 가능했던 것을 아닐까.글을 읽는내내 그저 부럽기만 했다. 언제 나도 그런 여행을 떠나보나? 생각하고 있으니 반은 이루었다고 생각해야 할까? 좀더 '엄마와 딸' 의 소원한 관계를 더 가깝게 하기 위하여 아니,좀더 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위한 세대차이를 좁혀 보기 위한 여행을 언제 떠나볼까. 그 길이 산티아고가 아니어도 되겠지만 자주보거나 익히 알고 있지 않은 '낯선' 것이었기에 더욱 가능하지 않았을까. 자신안에 있던 소심함을 깨고 좀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변하여 가는 딸을 보며 흐믓해 하는 엄마,그리고 함께 하며 좀더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정신적으로 성장을 하게 되는 딸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그 길에서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날 수 있다.자신이 속해 있던 과거와 화해를 하고 현실에 감사하며 새로운 미래를 다짐할 수 있는 여행이라면 40일을 걸어도 좋고 50일을 걸어도 좋을 듯 하다. 그 시간으로 하여 미래의 남은 시간들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면 떠나고 싶다.엄마라는 존재는 자신이 걸어 온 길을 어느 덧 자식에게 강요하게 된다. 의연중에 자신은 자신의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엄마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자신의 딸에게. 나 또한 그런 것을 현실에서 가끔 부딪히게 된다. 내 엄마가 나에게 강요하던,정말 싫었던 것들을 내 딸들에게 강요하면서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자식을 잘못 키운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녀석들에게는 최고의 욕이라 할 수 있는 '너도 너랑 똑같은 딸을 나아서 고생해봐라.'라고 한번씩 되받아 주어야 화를 풀릴 때도 있지만 사랑이 없다면 서로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말들이기도 하다.어쩌면 관심이 지나치고 사랑이 지나쳐서인지도 모른다. 때론 방목을 하듯 내버려 두어도 좋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새벽어둠을 가르며 순레자들이 길을 나선다. 우리도 마치 영화처럼 그들과 함께 길 속으로 사라 진다. 모두들 얼마간 걷다가는 같은 속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거리를 산다. 초보자인 우리도 그들을 따라 한다. 마치 익숙한 습관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모두들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서로 배려하고 서로 돕는다. 이 길을 같이 걷는 사람들의 영혼이 느껴진다. 소중하다.' 함께 걸으면서 지금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서로에게서 배우게 되고 그렇게 순례자 아닌 순례자가 되어 인생의 무게를 점점 줄여가는 사람들, 그 길에는 그들이 내려 놓고 간 인생의 무게가 또 다른 순례자들에게 빛이 되고 희망이 되어 자라고 있는 것 같다.그 길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인생의 무게란,아니 인생에 정말 소금처럼 필요한 것은 얼마나 될까? 꼭 필요하다도 느꼈던 것들을 점점 버리듯이 자신안에 자리하고 있던 아집을 하나 하나 버리어 가볍게 만드는 마법이 그 길 어딘가에 숨어 있는것 같다. 그리고 현실에 감사하고 모두에 감사하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해 주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엄마는 엄마로 딸을 딸로 그렇게 자신들의 자리에 돌아오게 해 준 걷기여행, 나도 떠나고 싶다.'길은 자욱한 안개로 가시거리가 20미터 내외다. 안개가 걷히기를 바라며 바로 앞만 보며 걷는 길이 계속된다. '엄마,길이 보이지 않으니 걷는다는 생각이 안 들어. 그래서인지 힘이 안 드는 것 같아.'...'다행이네. 때로는 멀리 있는 목표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그럴 때는 오늘처럼 앞만 바라보며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미스터리한 딸과 엄마의 관계, 그 길에서는 그리고 그 길 끝에서도 'No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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