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지금 행복하세요?'
누군가 이렇게 묻는 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아니 그냥 그럭저럭이라고 해야하나.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작가의 계산법대로 시간을 '1초' 로 나눈다면 우리 인생에서 소중하고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있을까.큰딸이 엄마가 책과 여행을 좋아히니 생일선물 이라며 사온 책이 <곽재구의 포구기행> 이었다. 그땐 리뷰도 쓰지 않고 그냥 고마움에 얼른 읽어버렸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책을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꽃에 반하여 여행을 해보신적 있으세요?'
어느 싯귀절에 나오는 '꽃' 에 반하고 그 시를 쓴 시인을 오랜시간 가슴에 담아 두고 있었다면 그 시인을 찾아서 긴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그렇게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은 어쩌면 '작가의 열정'이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인도는 대부분 신들의 나라라고 한다. 어느 것 하나 신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 없고 그곳에 다녀 온 사람들은 신비스런 경험들을 가끔 말하곤 한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타고르가 공부했던 곳에 가서 오랜시간동안 그들의 언어를 공부하여 타고르의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싶다는 그의 꿈, 그것은 열정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남보다 더한 열정이 담긴 여행에서 그는 일상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일상이 모두가 소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그렇다면 '꽃에 반하여 여행을 떠나 본 기억..' 은 나도 물론 가끔은 그런 여행을 한다. 제철에 꼭 보아야 하는 야생화가 보고 싶다면 산행을 가거나 여름엔 꼭 연꽃을 보아야만 설레임을 잠재울 수 있다.꽃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고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는 시인의 감정적인 눈과 언어로 그러지 않아도 신비스런 인도의 평범함 '산티니케탄' 을 신비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챔파꽃과 달빛향기가 나는 조전건다
시장에서 우연하게 한 소녀가 가지고 나온 '종이배' 를 사게 된 그는 어릴적 추억을 떠올려 보는데 암리타는 타고르의 시 <황금빛 배>에 대하여 말해주면서 '암리타는 우리가 앉아 있는 맞은편 가게의 나무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었습니다. 그 나무의 이름은 조전건다,였지요. 이 나무는 오직 산티니케탄에만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나무의 꽃에서는 달빛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지요.Small of moonlight! 세상에 달빛의 향기를 뿌리는 꽃나무가 있다니...... 암리타는 타고르가 이 나무의 향을 몹시 사랑했다고 얘기합니다.' 타고르의 시에 나오는 챔파꽃에 반하여 간 곳에서 흔하게 접하던 챔파꽃보다 더 어쩌면 그의 마음을 사로 잡은 '조전건다' 꽃에서 달빛의 향기가 난다니 달빛 향기는 무슨 향일까 그도 궁금했겠지만 나 또한 궁금하다. 이것은 어쩌면 모두가 소녀에게 '종이배'를 샀다고 비웃었지만 '종이배' 가 준 행운인지도 모른다. 무슨 신비한 동화가 시작된 것 같다.
'허름한 영혼이지만 우리들 모두 작은 종이배 하나가 되어 인생의 강물 속으로 흘러들어가겠지요.'

그리곤 그는 그 조전건다에 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늦은 시간이면 그 나무가 잘 바라다 보이는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그 나무를 바라보게 된다.그 나무는 꽃을 언제 피울까?  인도인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만 그는 릭샤를 타고 다니며 그들의 일상 또한 마주하게 된다. 아무리 맘에 들지 않는 릭샤꾼이라도 그의 소원을 빌어주는 것을 보고는 그들에게 정을 갖게 되기도 하는가 하면 집안 일을 거들어 주는 마시들에 대한 세세한 마음씀씀이를 일기처럼 기록하여 그 시간이 갈등을 빚기도 하고 혹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그 시간 또한 소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릭샤를 타고 가는 중에 릭샤꾼의 등에 새똥이 떨어지는 것을 볼 확률은 얼마일까? 그리고 같은 날에 자신의 옷에 새똥이 떨어질 확률은 얼마일까? 그런 시간은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인도는 빈부의 차가 정말 심한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가난하다고 결코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나름 자신들의 삶이 있고 행복이 있다. 산티니케탄의 노천카페에서는 '500원' 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가난하고 소박하고 평화롭고 따듯하게 인생을 배우고 삶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곳,그곳이 바로 라딴빨리의 노천카페들입니다. 오세요,당신. 500원이면 하루 종일 당신의 인생과 철학,예술과 여행에 대해 세계의 젊은이들과 먹고 마시며 행복하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500원이며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즘은 500원으로 과자 한봉지를 사기도 어렵다.자판기의 커피는 마실 수 있지만 '여섯명이 실컷 먹고 이야기를 나눈 호사스러운 식사의 값은 150루피,3750원입니다... 돈이 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 많은 돈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돈이 더 가치 있다는 것,어쩌면 이 사실이야말로 돈의 진정한 의미 아니겠는지요?' 부자들은 모르는 가난한 자들이 누리는 행복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돈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알기에 그들은 없어도 여행객의 안녕과 행복을 빌고 신을 위하여 꽃을 바치고 오늘도 가족을 위하여 몇 푼 안되는 돈을 벌기 위하여 릭샤를 끌고 거리로 나오는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 배우는 삶의 1초란 더욱 소중한 것이다.

위를 보지 않고 땅을 딛고 선 마음은 풍요롭고 주머니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들은 더욱 소중한 시간들이 되어 값진 선물이 되어 내게도 돌아온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견딘 자만이 '조전건다'의 달빛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처럼 꽃은 활짝 피어 달빛의 향기를 품어낸다. 중간 중간 그가 품고 있었던 '타고르의 시' 가 있고 그와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했던 마음이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자유롭게 풀밭위에서 공부하듯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신을 찾아가는 길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산티니케탄의 모든 이야기는 시인에게 와서 한편의 '시' 가 된 듯 활짝 피어났다.어쩌면 인생이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행복이 더 많은지 모른다. 무욕의 행복에서 피어나는 꽃향기,그리고 바람이 오롯이 담겨 있는 1초 1초는 내 삶의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 지금 행복속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듯 그의 조전건다는 내게 피어 난 것만 같다.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