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아스와 수호천사 읽기의 즐거움 2
수산나 타마로 지음, 우테 크라우제 그림, 유혜자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7월
절판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말들이 있는지,아니 우리가 하고 있는 말중에도 소중하게 간직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그냐 버리듯 내뱉는 말이 있기도 하고 남을 아프게 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남이 들으면 고마운 말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말, 그런 말이 열 살 꼬마아가씨에 어떤 일을 벌어지게 했는지 부부 사이에 한마디 말이라도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내뱉어야 함을 느낀다. 무심코 내뱉는 한마디에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말 속에서 그동안 억눌려 온 자신의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이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 그것을 분간할 능력이 열 살 꼬마아가씨에겐 부족하다. 하지만 그 마음의 문을 할아버지가 열어 주었지만 그녀는 점점 말을 잃어가고 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말들이 있을까?'
처음 시작이다. 정말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말들이 있고 얼마나 많은 말들이 허공중에 떠돌고 있는 것일까? 열 살 마타리나의 엄마아 아빠는 늘 화를 내고 싸운다. 마타리나를 일찍 가지된 부모님들은 그녀로 인해 자신들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면서 늘 싸움으로 일관하고 아빠는 술주정뱅이가 되어가듯 삶은 황폐하다. 그런 속에서 할아버지가 일 나가고 엄마 아빠가 안계실 때 오셔서 일주일에 두번씩 그녀의 숙제를 도와주며 세상의 문을 하나 하나 열어준다. 할아버지와 있을 때는 말도 잘하고 잘 통하고 너무 좋은데 엄마 아빠와 함께 있거나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있으면 말들이 그녀에게 와서 맺히지 않는다. 아니 그녀의 말과 섞이지 않고 겉돈다. 그녀는 선생님이 물어보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가슴에 있는 말이 통하나 보려고 마음 속으로만 말을 하고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자신은 가슴으로 말을 하고 있는데 남들은 자신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바보' 라고 생각한다.그런데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바람의 말도 나무의 말도 모두 들을 수 있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그래. 떡갈나무는 나뭇잎을 다 떨어뜨리지 않는단다. 그 이유가 뭔지 아니?......들었지? 저게 바로 겨울 떡갈나무의 말이야.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없다면 밤나무나 단풍나무라고 착갈할 수도 있었을 거야.나무들마다 하는 말이 따로 있단다. 귀를 잘 기울이면 그것을 구분할 수 있지.' 자신은 나무의 말도 나뭇잎의 말도 바람의 말도 들을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엄마와 아빠는 왜 날마다 싸우는 것일까? 내가 그렇게 엄마 아빠에겐 화나게 하는 존재인가? 갑자기 열 살 꼬마는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오셔야 하는 날 할아버지가 안오시고 엄마와 아빠도 다투고 집을 나갔다.엄마와 아빠가 다툴 때는 침대 밑에 들어가 엄마와 아빠의 말을 색깔로 표시해 보기도 하는 그녀, 엄마와 아빠의 결혼사진에 행복해 보이고 아름다운데 왜 날마다 싸우는 것일까? 그렇다면 황새가 자신을 잘못 가져다 놓은 것일까. 다른 집에 가야 하는데 엄마 아빠에게 잘 못 배달한 것은 아닐까.


'어른의 말은 할아버지의 말만 빼고 거의 다 듣기 싫은 말들이다. 쓸데없는 말,어리석은 말,버리고 싶지만 버릴 곳이 마땅치 않은 말들이 뒤엉킨다.' 그 속에서 마타리나의 존재성 또한 엉키고 만다,엄마 아빠의 삶과 함께.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그 답을 알고 있을것만 같은 할아버지는 오시지도 않고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할아버지에게도 자신이 필요 없는 것일까. 집 앞 밤나무는 엄마와 아빠가 싸우고 집을 나간 것처럼 그녀에게 집을 떠나라고 한다. 백과사전처럼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할아버지를 찾아갈까,아님 자신의 운명을 찾아 나선다. 과연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찾을 수 있을까?


'세상에는 많은 말이 있다.특히 길에 많다.'
엄마와 아빠를 떠나서 그녀 혼자 길을 나서게 되었지만 길에는 더욱 많은 말들이 있다. 그녀가 듣지 못했던 무수히 많은 말들이 그녀에게 와서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리고 집을 나오면 그녀의 운명이 어디엔가 있을것만 같았는데 춥고 배고프고 위험하고 무섭다. 그러다 만나게 된 잃어버린 물건들의 성의 주인인 트롤라 부인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처럼 버려진 토끼인 아토스를 만나게 된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아무 이유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 네가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은 누군가 너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는 의미야.'하며 토끼는 그녀의 존재의 소중함을 깨우쳐 준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그녀를 찾지도 않는 것 같다. 너무 멀리 있다.


우여곡절 끝에 트롤라 부인의 성에서 나오게 되고 다시 혼자가 된 마르티나는 지하철 역에서 자신의 수호천사를 만남으로 해서 자신의 소중함과 모든 사람들이 다 수호천사에 의해 지켜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수호천사를 만나고 자신감을 찾은 그녀,엄마와 아빠의 노력으로 다시 가족을 만나게 되고 할아버지도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는 교통사고가 나셔서 그녀에게 오지 못했던 것.서로 어려움을 겪고 난 후에야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말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는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열 살 꼬마의 눈을 통해 그동안 막 뱉어냈던 내 말들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그리고 내 가족을 진심으로 포근히 감싸주고 안아주어야겠다는, 무엇이든 옆에 있고 곁에 있을 때가 소중한 것이다. 떠나고 난 후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 전에 가족을 품에 안아 주고 말을 하기 전에는 한번 생각해 보는 그런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화가 날 땐 생각하는 '인내' 보다는 먼저 자신안에 고여 있는 화를 밖으로 토해내기 바쁘다. 타인이 자신의 말로 인해 화를 입거나 상처를 입을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 안에 있는 불을 먼저 끄려고 한다. 참을 인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지 않던가.제일 가까운 사람에게는 '사랑해' 라는 말조차 아끼고 잘 하지 않는데 옆에 있을 때 남발하듯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가슴 안에서 숙성시키기 보다는 자주 뱉어내야 할 말이 있고 숙성시켜야 하는 말들이 있고,하지만 가족에겐 좋은 말들은 자주 해보자. 싸우는 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지 않은가.더불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모두가 그 존재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