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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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기 위한 준비처럼 초복날에 뜻 하지 않게 삼계탕집에서 일을 도와 주게 되었다. 긴 장마속이라 사람이 올까 했는데 정말 많았다. 점심에만 하루 준비한 삼계닭이 다 나가고 오후에 다시 준비한 삼계닭이 다시 이른 저녁 시간에 모두 나가게 되었다. 그 속에서는 잘 몰랐는데 집에 오니 내 몸에 밴 비릿한 닭냄새, 난 하루 일했지만 소설속 윤영은 그 곳에서 계속적으로 그 냄새를 맡아가며 고난한 삶을 이겨나가야 했으니 어떠했을까? 초복날에 정말 기름 둥둥 뜬 삼계탕들이 너무도 힘들게 느껴지던 저녁시간,십분이 한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던 그 시간들을 소설속에서 다시 만났다 왜 갑자기 그녀와 내가 오버랩이 되는지,지금 처한 현실이 자신에게 가장 어려운 듯 해도 돌아보면 더 어려운 시간이 반드시 있다.그에 비하면 지금은 그래도 조금 나은 것이라 생각한다면 못 살 이유가 없다. 반드시 극복할 어떤 돌파구가 있다. 그녀라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능력했던 아버지,그런 아버지를 무시하고 발길해야만 했던 엄마. 결국에 아버지는 간암이었지만 손도 못 대고 돌아가시고 남동생 준영도 여동생 민영도 엄마도 결국엔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가난 때문에.여동생 민영은 공부를 잘했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그녀의 공부는 사치나 다름없었다. 누가 그녀의 등록금을 대주랴.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그녀는 선뜻 사업을 하겠단다.일명 짝퉁 가방을 만들어 판다는 것,그게 과연 장사가 될까.불법으로 유통해야 할텐데.엄마와 언니 윤영이 겨우 공장을 다니며 번 돈들을 긁어 모아 시작한 사업, 기어이 뒤집어졌다. 그녀가 작은 가게를 하기 위하여 마련해 놓았던 것까지 모두 거덜이 나고 가족은 흩어졌다. 그렇게 밀려나다가 고시원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비슷한 주제의 남편을 만났다. 그 또한 시골 노모가 대주는 용돈을 받아가며 공무원시험 공부를 하고 있지만 역시나 실패한 인생, 하지만 그들은 하나가 되어 덜컥 아이를 갖게 되고 현재 공부만 하고 있는 남편을 대신하여 윤영이 일을 찾게 된 것,그녀가 소장의 소개로 간 곳은 '왕백숙집' 이지만 그곳은 몸까지 파는 곳이다.

이제 겨우 두어달 지난 딸을 떼어 놓고 일을 나가게 된 윤영,그녀가 벌어 그나마 입에 풀칠을 겨우 하고 살아가는데 남편은 그녀의 인생에 기생을 하듯 현재의 삶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늘 책은 그자리,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아니 현실을 좀더 꿰뚫어 보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이 나서서 책임을 지지도 않으려고 한다. 그저 마누라의 눈치를 보며 마누라에게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기생하려고 한다. 식당일만 하려던 윤영은 '돈' 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뒷방 별채에 들게 된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이 어렵지 한번 발을 들여 놓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쉽다. 아니 자신에게 더 유리한 방법을 찾아낸다. 식당일보다 몸파는 일은 수입이 좋고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도 있으니 점점 거침없이 자신이 덫을 놓아가듯 자신의 삶에 얽혀들어 가는 윤영,그럴수록 현실은 더욱 각박해져 간다. 그녀에게 가족이란 '아킬레스건'과 같다. 아버지를 그렇게 무시하던 엄마는 다시 다른 남자와 붙어 살게 되고 민영은 몇 년만에 연락을 해 '돈' 을 달라 한다. 준영 또한 정신을 차린 듯 하더니 그녀의 삶을 뒤흔들어 놓듯 헝클어 놓고 떠난다.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버둥거려 보지마 점점 거미줄은 자신을 옭아매듯 그녀의 목을 조여온다. 어떻게 벗어난단 말인가.

아이라도 시어머니께 맡기고 남편이 나가서 돈을 벌게 한다면 좀 나아질까,하지만 남편은 아이 핑계를 대며 시골에 눌러 앉아 있다. 그러다 겨우 올라오지만 별 도움이 안된다. 공판장 여자와 정분이 난 듯 하다. 그럴수록 그녀는 점점 노골적으로 몸을 팔게 되고 그러다 덜컥 누구의 아이인지 모를 아이를 가지게 된다. 어쩌란 말인가.어쩜 꼬여도 이렇게 점점 베베 꼬일수가 있지. 좀 나아지나 싶으면 엄마가 나타나고 남편이 사고가 나고 남동생이 다 털어가고 그녀 혼자 어떻게 이겨내라고...윤영의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어떻게 벗어날 방법이 보이지 않는 듯 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삶에 기생하는 진드기같다. 그녀의 피를 빨아 먹으며 사는 흡혈귀들처럼 그녀의 피를 한 점도 남기지 않으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비릿한 닭국물 냄새와 그녀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 주는 별채,그리고 식당앞을 흐르는 계곡물소리,삶은 여전히 흐르고 있지만 그녀만 정체된 듯 고여 썩고 있다. 왜 모든 것들은 자신의 삶에 기생하며 자신의 삶을 물처럼 여유롭게 흘러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가.파김치가 되어 갈수록 윤영이 안에 고여 있던 분노와 고단함이 폭력적으로 물건을 던지게 만들고 무언가 부수게 만들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시에서 도로 이어지는 '경계 표지판' 에서처럼 '환영' 을 느낀다. 지금의 현실에서 보다 더 나은 미래의 환영을 본다.

좀더 희망적이고 더 나쁜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차라리 지금은 행복이다. 현실을 달게 받아 들이는 그녀,곧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녀의 그런 강한 의지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낳았어도 자신을 거부하는 걷지도 못하는 아이,늘 빈둥거리며 자신의 피를 빨아 먹듯 살아가는 남편과 가족들.하지만 그녀는 그들이 있으므로 해서 어쩌면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녀에게 기생하는 그 무언가라도 있으니 그녀에겐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살아 왔는데 앞으로 못 살 이유가 없다. 윤영의 삶을 들여다보면 내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다. 난 너무 가진게 많은데도 늘 부족하다고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녀가 빨리 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힘을 주고 싶다.'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희망이 있다는 사실이 희망적이다.' 라는 말처럼 희망이라는 말에서 희망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윤영, 언젠가는 그녀의 삶에도 무지개가 뜰 것이다.반드시 그런 날이 올것이라 믿으며 책을 덮었다.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흘러가 듯 우리 인생도 흘러가는 것이다.지금 정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잠깐 여울목을 돌고 있을 뿐이다,윤영 그녀는 극복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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