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이 피었네





벌써 유월의 반,요즘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모르겠다.
내가 정신이 없어서 세월은,아니 시간은 잘도 흘러만 간다.
아침에 베란다 창을 열려고 베란다로 나가니 푸른빛이 눈에 들어 온다.
뭘까...하고 몸을 굽혀 들여다보니 '나팔꽃'...
정말 오래된 녀석인데...나 하고의 인연이 말이다.

우리집에서 이젠 사라진 줄 알았다. 아니 작년에 핀 기억이 없는데 
어디에 씨를 감추어 두었다가 이렇게 여름을 맞았는지..
이녀석은 예전에 살던 집에서 키우던 녀석이다. 처음 우리집에 오게 된 것은
오일장을 가다가 길 가에 피어 있는 나팔꽃이 너무 이뻐 씨를 받아다 
우리집 벤자민 화분에 뿌려 두었는데 그것이 하나 둘 나더니만 벤자민을 감고 오르며
파란 꽃을 이쁘게 피워 주었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녀석들이 피어나니 화단이 지저분해
뽑아 내기도하고 이사 올 땐 아에 데려오지도 않은 듯 한데 언제 어느 화에 숨어 이사를 온 것인지..

그렇게 녀석은 이사 온 집에서 다시 목베고니아 화분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난 또 뽑아 버렸다. 저저분 하기도 하고 녀석이 뿌리를 잘 내리지도 못하고..
없어진 줄 알았는데 생명을 연장해 나가고 있었나보다 몰래 몰래 숨어서..
그리고 십여년이 넘은 시간을 지나서도 울집 여름을 이렇게 파랗게 열어 주었다.
곁방살이라 비실비실, 겨우 하나 꽃 피었다. 
그래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하여 제 모습을 잃지 않고 피워 주었으니
올해는 씨를 잘 받아 화분에 다시 심어야 할 듯..
녀석 때문에 더운 여름날을 기분 좋게 열었다.뭔가 행운이 올 듯 하다.


20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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