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절판


책을 좋아하고 독서가 일상인 사람들은 타인의 서재를 훔쳐 보거나 서재에 관심이 많다. 나 또한 이제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일 년에 백권 읽기를 하고 있다보니 집안에 늘어가는 것이 책이고 그렇게 하여 이천여권이 넘는 책으로 거실이 서재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워낙에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겨했지만 그동안 모아 온 책들은 어찌하다보니 제대로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없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나만의 책을 갖게 되고 애서가에서 이젠 장서가로 발돋음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시작에 불과하다.


책쟁이라면 헌책방 나들이 한번 안해본 사람 없고 늘 책구매를 하면서 즐거워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서재에 몇 만권의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책구매를 즐겁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 또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읽어야 할 책이 넘쳐나도 안읽은 책들이 쌓여 있어도 우선 맘에 드는 책은 구매를 하고 보는,정말 중독자 아닌 중독자가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정말 대단하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린시절 책에 관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다. 나 또한 내 책장에 무척이나 오래된,어린시절에 뜻도 알지 못하며 책이 닳도록 읽던 아우렐리스우스의 <명상록> 이 누렇게 변질되고 책 겉표지도 이쁜 달력으로 포장이 된 채로 내 책장에 꽂혀 있다. 책에 관한 추억을 풀어 놓자면 정말 많은데 그들 또한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정말 많다. 책은 소중한 '인연' 을 만들어 주고 책과 책 사이에도 소통이 있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소통' 을 하게 해 주고 책선물로 인한 값진 가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취미가 독서가 아닌 전략적이고 공격적인 독서.
취미라고 하면 '독서' 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렇게 쓰고 있지만 지금은 일상이 '책 읽기' 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상적이던 독서가 '전략적 독서' 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아니 독서에도 전략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냥 뜻 없이 하던 독서가 어느 순간부터 방향을 잡아 가면서 책 속에서 무언가 길을 발견한듯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책과 책 사이 '네트워킹' 을 하고 있다는, 그렇게 하여 더 많은 책들이 더 많은 작가들이라 그외 지식을 충전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책이 많은데 이젠 나이도 있는데 외모에 신경좀 쓰지.' 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딸들에게도 늘 말하지만 외모에 대한 욕심은 언젠가는 끝이 있지만 '내적 재산' 은 누가 훔쳐가지도 않고 쌓아도 쌓아도 끝이 없으며 누군가에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현재 잠깐 만족을 할 수 있는 외적치장인가 내적치장인가.책장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난 주로 문학책을 읽다보니 소설이나 시집 에세이 책이 많다. 그런데 그렇게 읽다보니 인문이며 그외 역사 쪽은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 종종 편식을 하지 않기 위하여 아니 좀더 다양한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눈을 돌려 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행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점점 독서와 글쓰기가 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리뷰를 쓸 때는 무척이나 힘들게 시작을 했지만 지금은 왜 그리 할 말이 많은지,사족도 물론 많겠지만 그만큼 주워 읽은 것들이 처음과는 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좀더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독서와 글쓰기가 필요함을 느낀다. 그렇게 방향을 잡아 가고 있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멈추고 싶지만 이젠 가속도가 붙어 멈출수도 없는 '삶의 연속' 이 되었음을 감지한다.


취미가 전문직이 되고 인생이 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글쓰기도 좋아한다. 많이 읽다보니 나만의 '배설' 을 원한다. 내 안에 쌓아 두기엔 너무 많은 지식을 흡수하여 비우지 않으면 더이상 받아 들일 수 없는 포화상태가 되고 있음을 느껴 바로 바로 배설을 하듯 글쓰기를 하기도 하지만 독서가 자신이 좋아하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전문적으로 바뀌고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전문서적들을 구비하여 도서관 못지 않은 방대한 양을 소장하기도 하면서 남에게 베풀기도 하는 지시개인들, 모티브 원의 이안수님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먼저 앍고 그의 책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 들었었다. 나 또한 나중에는 '내 책' 들로 북카페나 그외 다른 용도로 활용을 하고 싶다.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욱 이안수님의 모티브 원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처치 곤란하던 책이 멋지게 변신을 하여 모든 이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안겨 준다는 것이 전자책이 따라 올 수 없는 종이책이 갖는 장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그런가 하면 자연 과학자 최재천님은 누구도 없는 전문서적들로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서관처럼 대여를 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으니 얼마나 값진 일인가. 서재를 보면 그사람의 일생이 보인다. 그사람과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들과 추억들이 어우러져 빛이 바래도 지식은 바라지 않고 책장에 남아 있다. 그것이 세월이 가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재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계신 분들 같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값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책은 많아서가 아니라 내게 어떤 의미로 어떻게 별처럼 박혔는가 더 의미깊다. 많은 책 속에서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내 인생을 바꾸어 놓은 책은 '단 한 권' 이다. 많은 책들이 있을 수 있지만...내 책들도 언젠가는 그렇게 빛이 될 수 있기를 꿈 꾼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의 여행을 떠나라.'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의 걸으면, 가슴속에서 온갖 더러운 것이 제거되어 절로 구학이 마음속에서 생기고, 산수의 경계가 만들어져 손 가는 대로 그려내니 이 모두가 이루어진 것이 산수의 전신이다. '동기창의 <화론> 중에서.' '독만권서讀萬卷書하고 행만리로行萬里路했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만 권의 독서를 하려면 아직 먼 이야기지만 독서의 의미를 정말 잘 표현한 말인 듯 하여 다시 한 번 더 새겨본다. 그리고 내 일기장에도 옮겨본다. 일기장은 '독서목록' 을 적어 놓기도 하는데 앞장에 이 글을 적어 놓았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의 여행을 떠나라' 너무 좋다. 책을 읽다는 것은 정말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여행' 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이념을 만나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모든 것들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여행은 가고 싶은데 여행을 가지 못할 땐 가고 싶은 곳의 여행서를 사서 읽듯이 책을 읽다보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나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만원으로 누리는 행복 중에서 이보다 큰 행복은 없을 듯 하다. 애서가이며 장서가이고 대단한 독서가인 그들의 글이고 말이나 어느 한 줄 어느 한 권 놓치고 싶지 않다. 책에는 좋은 말들이 많이 밑줄 친 부분들이 많기도 하면서 나와 공통의 분모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고 술술 읽어나가며 그들의 삶을 살짝 엿본듯 하고 더 가까워진 듯 하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여행한 것이 아니라 열다섯 명의 지식인들을 만나고 만 리가 넘는 여행을 한 듯 하다. 내 이야기가 아니어도 읽다보면 행복이 저절로 전염되어 스스로 행복해 지고 있는 책읽기를 하고 있음을 느끼며 나 또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한다. '지식인의 서재' 는 가끔 엿볼만 하다. 아니 지식인 뿐만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재는 가끔 들여다 볼만하다. 그 속에 내가 알지 못했던 지식을 한 줌 얻을 수 있고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눌 수도 있는 길이 분명 있다. 좋은 책 좋은 서재 정말 잘 구경했다. 언제고 시간이 되면 몇 번이고 꺼내어 읽고 싶은 책이다.

http://blog.aladin.co.kr/798705183/484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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