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들나물 대백과
이영득 글과사진 / 황소걸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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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잘 하지 못하는데 몇 해 전부터 건강을 위하여 뒷산부터 오르기 시작하여 낮은 산부터 천천히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날 갈 수 있는 곳까지, 내가 허락하는 곳까지 가기 시작한 것이 산에는 많이 가지 못한 것이 몇 년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야 겨우 뒷산 나들이 가끔 하는 수준이지만 그렇게 산에 다니며 나무며 야생화등 자연에 더 눈을 뜨게 된 것이 다른 무엇보다 기쁨이다. 철마다 피는 야생화가 보고 싶어 산에 가고 싶어 안절부절 하다가 가는 것은 겨우 뒷산, 그래도 만족이다. 낮은 산이라도 아파트 바로 뒤에 산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혜택인가.


그렇게 오르게 된 산에서 만나는 야생화나 나무 그리고 버섯과 곤충들에 관심을 가지며 그날 숙제를 하듯 그날 본 것들의 이름을 찾다 보니 자연이 아니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김춘수님의 꽃이란 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정말 그 말이 맞다. 내가 야생화의 이름을 몰랐을 때는 그냥 들꽃이나 꽃 아닌 하얀 꽃,노란 꽃이었지만 이름을 부르고 부터는 그것은 새로운 생명을 간직하게 되었고 내 안에서 새로 태어난 생물이 되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익힌 것이 그래도 어디가서 '조금 안다' 할 정도만 익혔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그리고는 궁금증에 곤충도감,식물도감,동물도감 그리고 버섯도감을 장만한다는 것이 안된다. 그리고 이젠 나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기회를 만들게 된 이 책, 아 너무 반갑다.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야생화가 이 곳에 모두 담겨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먼저 산나물편이 등장을 한다.하긴 우리 국토의 70%가 산이니 산에서 나는 산나물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내가 아는 산나물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도 산에 다니며 나물을 뜯이시는 분들에게 물어서 겨우 얻은 것 몇 개 정도이고 내가 직접 체취한것은 다래순과 뽕잎 취나물 조금 고사리 정도이다. 그외는 어떻게 그 경지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보니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야생화가 모두 나물이다. 아 이렇게 등잔밑이 어두울 수가. 어릴때 난 동네에서 나물으 제일 잘 뜯고 찾는 아이였다. 사물이나 자연에 관심이 많았던 탓으로 무엇이든 그냥 지나치지 않고 눈여겨 보고 지나서일까 어디에 가면 미나리가 많고 씀바귀가 많고 어느 밭에 가면 냉이가 많고 달래가 많은 논둑이 어디고, 내가 살던 곳은 평야이기에 그야말로 나물이 널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에 광주리 하나 들고 나가면 금방 한광주리 나물을 뜯어 들어와 부모님이 들일을 하고 들어 오시면 반찬 걱정을 한가지 덜어 드리기도 했다. 그런 내가 산에 가면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 나물을 뜯으시는 분들에게 물어 다래순도 알게 되었고 엄나무순 옻나무순등을 알게 되었지만 어린 순을 뜯는다는 죄책감에 나물 체취를 잘 안한다. 그런데 나물이란 것이 이른 봄에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그래서 산행시 산 입구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파시는 나물을 잘 사온다.

그런데 요즘은 웰빙이다 사찰음식이다 건강식이다 하면서 종종 만나게 되는 프로에서 보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못 먹는 것인줄 알았는데 먹는 것이다. 대부분 뿌리를 먹는 것은 잎도 먹는단다. 그렇게 알고 보니 세상에 먹을 것이 더 많다 못 먹는 것보다. 이 책에서 만나는 산나물도 들나물도 갯나물도 나무나물도 그냥 잡초고 야생화라만 알던 것들이 모두 나물이다. 아 이렇게 고마울수가.그렇다고 당장 뜯어다 나물을 해 먹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물꾼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무언가 잃어 버리고 있던 '먹거리' 를 찾은 것처럼 반갑고 고맙다. 산나물 하면 먼저 떠 오르는 고사리 고비 취나물 그외에도 너무 많다. 그냥 꽃만 보던 바위취 기린초 꿩의비름 제비꽃 참당귀 금낭화 미나리냉이 노루오줌 짚신나물 광대수염 개별꽃 앵초 산씀바귀 솜방망이 지칭개 엉겅퀴 둥굴레 풀솜대 향유... 그 많은 것들이 난 야생화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대부분인데 나물로 나오니 새롭다. 또 다른 세계를 알게 된 것은 느낌이다.우리 언니가 산에 가서 잘 뜯어와 봄에도 맛있게 먹었던 밀나물, 그 이름을 확실히 익혔다.


그렇다고 들나물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야생화로 알던 것들이 많다. 쇠뜨기,우리 어릴때 마늘밭에 너무 많아 다 뽑아 버리던 풀인데 나물이다. 며느리배꼽 모시풀 소리쟁이 벼룩나물 고마리 꽃다지 쇠별꽃 돌나물 개망초 벌개미취 뚱딴지 큰망초... 그 이름을 정말 나열하기도 힘들다. 그냥 잡초로 여겼던 것들이 나물이 되는 순간이고 먹거리가 되는 순간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독성이 있는 것들만 빼면 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왜 안그렇겠는가 어려운 보릿고개 시절에는 초근목피로 연명을 했는데 못 먹을게 어디 있을까, 않먹고 입맛이 바뀌고 먹거리가 바뀌었을 뿐이지 그것들은 원래 나물이었고 먹거리였던 것이다. 그것을 점점 우리가 잊어가고 있는 것이지. 내가 들나물에서도 나물이라고 뜯어 먹던 것은 몇 개 안된다. 아, 그런데 들나물도 정말 많다. 그냥 잡초고 야생화로 알던 것들이 나물이었는데 먹을 수 있는 나물을 그냥 잡초로만 여겼던 내 무식이 한심스럽기도 하다. 알면 알수록 정말 새로운 세계가 식물이고 자연인듯 하다.


나무나물 또한 내가 아는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먹어 본 것은 그나마 친정엄마가 팔순이 다 되는 연세에도 예전에는 나물을 잘 뜯으러 다니셨기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있었다. 그렇게 친정엄마께 알음알음 안 것들이 대부분 이었고 내가 잘 모를땐 엄마께 전화를 해서 물어 보기도 하고 산행을 갔다가 산입구에 할머니들께도 잘 물어본다. 그런데 나무 나물도 정말 많다. 올 봄엔 옻순 엄나무순 두릅등 몇 개의 나무나물을 먹어 보았는데 정말 맛있다. 나물의 그 오묘한 맛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그 행복감을 포만감으로 돌렸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무나물도 느릅나무 참느릅나무 산뽕나무 오미자 생강나무 큰꽃으아리 으아리 으름덩굴 다래 음나무 국수나무 찔레꽃 칡 두릅나무 누리장나무 병꽃나무등 정말 많다. 먹거리들을 그냥 지나치며 산을 오르고 내린 것이다. 다른 나물도 그렇지만 나무들은 새 잎이 돋아 나오는 그 여린 잎들은 정말 야들야들 하면서도 고소하면서도 맛있다. 친정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나물이 꼬십지' 라고 답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렇게 많은 나물들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갯가나물도 있다. 어릴적 내가 사는 곳에는 갯물이 들어오는 기수역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무이 들어오는 갯가에 나가면 갯가에서만 나는 나물들이 있었다. 뱀을 무척 무서워했던 나는 뱀의 무서움도 잊고 갯가나물을 뜯고는 했던 기억이 있다. 참 맛있기도 했는데 친정엄마께 여쭈어 보니 지금은 그런 나물이 없단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는데. 갯완두 갯방풍, 몇 해 전 증도에 갔다가 갯방풍을 많이 본 듯 한데 나물로도 먹는단다. 난 그저 갯가의 야생화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이런... 갯씀바귀는 나도 어릴적에 무척 많이 뜯으러 다녀 아는 것이라 반갑다.


그리고 이어지는 '독이 있는 식물', 버섯이나 식물이나 독이 있는 것은 화려하고 겉모양이 번지르르하다. 먹기좋은 떡이 보기도 좋은 것이 아니라 모양이 좋고 색이 화려하다면 일단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입에 대면 안된다. 독에 중독될 수 있다. 자리공 할미꽃 앉은부채 홀아비바람꽃 미나리아재비 복수초 하늘매발톱 투구꽃 괴불주머니 미치광이풀 애기나리 윤판나물 삿갓나물 천남성 족도리풀등 꽃의 색이 어둡거나 화려한 것은 독이 있는 식물일 가능성이 높으니 일단 주위를 해야 한다. 산이나 들이나 내가 아는 나물만 뜯으면 됐지 더 많은 욕심을 부리면 탈난다.


책은 나물에 대하여 모든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나물 체취하러 가는 복장이며 체취철이며 조리법 산야초 만드는 법 등 그외 나물 한가지 한가지에 대한 세세한 사진과 함께 나물을 체취한 날짜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어 도움을 더 준다. 그리고 조리법과 추천음식으로 간결하게 정리를 해 놓아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있으면 나물박사가 될 듯 하다. 하지만 난 나물공부도 되었지만 야생화 공부도 덤으로 할 수 있어 좋다. 이름을 모르던 것들을 사진을 보면서 '아하' 하는 순간이 참 좋다. 내가 나물 한가지를 알아서 뜯어 먹기 보다는 한가지 식물을 더 알게 되었다는 기쁨이 더 좋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손이 닿는 곳에 놓고 닳고 닳도록 봐야겠다.그러다 봄이 되면 산에 가서 한가지 나물 더 뜯거나 책에서 본 것을 신기한 듯 찾아보는 맛도 즐길 수 있으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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