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사계절 1318 문고 68
박선희 지음 / 사계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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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집 맘에 드는데? 마치 옛날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귀하고 소중한 것일수록 그것을 누리거나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른다. 그 가치는 다른사람인 타인에 의해 더 드러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소중하게 지은 집이라면 아버지는 고스란히 물려 받았고 오빠 또하나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았던 책상이나 책장을 물려 받았지만 오빠 일구는 분가를 하고 만다. 모두가 한가족처럼 모여 사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찾았던 할머니는 일구 오빠의 분가로 인한 허전함을 '이구'라는 강아지로 그 빈자리를 달랜다.

이 30년된 구라파식 이층집엔 피씨방을 하는 아빠, 아빠는 피씨방에서 열심히 하시는 줄 알았는데 야동을 즐긴다.하지만 피씨방도 나날이 어렵다. 주위에서 돈을 내리니 어쩔 수 없이 내려야 하지만 그런다면 손익분기가 맞지 않는다. 그런 아빠와는 어울리지 않게 엄마는 엘레강스하고 에소프레소를 즐기는, 커피 중독자이다. 엄마에게서는 늘 커피냄새가 난다. 그런 엄마가 베토벤을 닮은 아저씨가 하는 카페에 커피를 배우러 다닌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엄마의 커피 취향이 맘에 들지 않는다. 주방에 멋드러진 커피머신이 집과는 어울리지 않게 놓여 있지만 할머니는 이 집과 어울리는 달달한 노랑봉지 커피믹스를 좋아한다. 왜 엄마는 에소프레소에 중독이 되었는지, 그런 엄마는 에소프레소 한 잔을 내려 블루타일이 깔린 테라스에서 생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 타일이 몽주가 마찾사 친구인 도현과 무열을 데리고 온 날 무참하게 깨지고 만다. 타일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 30년된 구라파식 이층집에 작은 균열이 생기게 된 것은.

고등생인 몽주는 할머니 생신에 멋진 마술을 보여 주기 위하여 학교에 '마술동아리' 에 들어 마술공부를 한다. 하지만 마술은 좀처럼 늘지 않고 오빠의 분가로 생긴 커다란 방을 자신이 사용하게 되면서 마찾사 친구들을 불러 마술연습을 종종한다. 엄마가 준 학원비를 몽땅 자신의 통장에 넣게 되고 그녀는 친구 자이를 따라 도서관에 갔다가 꽁지머리 아저씨를 만나게 되고 그 아저씨 앞에서 마술을 보이다 꽁지머리 아저씨의 눈길을 끌게 된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커밍아웃을 하게 되고 믿고 따랐던 도현 또한 이혼한 편모 밑에서 엄마의 성을 따라 성을 바꾸게 될 것이며 곧 마술을 그만두게 된다는 말을 하게 되고 무열은 장난처럼 했던 마술에 전적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런가하면 자이 또한 마찾사회원으로 가입하게 된다. 그녀야말로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처럼 도현에게서 꽁지머리아저씨 그리고 무열에게로 옮겨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몽주의 가족들,오빠는 결혼 삼년후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으니 '입양' 을 고려중이다. 하지만 장손이 그가 입양을 한다는 말에 찬성할 어른들이 없다. 그런가 하면 언니는 식구들 몰래 이슬라메드이며 흑인인 남자를 사귀고 있고 그를 따라 캐나다행을 결심한다. 그 모든 것을 언니의 일기를 훔쳐보며 모든 것을 알게 되고 언니 또한 그녀가 볼 수 있게 일기를 오픈한다.

그런가하면 타일에서 마루 계단 세면대 보일러 담장 여기저기 삼십년된 집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서 엄마는 처음 집에 가지게 된 '희망' 에서 벗어나 무언가 '먼 곳' 을 향하듯 하며 이 집에서 떠나기를 희망한다. 이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베토벤 아저씨의 심포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이 아빠와의 관계가 소원해진것을 안다. 엄마가 집을 팔자고 하자 그동안 추억이 많은 집을 팔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할머니는 집을 나가겠다고 하기도 한다. 삼십년된 집에 금이 가듯 가족간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몽주가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가족 개개인의 문제와 생각에 깊이 들어가다보니 구라파식 집에 금이 가는 것처럼 가족간에도 삐걱삐걱 어느새 금이 가고 있었으니 이를 어쩐다. 그러다 언니는 미국연수라 하고 모하메드를 따라 캐나다행을 떠나고 행복한 모습의 사진과 글을 보내 온다. 그러면서 몽주에게 거금 백만원을 남겼다는 말을 남긴다.

도현이 마찾사 회장 자리를 무열에게 넘기고 갑자기 마찾사도 해체를 하기에 이르면서 몽주의 마술도 시들해진다. 현실과는 먼, '마술사는 관객을 속이기 위해 속이는 게 아니라 감동을 주기 위해 속이는 거라고 믿고 싶으니까.' 라고 생각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마술' 을 부려보는 것은 어떤가. 현실을 한번 멋지게 마술처럼 변화시켜 보는거다.'하지만 추억은 과거일 뿐이야. 반짝이던 코발트블루 빛 타일이 이렇게 자기 색을 읽고 깨진 것처럼 사람도 변하는 거고..' 집도 사람도 세월에 따라 변해버렸다. 이젠 그 세월에 맡게 가족이 변해야 한다. 집도 변해야 하듯이... 그런 현실적 마술을 몽주는 이 삼십년된 구라파식 집에 한번 멋지게 부려보기로 한다. 친구들의 힘을 빌어. 언니가 캐나다행전에 이체했다는 돈과 학원비를 몰래 넣어 놓은 돈을 합해 160만원, 그 돈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구라파식 이층집에 생긴 금을 없애보기로 한다. 아니 변화를 주어 멋지게 바꾸어 보려 한다. 마술은 가상이 아닌 현실이다.

깨어진 코발크블루 타일은 멋진 색색의 타일로 바뀌고 삐그덕 거리는 계단엔 바이올렛 화분과 나비스티커로 멋지게 변신시키고 왼쪽보행을 하게 만들어 삐그덕 소리를 없애는가 하면 주저 앉은 마루는 애견들의 러브하우스로 변신을 시키고 담장보수및 잔디테라스도 깔끔하게 변신을 해 놓는다.그들이 누구인가 바로 '마찾사' 회원들이다. 마술을 아는 사람들이니 그들의 손에서 깨어지고 부서진 것들은 그들의 협동심과 노력과 땀으로 멋지게 변신을 한다. 구라파식 이층집은 다시금 생명력을 갖게 된 것이다. 사람 손이 가지않으면 집이건 무엇이건 생명력을 잃게 된다. 주인이 어떻게 가꾸고 관심을 기울이냐에 따라 생명력은 달라질 수 있다. 가족간에 금이 갔다고 생각간 '사랑' 그 또한 다시 찾을 수 있다. 조금도 서로의 입장에서 본다면 입양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고 이슬람 사위를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서로를 좀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포용력으로 감싼다면 가족이라는 색이 약간은 변해도 새로은 생명력으로 발전하여 깨진 코발트블루 테라스가 무지개빛으로 변하듯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집도 세월이 가면 변하듯 가족도 변하는 것이다.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가족일 수 있고 흩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구라파식 이층집이 부활하듯 그 속의 가족 또한 한번의 부활을 꾀하는,사춘기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 본 따듯한 소설이다. 다시금 구라파식 이층집에는 은은한 커피향과 함께 가족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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