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청룡사에 가다





부처님 오신 날, 가랑가랑 가랑비가 내린다. 옆지가가 오전에 한의원에 물리치료를 가면서
'기랑비가 오네..' 해서 혼자서 문자보고 얼만 웃었는지.. '방사능비는 알아도 기랑비는 몰라요~ㅋ'
했더니만 그도 웃었는지.. 혼자서 정말 얼마나 웃었는지. 받침 하나 차이로 문자에서 이런 웃음이..
비가 온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두번 다시 오지 않는 '부처님 오신 날' 인것을 절에 가봐야지..

올해는 큰딸이 고3이라 여기저기 절에 다니면서 기와불사를 하고 있지만 
그보다 오늘 같은 날은 꼭 등을 달거나 초불사를 하고 싶었다. 친정에도 가야해서
다른 절에는 가지 못하니 이곳만 들렸다가 친정도 갈까말까..

올해는 큰딸을 위해서 '소원성취' 등을 하나 달고 지난해 영면하신 아버지를 위해 '영가등' 을 
하나 더 달아야 한다. 옆지기가 물리치료를 마치고 온 시간,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나가기도 그렇고 참 예매한 날씨이지만 일단 외출을 서둘렀다.
더 늦으면 점심을 못 얻어 먹을 듯 하여.. 가는 길엔 안개와 함께 비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이다.
이곳은 산행객까지 많아 오전에는 붐볐을 듯 한데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약간 한산하다.
들어서자마자 나가는 차들이 있어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는 일주문으로 가는데 
벌써 기분이 좋다. 맑은 공기하며 마음이 편해진다. 

일주문을 통과하기 전, 큰딸이 잘 되기를..올해 꼭 소원성취 하기를 빌고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을 빌고.. 그렇게 일주문을 넘어서니 그래도 사람들이 있다.
비가 오는데도 연등이 달려 있고... 비가 오니 비닐등이고 종이도 비에 젖지 않게 잘 되어 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지기는 먼저 점심공양을 하고 난 후 하자고 한다.
함께 공양하는 곳으로 갔더니만 조금만 늦었어도 먹지 못했을 듯.. 비빔밥과 열무김치 
그리고 절편을 얻어 들고는 마루에 한 자리 차렸다.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정말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모두 먹고는 다시 대웅전 마당으로 나가서 연등접수를 했다.
딸을 위한 꼬리표는 옆지기가 쓰고 영면하신 아버지를 위한 꼬리표는 접수처에서 써 주어 달았다.
그렇게 달아 놓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딸아이도 소원을 성취하라고 맘 속으로 빌고
아버지도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빌고... 그렇게 연등을 달고는 잠시 요사채 마루에 앉아 쉬는데
그와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가 억수같이 온다. 정말 한여름 장대비 내리듯 한다.
비가 내리고 나니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대웅전 마당은 한산해졌다.
비닐우산을 쓴 꼬마가 신이나서 비를 즐기고 있고 우린 한참을 마루에 앉아 
앞 산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보며 지난 추억에 젖었다. 

비는 잠시도 쉬지 않고 더 이상 지체하다간 시골에도 내려가지 못할 듯 하여
대웅전을 한바퀴 돌고는 얼른 시골에 갈 길을 재촉했다.
청룡사를 벗어나 바로 앞 주차장에서 마을 할머니가 파시는 '다래순' 을 한봉지 하고는
청룡사를 벗어나는데 동네분들이 이것저것 파는 곳에 취나물이 보인다. 차를 주차하고
취나물을 사러 가는데 친정엄마가 좋아하시는 '옻순' 이 있어 옻순도 사고 
고사리와 두릅이 한 줌 있어 그것까지 샀다. 나물만 한가득 하서 시골로 향하는 길,
청룡저수지 근처에 오니 비는 그야말로 앞도 보이지 않게 온다. 무섭다.
그가 시골에 갈 수 있을까..꼭 가야 하나.. 했지만 어쩌겠는게 엄마가 김치를 가져가라는데..
그리고 그는 다음주엔 중국에 가니 시간도 없다. 분명 엄마는 우리가 가지 않으면 더 걱정을 하실 것이다.
날이 그래도 엄마가 김치를 담는 수고로움에 비할까... 비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 못하고 시골로..
그나마 큰딸을 위한 등과 아버지를 위한 등을 달아서 마음이 놓인다..
비가 내리듯 모든 액운이 씻겨 내려가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2011.5.10


 

 

 

 


늦은 점심공양..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일주문 앞 층층나무에 있는 부처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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