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추억 그리고 음악까지 하나로 잘 비벼낸,써니 2011
감독/강형철
출연/ 유호정(나미),진희경(춘화), 홍진희(진희), 이연경, 심은경,진소라 ,김민영,박진주,민효린...
써니의 과거
1980년대, 그시절 고등학생 이었다면 아니 그시절 영화속 그녀들과 비슷한 나이라면 눈에 익숙하고 귀에 익숙한 것들이 마구마구 튀어 나와 즐겁게 해 줄 영화이다. 나미(유호정)는 안락한 한 가정의 주부로 사춘기 딸과 든든한 경제력을 가진 남편과 살고 있지만 그들 속에서 '그녀 자신' 이란 없다. 삶이 무미건조하듯 무언가 2%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나 또한 그런 시기를 살고 있지만 스스로 무언가 찾지 않으면 정말 우울증이라도 걸릴것 같은 그런 나이이다. '분둥지증후군' 이라고 흔히들 그 시기를 말하는데 아이들이 크고 남편이 사회적 지위가 올라 갈수록 여자이고 아내이고 엄마인 내 자리는 없다. 그녀는 엄마가 입원을 하셔서 병원에 갔다가 여고시절 친구를 만난다. 다름아닌 여고시절 '칭공주의 짱' 이나 마찬가지인 '춘화' 그녀는 이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암이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던 것,이십여년이 지나서 만난 친구가 시한부 인생이라니...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그시절 칠공주였던 친구들을 소수문하여 찾고 만나는 것.
얌전한 주부이기에 그녀의 여고시절 또한 얌전하고 범생이 일것만 같은데 그녀에겐 털어 놓지 못한 과거가 있다. '일명 칠공주' 의 한 명으로 활동했던 것이다. 자신이 선택하여 칠공주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벌교에서 전학온 촌뜨기 여고생이었던 나미의 위기를 그녀들이 함께 해 준 것이다. 그렇게 하여 뭉치게 된 '칠공주' 그들은 자신들을 나타낼 수 있는 그룹명이 필요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별밤지기' 에게 보내고 그녀들의 사연은 뜻 깊은 노래와 함께 흘러 나오게 된다. 보니엠의 '써니' 와 흘러 나온 그녀들의 사연과 별밤지기가 이름지어준 '써니' 는 바로 그녀들의 칠공주 이름이 된 것이다.'흔들어주세요..써니텐' 도 있듯이 그녀들의 그룹이름은 '소녀시대' 와 맞 먹기도 하고 점점 자리를 잡아 가기도 한다. 칠공주는 그야말로 일곱가지 총천연색으로 화려하게 그 빛깔을 과시하며 사연 많은 여고시절을 보내게 된다.
1980년대는 <라붐>, 소피마르소의 시대이다. 그녀의 사진 책받침을 않가진 학생들이 없었을 정도로 인기였고 피비켓츠와 함께 쌍벽을 이루듯 했던 그녀가 주연한 영화 <라붐>의 OST 또한 인기였다. 그리고 롤러장에서 흘러나오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던 노래들과 조용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노래들이 한참 인기였던 그 시대, 화려한 칼러가 유행했던 것 만큼이나 젊음이 한껏 발산되던 시대이다. 그 시대의 음악들이 귀와 가슴을 즐겁게 해 준다. '터치 바이 터치' '써니' '꿈에'..등 정말 주옥같은 노래들이 흘러 나오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그리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다방>, 그곳의 DJ는 요즘의 연애인과 같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는데 만남의 장소로 음악다방을 물색하여 그곳에서 하루종일 커피 한 잔에 음악을 듣기도 하던 일명 '죽도리' 들이 있기도 했다. 나 또한 친구와 잘가던 음악다방이라고 하기엔 좀 그럴싸한 우리만의 아지트가 있었다,<로망스>. 그곳에서 쥬스 한 잔을 시키고 구석진 자리에서 하루종일 좋은 음악들을 신청하고 듣고 모든 일을 그곳에서 하듯 친구들과 만남도 헤어짐도 함께 하며 보내던 시간들과 한참 들뜨게 했던 뮤비로 즐거움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기도 했다. 그런 시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써니의 현재
하지만 여고시절 정말 화려하고 저마다 색깔이 있던 친구들은 자신들의 꿈처럼 혹은 바람처럼 현재의 인생을 살고 있을까.써니의 리더였던 춘화는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고, 그녀들이 마지막 흩어지던 순간에 내 뱉은 말처럼 '죽음이 닥쳐와도 너희들을 책일질거야..' 뭐 그런 말이 었던 것 같은데 그 시간이 거짓말처럼 현재에 그녀에게 닥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 친구들이 간절히 보고 싶고 그립다.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시대에는 '내 자신'으로 존재하던 시기였다면 지금의 그녀들은 그시절의 꿈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흥신소를 통해 한 명 한 명 찾아내게 되지만 쌍거플에 목숨을 걸던 장미는 한건도 올리지 못하여 보험회사에서 짤리기 일보직전이고 암튼 그녀들의 험난한 현재의 삶은 과거의 꿈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런면에서 나미는 그래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을 잃어 버리고 살고 있는데 친구들을 만나서 비로소 자신이 오래전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무슨 꿈을 꾸고 살았는지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듯이 그녀의 행복은 지난 시절의 인기에 따라 갈 수도 없고 성적순이 될 수도 없고 암튼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한 시간이고 그런 삶들이다. 그런 안성맞춤한 시간에 화려하던 여고시절 '칠공주' 로 돌아갈 수 있고 그 시절의 뜻 깊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추억' 이고 그 추억을 함께 할 '친구' 이다. 지난 시절을 안주 삶아 함께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데 너무 현재의 삶에 얽매여 올가미처럼 메어진 삶의 멍에에 얽혀 자신을 잃어 버리며 살아왔다. 다시금 그녀들 뭉쳐서 즐겁고 행복하고 수다스런 그 시절을 되돌아 본다. 그리고 현재의 삶을 뒤돌아 보게 된다. 그것이 시한부 인생이 된 춘화의 삶을 통해 그리고 친구를 보면서 자신의 지난 시절을 되찾는 나미를 축으로 그녀들의 이야기가 슬프면서도 흥겨운 음악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발장단을 맞추어 가며 점점 공감하게 된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도 있지만 그 시대를 기억하는 세대에겐 추억공감을 할 수 있고 그 시대를 모르는 세대에겐 옛 시대에 대한 복고공감을 할 수 있는 무언가 함께 통하여 비벼질 수 있는 음악과 박물관에 가야 찾을 수 있을 법한 물건들이 퍼즐맞추듯 여기저기 영화에 삽입되어 흥미를 준다. 현재의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모습과 혹은 친구의 모습과 많이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면 오래전 여고시절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학생들과 비교하게 된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지만 지금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패션 풍경 들에서 자신들의 어머니 세대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세대공감을 함께 할 수 있는 영화이다. 요즘은 문화계가 <복고바람>인데 이 영화 또한 한 몫을 한면서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추억을 잠깨우면서 지금 내가 무엇을 잊고 사는지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지 말해 주고 있는 듯도 하다. 해피한 결말에 웃음으로 들썩들썩 어깨춤이라도 춰야 할 것같은 장례식장 분위기였지만 웃음코드 가득한면서 80년대를 가득 담아낸 추억공감 그리고 흥겨운 복고음악까지 넘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뭉쳐서 보면 어떤 맛이 날까 생각해 보았다. 그녀들 또한 사춘기나 그 이외의 나이때를 아우르는 자식들을 거느린 엄마가 되어 있다. 여고시절 꿈처럼 살거나 꿈을 이루고 산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마다의 위치에서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그녀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한 편의 영화 속에서 내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녹아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