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에 만난 외암리민속마을의 봄정취





봉곡사를 다녀오던 길에 외암리민속마을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잠깐 들렀다.
언제나 시작은 그렇게 한다. 낮엔 무척 덥더니만 시간이 지날수록 쌀쌀해진다.
봉곡사에서 너무 추워 손이 굽고 추위에 몸이 움츠러 있던 것이 이곳에 와서도 여전하다.
늦은 시간인데도 여행객들이 많다.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 소리도 크게 동네를 울리고
오느 집에선 저녁을 하는지 하얀 연기가 하늘높이 올라가고 있고
잠깐 들러본다는 것이 어찌하다보니 조금 더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
너무 오래간만에 왔던 것이다. 그리고 봄의 외암리민속마을은 또 다른 풍경으로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어느 집에서 저녁을 나는 것일까 밥 짓는 연기가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어릴때 이런 집에서 이런 동네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땐 가마솥에 밥을 했고 짚을 때야만 했다. 불당번은 꼭 막내인 나였다.
엄마는 내가 불조절도 잘하고 군소리 안하고 잘한다고 늘 내게 시켰다.
난 밥을 할때마다 불을 때고는 아궁이에 남은 불에 튀겨 나오는 튀밥을 주워 먹길 좋아했다.
그런 반면에 친정아버지는 그 불에 내 신발도 말려주고 들에서 놀다 적셔온 양말도 말려 주시고
그리고 고구마도 맛있게 구워서 주셨다. 늘 막내의 신발을 따듯하게 데워 주시곤 하셨는데
이젠 그럴 아버지도 않계시고 그런 시간도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땐 힘들다고 지겹다고 하던 일들이 지금은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외암리에 오니 지난해 연말에 보내드린 아버지 생각이 더 떠오른다.
추억은 그런 것이다. 모락모락 연기처럼 피어 오르다 사라져 버리고는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시치미뚝...



봉곡사의 소나무도 멋있었는데 이곳도 멋지다

 
ㅋ~ 임신을 한듯한 배부른 고양이가 제자신을 잊고 개구멍으로 들어가려다 걸렸다 다시 대문으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돌담길이 아름답다. 구불구불 사람사는 이야기가 저 구비만 넘어가면
무언가 '툭' 하고 튀어나올것만 같고 그 골목과 닮은 인정 많은 촌로가 나올것만 같고
돌담을 닮은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나올것만 같다,그 돌담 골목길에서...
현지인보다 여행객들이 더 많고 돌담은 너무 높아졌다. 무언가 이야기를 숨기려 하는것 같아
조금 낯설다. 예전에 돌담들은 이웃집과 먹을것을 나누고 이웃의 얼굴을 보며 
식구들 흉도 보고 이런저런 가슴속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돌담은 우리 사이에 놓인 벽과 같이 높아만 가는 것 같다.


 




박태기꽃망울...






600여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그렇게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동네사람들의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잠잠할 뿐..
그들의 생과 사,그리고 희 노 애 락을 함께 하며 나이테를 한 겹 한 겹 부풀리며 세월의 더깨를 
덧붙였던 나무,이젠 그 그늘이 너무도 크다. 그 나무만 보아도 그저 숙연해진다.
나무 앞에서 사람의 생은 보잘것 없음을 느낀다.
지금도 나무는 이웃 할머니의 나들이 뒷모습을 지키고 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이곳을 찾았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담고 했을 터인데 아쉽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을 기약하지만 말이다.
옆지기는 600여년이 넘은 나무 앞에서 그 세월에 감탄하고 있다.
600여년의 세월이란 얼마만큼일까... 그리고 시간을 나무는 어떻게 견디며 살아왔을까..


 



지금 우리의 시간을 나무는 기억해 주겠지..
그렇게 뒤돌아 나오는 길,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이 초가집에서 <아바타>를 보고 있다.
뭔가 극과 극인듯 하면서도 이야기는 통해 있는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잠깐 들러 좀더 둘어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과 다른 계절에 이곳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희망을 남겨 놓고 나왔다. 마을입구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가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한다. 나도 또한 맘에 맞는 것이 없다. 그래서 저녁은 집에 가서 먹기로 하고
외암리민속마을을 벗어 났다. 무언가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던 지난 추억을 잠시 만나고 온 듯한
추억속을 잠깐 거닐다 온 듯 하다.


20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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