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간직한 소나무와 진한 솔향을 맡으러 봉곡사로






큰딸을 학교에 들여보내놓고 집으로 오려다 딸들이 초등시절 한 번 들렀던 봉곡사,
그곳에 가보자고 했다. 시간이 조금 늦은 감도 있었지만 근처라 잠깐 들러 솔향만 맡고 와도 
좋지 않을까 하여 가는 길은 현충사를 지나 충무교에서 무척 붐볐다. 나들이 차량들이
병목현상을 빚고 있는 듯 하여 조금은 짜증도 내고 돌아갈까 했지만 너무 오래간만에 가는 길이고
지난 결혼기념일도 그냥 지나쳤으니 그날 여행을 취소한것을 만회라도 하듯 가자고 했다.

현충사 은행나무길도 이젠 나뭇잎이 나와 색이 달라져 있고 곡교천변엔 유채가 심어져 있어
초록사이로 노란 유채꽃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이곳 또한 유채가 만발하면 한 번 와봐야 
할 곳이지만 지금은 목적지가 ’봉곡사’ 이다.
병목지점을 지나서 시내를 통과하고 외암리방향으로 향하는 길은 꼬불꼬불 산 길,
산이 빛을 달리했다.분홍빛 진달래도 이젠 활짝 피어 있어 여기저 눈에 들어오고
물오른 나무에도 잎이 돋아 나와 연한 연연두빛 산으로 바뀌었다.
초가집과 한옥이 있는 외암리를 지나 봉곡사로 향하던 중, 송악저수지에서 잠깐 멈추어
봄을 만끽하고는 다시 봉곡사로 향했다.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은 동네를 지나 봉곡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주차장에 대형버스들, 산행길이 개발되었나보다. 요즘 올레길이 인기인데
이곳도 올레길과 MTB길이 들어선 듯 하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적에 왔을때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이만큼 바뀌지도 않았는데 십여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주말산행을 나오신 분들을 지나 우리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소나무들이 울창한 소나무길에 들어섰다.

이곳은 유독 소나무들이 많다. 그런데 그 소나무들이 그냥 소나무가 아니라 역사를 간직한 소나무들이다
일제에 의해 이런 자연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정말 맘이 아프다. 소나무들에는 대부분 ’V’ 자 홈이 
파져 있다.송진을 얻기 위하여 저질러진 흔적들이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된 채 
오늘에 이르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픔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로 보듬으며 부대끼며
그렇게 세월을 이겨내고 있는 소나무들이 너무도 멋진 곳이다.
아픔을 상흔을 세월의 훈장처럼 달고 있는 소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걸어 가는 길은 정말 좋다.
 이 길이 포장이 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터인데..그래도 이 소나무들이 소나무재선충을 이겨내고
견디어 내준 것이 다행이다. 소나무 밑에는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남산제비꽃,제비꽃,털제비꽃,고깔제비꽃..현호색, 쇠별꽃,산괴불주머니...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휘어진 소나무들을 굽어 보노라면 정말 세월이 느껴진다. 
어느 소나무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아름답다. 그것들이 모두 아픔을 이겨내고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서인가...정말 아름답다. 나이가 들면 소나무가 좋아진다더니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인가... 세월을 이겨낸 소나무의 겉껍질을 바라보고 만져보고
소나무를 온 몸으로 느끼듯 걸음도 천천히 호흡도 깊고 천천히 하다보면 
소나무 숲 길 그 끝에 봉곡사가 있다. 공주 마곡사의 말사인 봉곡사, 
봉수산 품에 아늑히 안겨 있는 절은 현재 개보수중이다. 초파일 전까지는 모두 마친다니
그때가면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소나무길 끝에는 고목인 산벚나무도 있고 토종 목련 나무도 있다. 
고목에 꽃이 피듯 산벚나무에도 서서히 하얀 벚꽃이 터지기 시작이고 목련은 흐드러지게 피어 
달콤한 목련향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그 사이로 봉곡사를 보니 공사중이지만 
그래도 아늑하니 참 좋다. 옆지기와 둘러 보고 있는데 보살님이 나오셔서 말을 섞으신다.
옆지기는 기와불사를 하고 있고 나는 보살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여기에 왔던 것이
정말 오래전처럼 여겨진다. 보살님은 봉수산에 올레길이 생기고 정말 많은 산행객이며 탐방객들이
늘어나서 봉곡사로 많이 변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하나 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라니 반가운 소리다.
정말 좋은 곳이니 지역에서도 무언가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곳과 연계하여 가 볼만한 아산의 여행지로는 옆에 외암리민속마을도 있고 아산현충사를 비롯하여
도고의 세계 꽃 식물원과 도고온천이 있고 아산 피나클랜드, 아산만과 삽교천 그리고 아산 공세리성당등..
정말 연계할 곳이 많으니 이곳 봉곡사가 새단장을 하고 산행객과 함께 많은 이들을 소화해낼 수 있다면...

산이라 그런지 역시 해가 일찍 넘어간다. 우리가 늦게 온 이유도 있지만 산이라 그런지 손이 다 시렵다.
보살님들은 주말에 있은 객들을 위하여 머위나물도 뜯으시고 먹거리를 준비하느라 바쁘기고
우린 대웅전등을 둘러 보고는 삼성각에 올라가보니 봉곡사가 다 내려다 보인다.
이곳엔 목단과 함박꽃 자목련이 이쁜데 아직이다. 그대신 매화가 모두 피어 향이 진하다. 
매화에 새와 벌이 날아와 바쁘다. 삼성각 밑에 감로수 주변에는 바위취가 무척 많다. 
꽃이 피는 계절에 오면 또 하나의 볼거리일 것이다. 지금은 잎만 무성하지만...
낮엔 그렇게 날이 덥더니만 춥다. 바람도 불고..산이라 더 춥다. 
그가 다리가 아프다며 내려가자고 하는데 오던 길에도 소나무길이 멋지더니
내려가는 풍경은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는 앞서서 내려가고 난 다시 만난 소나무숲 길을 가슴에 새기며 천천히 내려갔다.
봉곡사에는 초파일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겨 놓고...


2011.4.16




 

  





  



  

 
봉수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현호색과 남산제비꽃

 
쇠별꽃과 머위꽃

 
꽃마리와 봄마중

 

 




봉곡사

 

  

  

  







  



  

  
아픔을 간직한 나무들 끼리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곳...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