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구려,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가졌던 나라지만 고구려의 역사에 대하여는 잘 알지 못한다. 드라마나 소설에서도 주로 다루어지는 것이 조선의 역사와 왕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고 고구려는 많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라 더 관심이 간다. 작가의 역사소설은 손에 잡으면 스피드하면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기 이전에 소설에 빠져 들어 읽다보면 금받 다음 권을 잡아야 할 정도로 흡입력이 있다. 그의 전작들인 <천년의 금서> 도 그랬고 <1026> 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 <고구려>는 연작으로 13권까지인가 나온다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려볼 수 밖에. 

요즘은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소설에서도 그렇고 역사가 많이 등장을 한다. 이 소설에 나온 부분도 드라마에서 본 듯도 한데 겹쳐 생각하며 읽으니 재밌다. 소설은 고구려 주변정세와 더불어 도망자 신분이 되어야만 했던 을불, 미천왕에 대한 이야기다. 고구려 주변정세도 시끄럽지만 안에서도 무척 혼돈의 시대인듯 하다. 조카 을불을 지키기 위하여 안국군은 사약을 마시고 죽는가 하면 을불의 아버지는 형인 상부에게서 을불을 지키기 위하여 바보와 같은 낮은 자세로 임한다. 하지만 을불의 가슴속에는 안국군과 함께 하던 어린시절이 남아 있어 그런 아버지도 못마땅하고 자신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신도 못마땅하기만 하다. 

고구려는 위로는 오랑캐들이 넘보는 나라였지만 밑에서는 또 치고 올라오려는 그런 중간적 입장에서 내정 또한 이렇게 시끄러웠으니 백성들의 원성 또한 자자했을 듯 하다. 소설은 미천왕은 왕이 운명을 타고 났지만 시대가 아니기에 잠시 피해있어야 할 운명임을 설화적인 기법으로 풀어낸다. 상부의 눈을 피해 아들을 살리기 위해 피신을 시킨 을불의 아버지는 형이 내린 죽음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을불은 겨우 죽음의 손아귀를 벗어나 떠돌아야만 했다. 이곳저곳 떠돌며 소금장수를 하며 주변정세를 읽은 을불, 그러다 낙랑에 도착하여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쳤으나 직접적인 칼싸움을 해보지 않아 몰리게 된 그를 구해낸 양운거와 소청에 의해 무술을 배우게 되는 그지만 그곳에서 적은 있었다. 소청을 좋아했던 방정균 때문에 그곳을 떠나야 했던 을불,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씀씀이가 남과  달라던 그다. 

그러다 저가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잡입을 하며 기회를 보다가 시월 동맹제에 무술대회에 참가를 하게 되면서 마지막 경합까지 남게 된, 하지만 그 자리에서 뜻하지 않게 상부를 만나게 되면서 다시 도망자가 되지만 이제 힘은 그의 편이 된다. 한사람 한사람 친구를 얻게 되고 힘을 얻게 되고, 저가의 도움으로 낙랑에 들어가 힘의 원천인 '철' 을 구할 방도를 찾아 떠나는 그들, 과연 그들은 철을 구할 수 있을까. 철을 구한다면 그 철을 무기로 하여 상부에게서 힘을 빼앗아 고구려의 왕이 될 수 있을까. 왕손이었지만 미천한 소금장수로 전락하여 주변국을 떠돌아야 했던 그에겐 오히려 떠돌이 생활이 그에게 힘이 되었고 주변정세를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그에게서 안국군을 보았던 이들은 그에게 하나 둘 돌아오게 되고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

천운은 어찌할 수 없나보다. 피할 수 없는 천운덕에 어디를 가도 지혜를 발휘하여 멀리 그리고 더 넓게 보았던 그, 이제 고구려는 서서히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권력은 아무리 굳건해 보여도 언제나 넘보는 자가 있기 마련이고, 그 장본인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그는 금과옥조처럼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상부가 안국군에게 빼앗은 자리라면 상부 또한 누군가에게 그렇게 빼앗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백성을 얼마나 편안하게 다스리느냐가 중요할 터, 미천한 소금장수로 떠돌이 생활을 해 보았고 최고의 무술지도자에게 무술도 연마했고 주변을 떠돌며 상단에도 휩쓸려 보았으니 주변정세를 남보다 더 세세하게 알게 되었으니 을불은 어쩌면 준비된 왕인지도 모른다. 낙랑이며 위로 오랑캐들이 주변이 시끄런운 속에 고구려가 있었으니 나라는 힘있고 지혜로운 왕을 원했을 것이다. 

'친구란 신분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닐터, 마음이 통하면 믿음이 생기고, 믿음이 있으면 목숨처럼 소중한 친구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 을불, 비록 미천하게 떠돌고 있지만 그가 만나는 인연마다 소중하게 여기고 믿음을 중요시 했기에 그의 힘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소설은 대화체로 빨리 읽을 수 있으면서 현실과 허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재밌다. 역사소설을 읽다보면 허구가 실제인줄 알고 오류에 빠질 수 있는데 이렇게라도 고구려를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고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한것 아닐까. 오래전 역사시간에 배운 역사지식이 전부다이니 미천왕이 있었던가 하는 물음표를 가지게 되는데 을불 그가 미천왕이었구나 하는 것을 하나 알게 된 소설이다. 정조 드라마 덕에 그의 이름이 '이산' 임을 알게 되는것처럼 말이다. 1권을 후다닥 읽었는데 2권이 궁금하다. 이렇게 어떻게 끝까지 기다릴지 모르겠다. 국운이 을불에게 어떻게 쏠릴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가 소청을 택할지 아영을 택할지도 궁금하다. 일제가 만든 한반도에 갇힌 역사에서 더 넓게 밖으로 나가 마음껏 만주벌판을 호령하듯 했던 소설속 그들을 만나니 기분 좋다. 이제 시작이지만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더 넓은 벌판을 향해 나아갔던 그들의 기상을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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