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블루 -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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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서는 읽기 전에 먼저 한번 사진을 쭉 훑어본다. 그렇게 사진으로 먼저 만나는 느낌을 가지고 읽으면 잠시지만 그곳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크로아비아 블루는 겉표지부터 만나는 ’블루’ 에 진하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블루라기보다는 블루와 초록의 어우러짐인 터키석색이라고 해야할까 정말 에멀랄드빛도 진한 블루의 색도 온통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름 한 점 없이 하늘도 바다도 그 구분이 가지 않는 진한 파란색이니 괜히 가지 못하는 곳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진다. ’언젠가.어디선가, 한 번쯤은...’ 그 말에 해당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괜히 그가 가지고 간 이별 때문인가 블루라는 색이 더 짙어 보인다. 

’그리워서 떠나는 게 여행이라지만, 떠나고 보면 그리운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여행은 혼자 떠나는 것이다. 여럿이 떠나다 보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혼자 떠나서 하나하나 채우거나 혹은 비우거나 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인듯 하다. 이렇게 혼자 떠나다보면 좀더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많은 것을 둘러볼 수 있다.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그에게 크로아티아의 온통 파란색은 치유의 색이 된 듯 하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또 다른 정과 인연으로, 사람으로 인해 만들어진 가슴의 빈자리를 채우고 자신과 닮은 아픔을 간직한 나그네를 보면서 좀더 단단해지는 그에게 중세역사를 간직하고 단단한 돌로 이루어진 건물들에서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무상의 시간들을 채우며 왠지 모를 그리움에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잠시 느껴본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지구상에서 천국을 찾으려거든 두브로브니크로 가라’ 고 했다는 말처럼 어디 한곳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사진속의 풍경은 모두 한 장의 엽서같이 멈추어 버린 시간들이 고스란히 아름답게 담겨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물과 종탑과 그리고 좁은 골목과 창가에 내 걸린 화분 하나 창문 하나도 그림이 되어 멈추어 버렸다. 계획에 없이 십분이면 충분한 곳을 하루 이틀을 발을 묶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와 욕심을 버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행복하고 여유롭게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때론 영화의 한 장면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드는 대목도 만나게 된다. 미미코와의 만남은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미도리와 같은 인상을 받게 만든다. 사무실 책상앞에 걸려 있던 사진을 보고 오게 된 곳, 그리고 그곳에서 이별의 아픔을 게워내고 새로운 자신으로 채워나가는 그녀를 보면서 왠지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여행은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한다. 지나다 만난 석양에 물든 자연이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하고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편안하게 그의 여행길을 따라가게 한다.지명을 모르면 어떤가 낯선 이름에 그곳이 어딘인지 몰라도 그가 잔잔하게 읊조리는듯한 시처럼 울림이 있는 표현으로 한 장 한 장 이어 놓은 듯한 그림 속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나 또한 왠지모를 그리움에 빠질것만 같다. 어떻게 보면 ’블루,바다, 하늘’ 이란 것은 보면 시적인 공간들이고 표현이다. 파란바다에 빨간 지붕들이 주는 정열적인 색감과는 달리 ’대륙의 반대편에서 사는 당신과 내가 어울리는데, 춤이 탱고든 왈츠든 무슨 상관이오? 탱고가 뭐 별거요?’ 라는 말로 그저 춤 하나로 거듭나길, 음식을 나누는 것에 뜻을 담고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여행자에게는 부담이 없는 곳이면서 풍부한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기 좋은 곳인듯 하다. 편안하게 그야말로 무계획으로 머물고 싶으면 좀더 머물고 떠나고 싶을때 아무때나 가방을 훌쩍 메고 떠날 수 있는 계획이 필요없는 여행지인듯 하다. 그런 곳에서 가끔 혼자만의 여행으로 진정한 자신과 만나고 싶다. ’내가 사랑해줄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그게 여행이니까.’ 자연앞에서는 사람이 주고간 빈자리는 빈약할 수 있다. 플프트비체의 호수를 따라 길게 난 산책길을 걷다 보면 무엇이든 다 잊고 새로운 것으로 마구 채워 넣고 싶은 욕심이 날것만 같다.

여행은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이다. 그곳에서 푸른눈동자를 가진 외국인에게서 우리말이 나올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혼자 스스로 익힌 언어라지만 대단하다. 로코의 때묻지 않은 미소와 함께 아름다운 말이 남겨진다. ’길 위의 인연이라도 인연을 맺었으면 친구지요. 친구는 내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기다린 거죠. 당신도 나와 당신의 시간을 나눴으니 이제 우리도 친구가 된 거에요.’ 라는 말처럼 잠깐 스친 인연들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고 새로운 인연으로 채운 여행에 괜히 감동에 젖어보게도 한다. 어찌 한사람에 국한되겠는가 모텔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나 길에서 만난 아이들 그리고 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등 정말 인상깊은 사람들이 여행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고 불쑥불쑥 나타나 작은 감동을 주니 그냥 물흐르듯 읽다보면 여행이란 어쩌면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풍경이란 사진으로 담을 수 있지만 인연이나 사람이란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지우려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보면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기쁨보다 사람에게서 얻는 기쁨이 더 큰 것이 여행일지 모른다. 따듯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 여행일수록 더 값지게 느껴지고 정감이 간다. 지나는 풍경만 담긴 여행이라면 겉만 핥은 것과 같은 여행일지 모르는데 그 속에 숨어 있는 진주와 같은 사람들을 느끼고 체험했기에 크로아티아의 파란색이 더 깊게 느껴진다.

어차피 내겐 모두가 그리움의 대상이다. 풍경이건 사람이건 물건이건 모든것 하나하나가 가서 직접 느끼지 못한다면 그저 책으로 만족해야 할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그 그리움은 겉도는 그리움이 아닌 사진과 글에 모두 푸른색으로 녹아나 있는 듯한, 한장의 그림이 된 듯하여 다시금 크로아티아를 새겨볼 기회를 가져본다.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여행하였기에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담아낸듯 하다. 한 곳 한 곳 오롯이 담아내고는 그곳에 대한 여행족을 위한 알짜배기 팁까지 꼼꼼하게 정리가 되어 두고두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언젠가 여행을 간다면 가방속에 쏙 넣고 가기에도 좋을 듯 하고 크로아티아 그곳에 가진 못해도 푸른 자유와 여유가 그리울땐 한번씩 꺼내어 사진들을 펼쳐 보며 또 다른 여유에 빠져볼 수 도 있을 듯 하다. ’여행에서 많이 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다. 때로는 향기든, 기억이든, 마음이든, 무엇인가 남겨두는 편이 훨씬 더 좋을 때가 많다.’ 그런가 하면 다음을 위한 무언가 아쉬움을 남겨 놓는 것, 그것이 또한 여행인듯 하다. 어찌 한 권에 크로아티를 다 담을 수 있을까 아직 못다한 이야기도 더 담을 것도 많겠지만 책으로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크로아티아를 조금은 맛보지 않았나싶다. 그 푸른 바다와 하늘에 깊게 빠져들었다 나온 듯 하다. 여행서를 읽다보면 그곳엔 가지 못해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바람과 만나 내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기만 하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정말 좋은 블루이야기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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